세월호 100일...켜지 못한 생일 촛불

세월호 100일...켜지 못한 생일 촛불

2014.07.23. 오전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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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월호 사고가 난 지 내일로 딱 백 일째가 됩니다.

사고 당시 제자들을 구하려 뱃속으로 들어갔다가 뒤늦게 가족에게 돌아왔던 단원고 유니나 선생님이 어제 29번째 생일을 맞았습니다.

케이크의 촛불은 끝내 불을 밝히지 못했습니다.

임성호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아버지는 달콤한 케이크를 상자에서 꺼내 딸 앞에 놓았습니다.

초 29개를 꽂아주고 싶었지만, 가만히 웃고만 있는 딸의 모습에 그만두었습니다.

딸이 하늘에 있는 동료들과 나눠 먹을 초콜릿도 함께 두었습니다.

가족들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 줄 못 남기고, 자기를 찾는 가족의 애타는 전화도 받지 못한 채 제자를 구하러 사라졌던 딸.

그리고 마침내 돌아와 준 딸 앞에 간소한 생일상을 차려 놓고, 아버지는 딸이 첫울음을 터뜨렸던 날을 추억했습니다.

오빠는 얼마 전부터 다시 직장에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4월 잃어버린 동생을 찾기 위해 얼마간 내려놓았던 일이었습니다.

동생이 없는 세상에서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는 일상이 오빠는 아직 서툽니다.

세월호가 침몰한 지 백 일.

동생의 생일을 작은 유리창 앞에서 축하할 수밖에 없었던 오빠의 바람은 하나입니다.

[인터뷰:유건우, 단원고 고 유니나 선생님 오빠]
"왜 이 사건이 일어났는지, 왜 이렇게밖에 될 수 없었는지 알아야…(진상을) 세상에 알리는 게 동생에 대한 마지막, 살아 있는 가족들이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YTN 임성호[seongh12@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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