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2주택 = 투기' 선언...남은 주요 변수는 금리

[취재N팩트] '2주택 = 투기' 선언...남은 주요 변수는 금리

2018.09.14. 오후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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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9·13 부동산 대책의 핵심은 서울로 대표되는 집값 상승 지역에서 집을 두 채 이상 가지면 투기로 규정하고, 세금을 더 물리는 것은 물론 은행 돈도 전혀 빌려주지 않겠다는 겁니다.

강도 높은 대책에 부동산 시장은 당분간 거래가 끊기고 관망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다음 주에 나올 신규 택지 공급 계획과 함께,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여부가 부동산 시장의 향방을 결정할 전망입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고한석 기자!

9·13 부동산 대책, "1가구 2주택은 부동산 투기다" 정부의 선언이라고 봐도 되겠죠?

[기자]
그동안 정부는 '집은 거주 공간이지 투기 대상이 아니다.' '사는 집 한 채만 가지라.' 이렇게 얘기해 왔습니다.

집을 여러 채 가지고 있는 다주택자가 바로 부동산 시장을 교란시키는 투기 세력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그동안 정부가 투기 세력으로 규정한 다주택자는 사실상 3주택 이상자였습니다.

정부 생각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이 조세 정책인데요.

지난 7월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징벌적이라고 볼 수 있는 추가 과세 대상을 3주택 이상자로 잡았습니다.

그러나, 이후 오히려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치솟자, 투기 세력의 범위를 더 넓혔습니다.

이번 9·13 대책을 보면, 서울 전역과 경기도 일부, 세종시 등 집값이 오르는 사실상 거의 모든 지역에서 2주택자는 1주택자보다 종부세를 더 내야 합니다.

여기에 더해 고가 1주택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크게 줄였습니다.

그동안은 실거래가로 9억 원 넘는 고가 주택이라도 10년 이상 보유하면 팔 때 양도세를 80% 깎아 줬는데, 여기에다 실거주 기간 2년 조건을 더 붙였습니다.

정부가 다주택자를 겨냥하니, 투기 수요가 이른바 '똘똘한 한 채'로 몰려서 집값을 끌어 올린다는 판단 때문인데요.

실수요자가 아닌 투기성 '똘똘한 한 채'를 걸러 내 기존 혜택을 줄이는 방식으로 압박하겠다는 겁니다.

[앵커]
세제뿐만 아니라, 대출 규제를 보면 다주택자에게는 은행 돈 한 푼도 빌려줄 수 없다는 선포로 보이는데요.

[기자]
사실 이번 9·13 대책에서 종부세보다 강력하다고 평가받는 것이 대출 규제입니다.

국토교통부는 매년 청약 조정대상 지역을 발표합니다.

집값이 물가 상승률의 2배이거나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5대 1을 넘는 지역으로, 실거주 수요는 물론 투기 세력까지 몰리는 곳입니다.

현재 모두 43곳으로 서울 전역과 경기도 수원, 동탄, 성남 등 집값이 오르는 모든 지역이라고 보면 됩니다.

어제 금융위원회는 앞으로 이곳에서 가능한 주택담보대출은 무주택자가 내 집을 장만할 때, 혹은 1주택자가 기존 집 처분을 조건으로 이사할 때뿐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집을 두 채 이상 가지고 있으면 사실상 은행 돈 빌려 집을 더 사지 못한다는 겁니다.

여기에 더해 2주택 이상자는 생활자금 목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기도 까다로워졌고, 전세 자금도 빌려주지 않기로 했습니다.

저금리를 틈타 은행 돈 빌려 투기하는걸 원천 봉쇄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앵커]
여기에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오늘 이른바 아파트값 담합에 공개적인 경고를 했죠?

[기자]
서울 아파트값이 들썩이자, 일부 단지 주민과 공인중개사들이 '얼마 이하로는 팔지 말자.' 이런 식으로 아파트 호가를 올리는 사례가 적지 않았습니다.

이른바 아파트값 담합이 최근 부동산 시장 불안의 주요 원이었던 겁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오늘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아파트값 담합은 시장 교란행위로 현행법으로 규제되지 않는다면 새로운 조치나 입법을 해서라도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독점을 막는 공정거래법이나 공인중개사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 지금도 살펴보고 있다며 공개적인 경고를 했는데, 그만큼 부동산 시장 안정에 강한 의지를 보인 셈입니다.

[앵커]
이 밖에도 임대사업자 대출 규제 강화 등 여러 대책이 총망라됐는데요, 시장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부동산 전문가들을 취재해보면, 고강도 대책이라는 데 큰 이견이 없어 보입니다.

종부세를 올려 주택 보유 부담을 높이고, 대출을 조여 신규 매수세를 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줬기 때문에 당분간은 거래가 뚝 끊기는 소강상태, 즉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투기 수요는 일단 가라앉을 가능성이 크고요.

더 오르기 전에 내 집 마련해야지 하는 불안 심리는 다음 주 신규 택지 공급 계획이 발표되면 진정될 수 있어 보입니다.

물론, 그린벨트 해제, 도심 재개발 등 지역 민심이 들썩이는 사안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공급 대책의 성패를 쉽게 점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번 추석 민심이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겠어요?

[기자]
명절 연휴면 사람들 왕래가 생기면서 여론이 수렴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추석 민심에 항상 촉각을 곤두세우는데요, 이번에는 정부도 그럴 것 같습니다.

일부 우려되는 부작용들도 있어서 더 그런데요, 양도세가 커져서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아 부동산 시장이 장기간 얼어붙을 수 있고, 전세 가격 상승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여론이 정리되는 추석 이후에 아파트 거래 동향, 가격 지표들이 공개되면 이번 9·13 대책의 성패는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낼 전망입니다.

[앵커]
또 한가지,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 금리가 남았지 않습니까?

[기자]
사실 이자율 즉, 금리는 세금보다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일부 지역 부동산 시장이 과열된 것도, 금리가 낮아서 큰 부담 없이 대출받아 아파트를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금리가 올라가면 매달 내야 하는 이자가 커지고 여기에 아파트값 상승 기대마저 적어지면 매물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어제 이낙연 국무총리가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금리 인상에 대해 좀 더 충분히 생각할 때가 됐다'고 얘기한 것도 금리 정책이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 대책과 궤를 같이 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독립성을 강조하는 한국은행으로서는 내심 불쾌할 수 있는 대목이고요.

안 그래도 고용 침체에다 경기가 가라앉아 고민인 기획재정부도, 금리 올려서 돈줄 죈다는 것이 그렇게 반갑지는 않아 보입니다.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는다면 천백조가 넘는다는 유동성 자금이 어디로 갈지도 경기를 좌우할 변수인데요.

어쨌든 앞으로 부동산 시장의 향방은 일주일 뒤 발표될 공급 대책과 추석 민심, 그리고 금리가 결정하게 될 전망입니다.

지금까지 기획재정부에서 YTN 고한석[hsgo@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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