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동안 들은 말 "움직이지 마라"

'골든타임' 동안 들은 말 "움직이지 마라"

2014.04.18. 오후 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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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입수된 화면을 보면 배가 급격히 기울여져 있는데도 승객들은 구명조끼를 입고 객실 안에서 웅크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때라도 밖으로 나갔으면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데요.

왜 아이들은 객실 안에 머물렀을까요?

바로, 안내방송 때문이었습니다.

8시 58분 조난신고가 접수된 직후 오전 9시, 안내방송이 시작됩니다.

'선실에 머물러라' 움직이면 더 위험하니 선실에 머무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때부터 배는 기울고 있었고 큰 충격으로 다친 승객들도 있었습니다.

30분 뒤, 여성 승무원은 선실로부터 승객들을 안심시키는 방송을 하라는 지침을 받습니다.

그래서 '실내가 더 안전하니 움직이지 말라'는 내용의 방송을 30분간 7차례에 걸쳐서 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승객들이 어린 학생이었죠.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들은 그 방송만 믿고 있었습니다.

오전 10시, 배 안엔 물이 가득 차고 좌측으로 60도 이상 급격히 기울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턴 방송 내용이 바뀝니다.

'구명조끼를 입으라'는 것이었는데요.

그러나 밖으로 서둘러 뛰어내리라는 말은 없었습니다.

겁에 질린 아이들은 구명조끼를 입으며 '침착하자, 침착하자' 서로를 달래고만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15분 후, 배는 빠른 속도로 가라앉기 시작합니다.

'침몰 임박했습니다. 뛰어내릴 준비를 하시기 바랍니다.'

이 방송은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고 박지영 씨가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 때는 이미 배가 90도로 기울어져 있었고, 선실 안에 숨어있던 아이들이 기어올라 탈출하기에는 무리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사망 28명, 실종 268명.

두려움에 떨던 아이들 대부분은 물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한 가지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는 부분, 실내가 안전하다는 방송이 계속 나오고 있던 시각, 선장을 비롯한 주요 선원들은 배를 버렸습니다.

신속히 탈출해 해경에 구조됩니다.

승객들은 안심시키는 방송을 하라는게 마지막 지시였습니다.

사고 발생 후 1시간을 이른바 '골든 타임'이라고 합니다.

이 1시간 동안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희생자를 최소화 할 수 있고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가장 높은 중요한 시간입니다.

이렇게 중요한 '골든타임' 동안, 아이들이 들은 말은 '움직이지 말라'는 것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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