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사의 아파트' 바로 세우기

'피사의 아파트' 바로 세우기

2013.05.09. 오전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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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입주한 지 10년밖에 안됐는데도 '피사의 사탑'처럼 기울어진 아파트가 있습니다.

뒤늦게 바로 세우는 공사가 본격 시작됐는데, 그동안 불안에 떨었던 주민들은 이제야 안도하고 있습니다.

한연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인천의 한 아파트입니다.

똑바로 서 있지 않고 뒤로 기울여져 뒤 건물과의 간격이 일정하지 않습니다.

저는 지금 아파트 5층에 와있습니다.

여기서 쇠 구슬을 가만히 놓아두면, 가만히 있지 않고 금세 기울어진 부엌을 향해 굴러갑니다.

방문이 저절로 닫히는가 하면, 힘센 유리 미닫이문도 자동문처럼 미끄러집니다.

[인터뷰:백한영, 아파트 주민]
"유모차가 그냥 저쪽 주방 있는 데로 굴러가서 놀랐죠 그때는...그리고 애들이 오면 어지러워서 여기서 못 자고..."

이 아파트가 완공된 건 지난 2003년!

멀쩡했던 아파트가 어떻게 피사의 사탑처럼 기울어진 걸까?

갯벌을 매립한 땅 위에 2층 이상 건물을 지을 때는 암반층까지 기둥을 박아야 하지만, 얇은 콘크리트 바닥만 만든 뒤 건물을 세우면서 문제가 생긴 겁니다.

[인터뷰:김준성, 보수 공사 업체 대표]
"지반 자체가 연약 지반 위에 건물을 지어놨고요. 건물 전면과 후면에 무게가 다릅니다. 그래서 무거운 쪽으로...후면이 무겁거든요. 그래서 무거운 쪽으로 기운 겁니다. 지반이 튼튼했더라면 기울어지지 않았을 텐데..."

주민들은 9개월 넘게 항의와 시위를 계속했고, 결국 구청에서는 지원금 2억 원을, 각 세대는 5백만 원씩 내고 복원 공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고통 속에 생활했던 주민들은 이제야 한시름 놓은 표정들입니다.

[인터뷰:양경희, 아파트 주민]
"좋지요. 진짜 꿈만 같고...계속 두려움 속에서 살았는데 지금 이런 공사를 하게돼서 진짜 행복하고요, 꿈만같습니다."

매립지로 이뤄진 이 지역에서만 기울어진 건물은 50여 개!

아파트 주민들은 그나마 편히 쉴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많은 주민들이 위험에 노출돼 있습니다.

YTN 한연희[hyheee@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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