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쪼개기에 '권리 없는 노동자' 급증세

알바 쪼개기에 '권리 없는 노동자' 급증세

2018.09.10. 오전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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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주휴 수당을 주지 않기 위해 짧은 시간 여러 명을 고용하는 이른바 '아르바이트 쪼개기'가 서비스 업종 전반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공공부문도 예외는 아니어서, 분 단위로 계약서를 쓰고 보조 교사를 뽑는 경우가 많아 초단시간 노동자는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차유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대학생 김지수 씨는 토요일과 일요일 7시간씩 일주일에 14시간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합니다.

평일에도 일하겠다고 했지만, 사장은 손사래를 쳤습니다.

주 15시간 이상 일하면 하루 치 임금을 '주휴 수당'으로 더 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김지수 /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 예전에는 더 길게 고용했거든요. 평일 전일제 하거나 주말 이런 식으로 했는데 요새는 평일도 많이 쪼개서 고용하시더라고요. 대부분 매장이 14시간 아래로 고용하고 있어서 제 친구들도 대부분 그렇게 일해요.]

수당이나 퇴직금 같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시간을 잘게 나눠 고용하는 건, 공공부문도 마찬가지입니다.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돌봄 교실을 맡고 있는 A 씨.

하루 두 시간 남짓, 분 단위로 근로 계약서를 쓰고 일주일에 14시간 반을 일합니다.

10분 단위 계약을 해 주당 15시간 미만으로 억지로 맞췄습니다.

[A 씨 / 초등학교 돌봄교실 교사 : 2.8시간으로는 아이들 보육을 할 수밖에 없는데, 저희에게 부여되는 의무는 행정적인 업무나 기타 업무가 많이 발생하게 됩니다.]

초단시간 일자리는 오래 일하기 힘든 노인이나 학업 틈틈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학생 등을 위해서는 필요합니다.

문제는 '알바 쪼개기'나 '분 단위 고용'처럼 사용자 측이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입니다.

특히, 초단시간 노동자는 사실상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서, 고용 보험과 건강 보험, 국민연금 등 노동자가 누려야 할 권리를 거의 갖지 못합니다.

[박정호/ 학교 비정규직노동조합 공인노무사 : 법에서 적용이 안 되니까 연차도 못 가고, 특히 병가 같은 경우는 유급이 아니고 무급으로 빠지게 되는데 그러면 그만큼 일당이 빠지고 손해 보니까 병가를 쉽게 못 내죠.]

공식 통계상 주 17시간 이하로 일하는 초단시간 노동자는 160만 명 안팎이지만, 평일 편의점, 주말 커피숍 식으로 중복 노동으로 제외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사실상의 '권리 없는 노동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YTN 차유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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