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수영장 염소 기준치 넘어도...수질 관리는 '자율'

실내수영장 염소 기준치 넘어도...수질 관리는 '자율'

2019.11.12. 오후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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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 출몰' 부산 YMCA 실내수영장 잠정 폐쇄
실내수영장 관련 소비자 불만 꾸준히 접수
한국소비자원, 공공 실내수영장 20곳 불시 점검
현재 실내수영장 수질 관리 '운영자 자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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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운동하러 실내수영장 찾는 분들 많죠.

불시에 점검을 해봤더니 2곳 가운데 1곳은 물속 염소 수치가 기준을 초과해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수질 관리를 운영자 자율에 맡기고 있다는 점입니다.

보도에 박소정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8월 말 문을 닫은 부산 YMCA 실내수영장.

당시 벌레가 우글거리는 등 수질 관리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이후에도 복합 쇼핑몰에 있는 실내수영장에 다녀와 피부 질환이 생겼다는 등 소비자 불만은 꾸준히 접수되고 있습니다.

[김혜정(가명) / 실내수영장 다녀온 7살 딸 피부질환 피해 : (실내수영장) 갔다 와서 그 당일부터 엄청 가렵다고 하더라고요. 긁지 말라고 하니까 (딸 아이가) 손바닥으로 계속 때리고 밤에 짜증 부리고 이불도 못 덮으니까 약 발랐으니까….]

전국에 있는 실내수영장은 1,150여 곳!

한국소비자원이 수도권에 있는 공공 실내수영장 가운데 스무 군데를 무작위로 골라 불시에 점검했습니다.

소독에 쓰이고 물속에 남아 있는 '유리 잔류염소'가 기준을 초과한 곳이 4곳, 너무 적어 세균 번식 위험이 있는 곳이 1곳이었습니다.

물속 염소가 사람의 땀 같은 오염물과 붙어 생기는 '결합 잔류염소'는 국내 기준이 없어 WHO 규정으로 봤을 때, 또 다른 수영장 5곳에서 기준치를 넘었습니다.

이런 결합 잔류염소가 많을수록 물이 오염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혜준 / 신촌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천식이나 폐렴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또한, 결막염이나 각막염 등의 안질환, 아토피성 피부염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은 증상이 더 악화할 수 있습니다.]

결국, 점검한 수영장 스무 곳 가운데 절반은 염소 수치가 기준에서 벗어난 건데, 문제는 수질 관리가 현재 운영자 자율에 맡겨져 있다는 겁니다.

문체부에서 아직 국회에 제출하지 않은 법안 개정안을 보면 1년에 2차례 의무적으로 수질 검사를 해야 하지만, 이용자 수나 계절 등에 따라 달라지는 항목별 검사 주기는 따로 없습니다.

[김병법 / 한국소비자원 안전감시국 생활안전팀장 : WHO나 영국, 미국 이런 선진국에서는 수영장 수질 지침 규정에 항목별 검사 주기와 기준 초과 시 조치 방안 등이 제시돼 있어서 우리나라도 국민 안전 확보를 위해서 (규정을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와 함께 수질 검사가 의무화되더라도 불시에 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운영자에게 통보한 뒤에야 검사하게 돼 있어 개정안도 유명무실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YTN 박소정[sojung@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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