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의 무덤 ELW, 스캘퍼·증권사엔 '노다지'

개미들의 무덤 ELW, 스캘퍼·증권사엔 '노다지'

2011.06.23. 오후 7:55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멘트]

증권사를 등에 업고 초단타 매매를 한 이른바 스캘퍼와 증권사 대표 등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스캘퍼는 부당하게 수십억 원을 벌고, 증권사는 수수료를 챙겼지만 일반투자자들은 대부분 손해를 봤습니다.

황보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증권사가 발행 물량을 전부 사들인 뒤 매수 또는 매도 호가를 시장에 제시해 주식처럼 거래가 이뤄지는 파생금융 상품이 주식워런트 증권, ELW입니다.

남들보다 낮은 가격에 사고 높은 가격에 팔아야 수익이 커지기 때문에 '거래 속도'가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검찰에 적발된 초단타매매자 스캘퍼들은 증권사로부터 이 '거래 속도'에서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 받았습니다.

일반투자자가 ELW 매매를 하려면 인터넷 망을 통해 접속서버와 주문서버를 차례로 거쳐야 하지만 스캘퍼들은 증권회사에서 만들어 놓은 주문 전용 서버만 거치면 되도록 특혜를 받은 것입니다.

일부 증권사는 증권사 근처에 월 1,000만 원대의 사무실을 스캘퍼들에게 제공하기도 했고 다른 증권사는 아예 스캘퍼를 직원으로 채용하기까지 했습니다.

각종 편의를 제공받은 스캘퍼들의 거래 속도는 일반투자자보다 최대 8배까지 빨랐고 이는 곧 수익으로 연결돼 한 스캘퍼의 경우 1년에 100억 원을 벌어들이기도 했습니다.

[인터뷰:이성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
"마치 장애물 경기에서 주최 측과 특정 선수가 짜고 특정 선수들에게 스타트 라인을 앞당겨 주고 먼저 출발할수 있도록 해주고 장애물을 줄여 줘 다른 선수들과 경기를 하게 하는 것에 비유될 수 있습니다."

증권사들이 스캘퍼들을 특별대우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초단타 매매를 즐기는 스캘퍼들의 거래 수수료를 챙기는 동시에 ELW 거래가 성황을 이루는 것처럼 착시 효과를 일으켜 일반투자자들을 ELW 시장으로 유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시세 조종 혐의 등으로 손모 씨등 스캘퍼 2명을 구속기소하고 다른 스캘퍼 16명은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검찰은 또 이들에게 특혜를 제공한 12개 증권사 대표이사와 핵심 임원 25명과 따로 스캘퍼들에게 돈을 받거나 거래 정보를 제공한 전현직 증권사 직원 5명도 함께 재판에 넘겼습니다.

부당거래에 가담한 스캘퍼들과 증권사들에게 매년 수십억대의 수익을 올려준 ELW 시장은 막대한 손해만 입게 된 일반투자자들에겐 말 그대로 '개미들의 무덤'이었습니다.

YTN 황보연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