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8585] '가격 표시'했더니 '납품 중단'

[YTN 8585] '가격 표시'했더니 '납품 중단'

2013.06.28. 오전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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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YTN 8585, 오늘은 소비자들을 위해 지난해부터 도입된 '휴대전화 가격표시제'가 제자리를 잡지 못하는 현장을 고발합니다.

한 이동통신사 계열사가 휴대전화 판매 가격을 표시했다는 이유로 판매점에 납품을 끊어버렸습니다.

'가격표시제'를 외면하는 휴대전화 시장의 실태, 양일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두 달 전 문을 연 서울의 한 휴대전화 판매점입니다.

모든 이동통신사의 제품을 팔아왔는데, 한 통신사 쪽에서 갑자기 납품을 중단했습니다.

[인터뷰:표영진, 휴대전화 판매업자]
"담당자 한 명 보내서 밤에 물건 걷어오라 그래서 물건만 가져가는 형태로 그걸로 끝난 상황이 돼버렸죠."

지난해부터 법으로 시행된 '휴대전화 가격표시제'에 따라 판매 가격을 인터넷에 올렸는데, 이것이 계약 위반이라는 겁니다.

[녹취:휴대전화 대리점 직원]
"온라인에서 홍보는 금지한다, 이게 규정으로 들어간 상태에서 계약을 한 거잖아요. 그게 아니니까 계약 위반이 되는 거고."

다른 대리점들에도 납품을 요청해봤지만 모두 거절당했습니다.

[녹취:다른 대리점 직원]
"아무것도 아닐 것 같은데도 대리점 측에서는 (거래가) 쉬운 일이 아니에요."

곳곳의 휴대전화 판매점을 아무리 둘러봐도 공짜나 반값처럼 소비자를 현혹하는 표현만 난무할 뿐, 가격표시제를 지키는 판매점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녹취:휴대전화 판매점 직원]
"표시제 하면 소비자들이 손해예요."

판매 가격을 알리는 것이 왜 문제가 될까?

보조금 과다 지급이 들통날까 걱정되기 때문입니다.

원래 규정대로라면 27만 원 이상 깍아주다 적발되면 과징금을 물어야 합니다.

[녹취:이동통신사 본사 관계자]
"가격 표시를 명백하게 했지만 그 부분이 정부에서 정한 보조금 이상의 판매 금액을 표시하다 보니까 상충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과도한 보조금 살포는 법망을 비웃듯 만연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녹취:판매점 직원]
(주말에 싸지 않았어요?)
"많이 쌌죠. 갤럭시S4 45만 원."
(가격 얼마 빠진 거죠?)
"50만 원."

심지어, 이중 장부를 만들어 27만 원만 할인해주는 것처럼 서류를 꾸미고 실제로는 고객에게 나머지 할인 금액을 통장에 입금해주는 편법까지 동원되고 있습니다.

[녹취:휴대전화 판매업자]
"(27만 원을 뺀 나머지 보조금을) 소비자에게 돌려드려야 하는데 돌려드릴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이렇게 장부를 적어놓고 다음달 말일에 입금해 드린다고..."

현실이 이렇다 보니 '휴대전화 가격표시제'는 설 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고, 가격을 공개한 판매점에는 납품 중단 조치가 내려지는 겁니다.

[녹취:이통통신사 유통업체(계열사) 관계자]
"그 규정을 저희가 정한 건 사실은 아니고 (본사) 쪽에서 그렇게 운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따르는 거거든요."

판매 가격을 정직하게 소개해 소비자들에게 혼란과 피해를 줄이자며 도입된 '휴대전화 가격표시제'.

시행 1년 반이 지났지만 오히려 보조금 제한 정책과 충돌하고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면서 휴대전화 시장은 혼탁한 상황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YTN 양일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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