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학생들 먼저 챙겨야 해

미안해, 학생들 먼저 챙겨야 해

2014.04.23. 오전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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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월호 침몰사고 당시 배 안에는 단원고 학생들을 인솔하던 선생님들이 타고 있었습니다.

이 가운데 11명이 배 안에 갇혔는데, 마지막 순간까지 학생들을 구하려다 실종된 선생님이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우철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엄마, 배가 침몰해!"

절체절명의 순간, 단원고 교사 전수영 씨는 어머니에게 황급히 짧은 문자를 보냅니다.

날벼락 같은 소식에, 어머니는 곧장 딸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구명조끼를 입었냐"고 물었지만 학생들의 상태만 언급한 뒤 연락이 끊겼습니다.

[인터뷰:전수영 교사 어머니]
"얼른 구명조끼 입으랬더니 '엄마, 학생들은 입었어'라고 하는 거예요. 그 말은 지금 생각해보면 학생들에게는 입혔는데 자기 자신은 못 입었다는 얘기죠."

"배가 침몰해. 구명조끼 없어. 미안해."

남자친구는 곧바로 통화버튼을 누르지만, 학부모를 챙겨야 한다며 12초 만에 끊습니다.

그리고 전 씨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

"사랑해, 고마워"였습니다.

[인터뷰:전수영 교사 남자친구]
"배가 기울고 있는데 학생들 빨리 (구명조끼)입히고 챙겨야 한다면서 자기 배터리 없다고 학부모 연락해야 한다더니 (전화를) 끊는 거예요."

지난해 3월, 교사가 된 전 씨는 이번이 첫 수학여행길이었습니다.

1학년 때 가르친 아이들의 2학년 담임을 자처해 함께 제주로 향하다 사고를 당했습니다.

[인터뷰:전수영 교사 남자친구]
"수학여행 가있는 동안 교재연구 못 하니까 미리 교재연구 해야 한다고 주말인데도 혼자 도서관 가 있고...배 기다리는 동안 할 거 없으니까 또 교재연구 한다고..."

어머니는 자신의 뒤를 이어 선생님이 된 딸이 그래도 마지막까지 책임을 다해 자랑스럽다며 애써 눈물을 감춥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아직도 손녀가 배 안에 안전하게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인터뷰:전수영 교사 어머니]
"지금도 할머니는 손녀가 살아있는줄 아세요. 배 안에 있어서 안전하다고 그러시거든요. 계속 그렇게 믿고 계세요."

마지막 순간 예쁜 딸, 해맑은 여자친구보다 든든한 선생님으로 학생들 곁에 남은 전수영 씨.

전철역 앞에 홀로 남겨진 전 씨의 출근길 자전거만이 언제 돌아오지 모를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YTN 우철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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