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출소장 딸 살인' 누명 39년 만에 벗어

'파출소장 딸 살인' 누명 39년 만에 벗어

2011.10.27. 오후 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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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이른바 춘천 파출소장 딸 살인자로 지목돼 억울하게 옥살이까지 한 70대 노인이 뒤늦게 살인 누명을 벗었습니다.

사건이 발생한지 무려 39년 만입니다.

이대건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정원섭 씨가 구속된 건 지난 1972년 10월.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춘천 파출소장 딸 강간 살인 사건의 피의자로 지목됐기 때문입니다.

당시 내무부장관이 이 사건을 전국 4대 강력 사건으로 규정하고 구체적인 시한을 정해 범인을 검거하라는 지시까지 내린 결과입니다.

경찰은 무죄를 주장하는 정 씨에게 갖은 고문과 협박을 가해 죄를 뒤집어 씌웠습니다.

[녹취:정원섭, 77살]
"두들겨 패고 엎드려 뻗쳐 시키고 토끼뜀 시키고 그래서 기진맥진했을 때 최종 고문을 합니다."

결국 무기 징역을 확정받은 정 씨는 15년 동안 복역한 뒤 모범수로 가석방됐습니다.

지난 2007년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사건이 조작됐다는 결론을 내렸고 이번에 재심을 통해 무죄가 확정된 겁니다.

대법원은 '정 씨가 경찰 조사에서 고문 등 강압한 의해 허위 자백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녹취:홍동기, 대법원 공보관]
"경찰 조사 단계에서 고문 등의 가혹 행위로 자백을 하였고, 그런 심리 상태가 유지된 상태에서 검사에게 자백을 했다면 그 검사 앞에서의 자백은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판결입니다."

39년 동안 맺혀 있던 억울함을 뒤늦게 풀어낸 정 씨는 고문을 가한 경찰을 용서하겠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녹취:정원섭, 77살]
"고문하고 조작한 경찰관을 불러내 법정에서 물어보면 '기억이 없다' 그럽니다. 그럴 것을 왜 고문을 합니까?"

시국 사건이 아닌 일반 형사 사건이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는 것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정원섭 씨는 변호인과 상의해 형사 보상금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YTN 이대건[dglee@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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