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적 거세 대상 확대...실효성은? [신윤정, 사회부 기자]

화학적 거세 대상 확대...실효성은? [신윤정, 사회부 기자]

2012.09.04. 오후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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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최근 아동 성폭력 사건이 이어지면서 강력한 처벌과 함께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요,

어제 경찰이 방범 비상령을 선포하는 등 정부가 성범죄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법무부는 성충동 약물치료, 이른바 화학적 거세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해 실효성있는 대책으로 이어질지 주목됩니다.

취재 기자와 자세히 얘기해보겠습니다. 신윤정 기자!

[질문]

오늘 정부가 발표한 내용을 앞서 홍선기 기자의 보도로 봤는데요, 내용을 다시 한번 정리해주시죠.

[답변]

법무부가 오늘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발표한 내용인데요.

화학적 거세 대상을 현행 16세 미만 피해자 상대 성폭력범에서 19세 미만의 아동과 청소년 상대 성범죄자로 확대하겠다는 겁니다.

다만, 성폭력범이 성도착증 환자이고 재범 위험성이 있어야 한다는 요건은 유지했습니다.

법무부는 성충동 약물 치료법의 해당 조항을 가급적 빨리 개정해 이르면 이번 달 안에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방침입니다.

이번 조치는 어제 이 대통령이 라디오 연설에서 아동 대상 성범죄에 대해 약물치료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힌 지 하루 만에 마련된 대책입니다.

[질문]

화학적 거세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는 건가요?

[답변]

화학적 거세는 주기적으로 주사를 놓거나 약을 먹여 성욕을 일으키는 남성호르몬 생성을 억제하는 치료법입니다.

즉 성욕을 억제하는 성선자극호르몬 길항제를 통해 뇌하수체에서 테스토스테론의 생성을 억제시켜 고환 내 남성호르몬을 고갈시켜 성충동을 억제시키는 겁니다.

6개월 단위로 심사를 거쳐 최장 15년까지 약물치료를 하게 되어 있고, 약물 치료가 끝나면 정상적인 남성 기능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화학적 거세 대상자 결정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성도착증 환자로 진단하게 되면, 검사가 약물치료 명령을 청구하게 되고 법원이 재발 위험 등을 판단해 최종 치료 명령을 선고하게 됩니다.

[질문]

화학적 거세는 성충동을 억제시켜 성범죄를 예방하겠다는 건데요, 어떤 배경에서 이같은 대책이 마련된 건가요?

[답변]

끔찍한 성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이 재범을 저지를 우려가 높다는 게 배경으로 꼽힙니다.

지난 7월 경남 통영에서 10살 여자 어린이를 성폭행한 뒤 살해한 40대 남성이나 이른바 나영이 사건의 피의자 조두순과 2008년 초등학생을 성추행한 김수철도 모두 재범자들입니다.

통계적으로 봐도 지난해 전체 성범죄자 2만여 명 가운데 성범죄 전과가 있는 사람은 절반에 가까운 45%에 달했습니다.

[질문]

화학적 거세 요건은 여전히 까다롭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실제로 확대가 어느정도 될 지는 의문이라고요?

[답변]

앞서 말씀드린 대로 법무부는 화학적 거세 대상 요건에 성폭력범이 성도착증 환자이고 재범위험성이 있어야 한다는 요건을 유지했습니다.

이런 까다로운 요건 때문에 성충동 약물치료가 도입된 지난해 7월 이후 1년여 동안 실제 화학적 거세가 시행된 경우는 딱 한 번에 불과합니다.

아동 상대 성범죄자 가운데 정신 감정 결과 성도착증 판정을 받은 경우가 5%에도 못미치기 때문입니다.

미국 오리건 주에선 지난 2000년부터 79명의 성범죄자를 대상으로 화학적 거세를 시행했는데, 5년간 재범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을 정도로 범죄예방 효과는 적지 않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같은 범죄예방 효과에도 불구하고 화학적 거세의 요건이 까다로운 것은 일단 범죄자로 해도 인권문제가 걸리기 때문입니다.

법무부는 외국의 경우는 약물치료와 교도소 복역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지만 우리는 수감 생활을 끝내고 다시 약물을 강제 투여하게 된다고 설명했는데요,

이중 처벌이라는 문제 제기도 있는 만큼 강제적인 화학적 거세에 대한 인권침해 지적을 감안해 요건을 까다롭게 유지한 걸로 보입니다.

[질문]

화학적 거세가 성범죄의 중요 대책은 맞는 것 같은데요, 하지만 화학적 거세의 한계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동시에 근본적으로 성범죄를 막기위한 대책도 시행이 돼야 할텐데요?

어떤 대안이 있을까요?

[답변]

화학적 거세를 통해 성충동은 어느정도 억제를 할 수가 있지만 폭력적인 경향 자체를 줄이는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즉 화학적 거세가 성범죄를 막기 위한 만능치료약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성범죄를 호르몬의 과다 분비에 초점을 맞춰 해결하려는 데에는 문제가 있다며, 심리치료를 병행하지 않는다면 재범률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인터뷰:박민구, 서울백병원 비뇨기과 교수]
"성욕도 감퇴하고, 성 기능의 감퇴도 나타나기 때문에 재발방지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정신적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 없이 단순히 성 기능에만 집중해서 억제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닐 거라 생각되고요..."

따라서 의식과 행동을 바로 잡아줄 수 있는 정신과적 치료가 필수적으로 꼽힙니다.

또 화학적 거세를 시행하고 있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당사자의 동의에 따라 결정하고 있고 치료 처우의 전제로 활용되고 있는 만큼 처벌이 아닌 치료 목적으로 실행돼야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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