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24] 서해안 비경 굴업도에 골프장 추진

[현장24] 서해안 비경 굴업도에 골프장 추진

2008.08.05. 오후 12:56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멘트]

희귀 동식물의 보금자리인 외딴섬 굴업도에 대기업이 골프장을 비롯한 대규모 관광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생태계 파괴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대기업이 섬을 통째로 사들여 관광단지로 개발하겠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승인 여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박조은 기자가 굴업도에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서해안 최고의 비경으로 손꼽히는 굴업도.

완만하게 솟은 산봉우리 7개가 10km가 넘는 넓은 모래사장을 감싸고 있습니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배를 타고 덕적도를 거쳐가면 2시간 만에 만나는 천혜의 외딴섬입니다.

그런데 이 섬을 지난해 CJ계열사인 '씨&아이 레저산업'이 거의 대부분 사들였습니다.

섬 전체에 골프장과 호텔, 요트장을 지어 대규모 해양 리조트 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것입니다.

이 회사는 지난 달 이러한 개발에 관한 사전환경검토서를 인천시에 제출해 놓고 승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녹취:나영훈, CJ홍보팀 부장]
"해외 관광객들 눈높이가 높아졌기 때문에 좀더 독특하고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는 대한민국에 적어도 유일한 해앙리조트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섬을 통째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이 알려지자 환경단체와 주민들은 크게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골프장을 짓기 위해서는 섬의 주봉인 덕물산을 비롯해 산봉우리들을 많게는 30m나 깎아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호텔과 열병합 발전시설이 들어설 경우 섬을 둘러싸고 있는 모래언덕과 동굴이 훼손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터뷰:이승기, 한국 녹색회 정책실장]
"산을 30M 이상 깎아내고 그 자리에 골프 잔디에 맞는 흙을 세우고 화약, 농약 제초제 주게 되면 바다 오염을 시키게 됩니다."

굴업도에 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 희귀 동식물만도 5종.

멸종위기 1급으로 지정된 먹구렁이와 황새, 매가 살고 있고 두루미천남송과 갯방풍 등 희귀 식물들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최근 이 곳에서는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이팝나무 자생군락지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스무명 남짓한 굴업도 주민들도 정든 섬을 떠나야 할 처지에 몰렸습니다.

[인터뷰:서인수, 인천 굴업리 이장]
"여기 몇 십년 씩 지켜온 고향인데 저희 나가서 살 데가 없잖아요. 개발을 하더라도 어느 테두리 안에서 저희 주민들 이주단지를 해 달라해도 CJ는 이렇다 저렇다할 말 한마디 안하고 있습니다."

CJ 측은 환경 오염이 일부 불가피하지만 오염을 최소화하는 시설을 설치하고 지역 사회에 개발 이익을 안겨주겠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 1995년, 핵폐기장 논란속에도 꿋꿋하게 견뎌냈던 굴업도에 개발의 거센 파고가 밀려들고 있습니다.

YTN 박조은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