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멈춰선 '제주도의 꿈'...홀로남은 6살 지연 양

바다에 멈춰선 '제주도의 꿈'...홀로남은 6살 지연 양

2014.04.17. 오후 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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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침몰 선박에서 구조된 6살 권지연 양은 친척들과 연락이 닿았지만, 함께 여객선에 올라탔던 가족들의 생사는 여전히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살던 권 양 부모는 제주도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이사를 가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져 주위의 안타까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종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필사의 구조 현장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인터뷰:여객선 탑승객]
"애기, 애기, 애기."

오빠가 입혀준 구명조끼 덕분에 구조는 됐지만 6살 권지연 양의 커다란 눈망울에선 흘러도 흘러도 눈물이 멈추지 않습니다.

기다리는 아빠, 엄마, 오빠의 소식이 여전히 들리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권 양 가족은 제주도로 출발하던 날 아침, 어김없이 교회에 들렀습니다.

[인터뷰:성인섭, 권지연 양 아버지 동료]
"딸 손을 잡고 이삿짐 차로 가는 거예요, 아침에, 왜 비행기 타고 가지 차를 타고 제주도 갈 일 있느냐 했더니, 거기 가서 생활하는 짐 다 사면 돈 많이 드니까 차로 배에 싣고 가면..."

5년여 동안 계단 청소를 해가며 악착같이 번 돈을 모아, 제주도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기 위한 첫 발걸음이었습니다.

[인터뷰:성인섭, 권지연 양 아버지 동료]
"서울에 살다 보면 계속 계단 청소밖에 못 할 것 같더라. 생활에 변화를 줘야겠다. 그래서 열심히 버는 대로 제주도 땅을 조금씩 산 모양이에요."

권 양 아빠가 청소 일을 생업으로 시작하게 된 건 바다 건너 베트남에서 온 엄마와 가정을 꾸리면서부터였습니다.

쉰 살이 다 돼 가장이 된 아빠는 늦게 얻은 딸 사랑이 누구보다 지극했습니다.

[인터뷰:김정섭, 권지연 양 아버지 동료]
"항상 화목했지, 삶의 의지를 느끼는 거지, 아이들도 자라고 과거의 내 모습과는 다르게 사니까, 정말 열심히 살게 된 거지, 자기 삶이 최고의 삶이란 걸 알게 된 거지..."

제주도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해 새 삶을 시작하겠다고 결심한 것도 아내와 아이들을 위한 배려였습니다.

[인터뷰:이종만, 권지연 양 아버지 동료]
"나는 나이 먹고 아내는 나이가 어린데, 내가 먼저 이 세상에서 떠나면 상당히 걱정된다고 하면서 무슨 일이든지 닥치는 대로..."

하지만, 단란하고 화목한 가정의 소박한 꿈은 이유도 모른 채 제주도가 아닌 바다 한가운데서 멈췄습니다.

[인터뷰:성인섭, 권지연 양 아버지 동료]
"거기다 귤 농장을 해서 생활에 변화를, 자기가 제2의 인생을 한번 살아보겠다. 그렇게 하더라고, 그래서 틀림없이 잘 될 거라고..."

꼭 돌아올 거라고, 막걸리 한잔 하자고, 동료들은 응답 없는 전화기에 계속해서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인터뷰:성인섭, 권지연 양 아버지 동료]
"당신하고 시원한 막걸리 한 잔 먹고 싶어, 당신 꼭 살아있어, 다들 기도하고 있고, 다들 당신을 위해서 울고 있어, 당신 살 거야, 꼭 살아있어, 제발 살아 있어."

YTN 이종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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