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숙인이 판매하는 잡지 '빅이슈' 창간

[서울] 노숙인이 판매하는 잡지 '빅이슈' 창간

2010.07.05. 오후 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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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노숙인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줘 자활을 돕는 잡지가 국내에도 첫 선을 보였습니다.

잡지 판매권한은 노숙인에게만 주어지고 원가를 제외한 판매수익으로 생계비 마련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홍석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IMF 위기 때 사업이 망하면서 우울증으로 수차례 목숨까지 끊으려했던 권일혁 씨.

의지할 가족도, 보금자리도 없이 12년째 길거리를 전전하다 드디어 자활 기회를 얻었습니다.

3,000원짜리 잡지 한부에 남는 수익은 1,600원.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팔고 또 팔아 목돈이 마련되면 거처를 마련하고 낡은 컴퓨터도 수리할 계획입니다.

[인터뷰:권일혁, 잡지 판매 노숙인]
"소속감을 갖게 됐으니까. 세계에도 빅이슈 판매원들이 있을 텐데 코리아 홈리스의 명예를 걸고 멋지게 팔아보겠습니다."

두달 전 잡지의 국내 상륙이 예고된 데 이어 창간호가 발행되면서, 일하고 생활비까지 벌 수 있게 된 노숙인들은 한껏 기대에 부풀었습니다.

[인터뷰:박인훈, 빅이슈 코리아 대표]
"전 세계에서 모인 청년들이 만들고 노숙인들이 판매하는데. 담는 내용은 두 가지 입니다. 하나는
노숙인이 바라본 따뜻한 세상, 또 하나는 그런 노숙인의 자립을 도우려는 사람들이 바라본 자립의
세상 두 가지입니다."

20~30대 여성들을 타깃으로 하는 대중문화 월간지 '빅이슈'는 이름 그대로 이슈가 될 만한 사회·문화 콘텐츠를 40페이지 안팎에 아기자기하게 정리해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합니다.

문제는 판매자로 나선 노숙인을 바라보는 거리의 반응인데, 시민들의 평가는 일단 긍정적입니다.

[인터뷰:허정도, 직장인]
"구조적으로 본인들이 자활할 수 있는 이런 제도가 생겨서 반가운 마음에 구입하게 됐습니다."

[인터뷰:송영선, 직장인]
"노숙인이 판매하는 잡지라 하더라도 내용만 알차다면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잡지는 노숙인 70%가 모여있는 서울에서 3만 부 발행을 시작으로 전국으로 무대를 차차 넓혀갈 계획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노숙인 자립 기반의 토대가 될 창간호를 건네받고, 잡지 발행을 맡고 있는 사회적 기업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YTN 홍석근[hsk8027@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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