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경제](터키 현지 연결) 터키 국민들, 경제위기라 느끼지 않아

[생생경제](터키 현지 연결) 터키 국민들, 경제위기라 느끼지 않아

2018.08.17. 오후 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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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경제](터키 현지 연결) 터키 국민들, 경제위기라 느끼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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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인터뷰](터키 현지 연결) 터키 국민들, 경제위기라 느끼지 않아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6:00)
■ 진행 : 김혜민 PD
■ 대담 : 박병률 경향신문 기자

◇ 김혜민 PD(이하 김혜민)> 생생경제의 경제 과외선생님, 오늘은 전화로 연결합니다. 경향신문의 박병률 기자님, 안녕하세요?

◆ 박병률 경향신문 기자(이하 박병률)> 네, 안녕하세요.

◇ 김혜민> 오늘 우리가 전화로 연결하는 이유가 있죠? 지금 어디세요?

◆ 박병률> 지금 이스탄불입니다.

◇ 김혜민> 터키 이스탄불 가셨어요. 지금 거기 몇 시에요?

◆ 박병률> 아침 9시 30분이죠. 한국보다 6시간이 느려요.

◇ 김혜민> 쇼핑하러 가신 건 아닐 테고, 왜 터키 가셨어요?

◆ 박병률> 네,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지금 터키의 환율이 폭등하면서 경제 위기의 조짐이 있다, 그래서 현장이 어떨까 싶어서 지금 와 있습니다.

◇ 김혜민> 오늘 박병률 기자가 쓴 기사요. 안 그래도 포털 사이트의 메인으로 걸렸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잘 읽어봤는데 궁금한 게 일단, 진짜 외국인들이 쇼핑하러 터키로 여행 많이 갔나요?

◆ 박병률> 네. 이게 지금 두 가지 원인인 것 같은데요. 일단 가장 큰 것은 18일부터 26일까지 9일간 터키 최대 명절인 쿠르반 바이람이라는 명절에 들어갑니다. 희생절이라고 부르는데, 이게 이슬람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명절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이 시기에는 사우디아라비아라든가, 쿠웨이트, 그리고 바레인, 아랍에미리트 연합, 이런 곳에서 많은 분들이 터키로 여행을 옵니다. 관광객들이 그래서 많고요. 최근에 환율이 떨어지다 보니까 아시아 쪽에서 사람들이 많이 오는데요.

◇ 김혜민> 한국 사람도 많아요?

◆ 박병률> 되게 많습니다. 여기 와서 보니까 한국은 또 단체 관광객도 많고, 사원 근처에서 많이 만난 것 같습니다. 중국인들도 되게 많이 보이고요. 이런 것들이 겹치다 보니까 호텔은 방이 없고요. 저도 오늘 구해야 하는데 큰일 났습니다.

◇ 김혜민> 터키 버버리, 이게 검색어에 오를 정도였는데, 정말 명품을 많이 구입하던가요? 현재 외국인들이요.

◆ 박병률> 네, 직접 매장 앞에 가봤는데요. 버버리뿐만 아니라 다른 명품 샵들 앞에 가면 보통 스무 명 정도 앞에 대기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줄을 서봤는데 한 시간 넘게 기다려서 들어갔거든요. 한 명 나오면 한 명 넣고, 이런 식으로 하다 보니까, 교민 말에 의하면 한 분은 버버리 코트를 샀는데 270만 원짜리를 140만 원에 샀다. 그렇기는 합니다만 지금은 환율이 한창 떨어지다가 회복되고 있고요.

◇ 김혜민> 지금 터키 환율이 어떤데요?

◆ 박병률> 1달러에 한때 7.1리라, 7.4리라, 이렇게 가다가 지금은 5.8리라, 5.6리라, 이틀 사이에 17% 정도 환율이 많이 회복됐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우리가 지난주에 봤던 만큼의 큰 폭의 이득을 보기는 어렵다는 얘기가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고요. 심지어 일부 명품 매장은 아예 가격을 올려버린 곳도 많습니다.

◇ 김혜민> 여행객들 이야기했으니까요. 현지 분위기가 궁금해요. 현재 터키 국민들, 터키 시민들은 지금 어떻습니까?

◆ 박병률> 저도 사실 오기 전에는 우리가 과거에 외환위기를 맞았던 것처럼 대단히 분위기가 안 좋을 거다, 라고 생각했는데요. 막상 와보면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제가 많은 분을 만나본 것은 아닙니다만, 거리 분위기를 보면 침울하다, 이런 것을 느끼기 힘들고요. 그리고 이번 사태가 터키 경제 자체의 큰 문제라기보다는 미국과의 관계 악화에서 온 것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겠느냐, 또 이런 상황이 오래 가지 않을 수 있다, 환율도 연말에 가면 상당히 해결될 것이다. 이러한 긍정적인 시각이 많은 것 같고요. 많은 분들 만나봐서 큰일 났다는 얘기는 크게 들어보지 못한 것 같은데,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체 상황이 안 좋다는 뉴스가 계속 나오다 보니까 신경을 많이 쓰시는 것 같고요. 그리고 특히 체감적으로 물가가 많이 오르고 있습니다. 통화가치가 떨어지면 물가가 오르기 마련인데, 특히 터키가 공산품 수입을 되게 많이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 공산품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는데, 보니까 지난달도 물가가 10% 이상 올랐고요.

◇ 김혜민> 그럼 많이 오른 거 아니에요?

◆ 박병률> 많이 올랐죠. 그리고 또 물어보면 체감 물가는 더 많이 오른 것 같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요. 주민들한테 물어보니까 닭고기 같은 경우에 두 달 전에 비해서 물가가 40% 올랐다. 이런 얘기도 합니다. 이러다 보니까 아무래도 서민들 입장에서는 물가 상승에 따른 부담을 서서히 체감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 김혜민> 기자님이 말씀해주셨지만, 터키 상황의 주요 원인은 미국과의 갈등, 정치적인 이유잖아요. 누가 그런 기자님 기사에 댓글을 남겼더라고요. 만약에 우리나라가 미국과의 정치적 갈등 때문에 이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하면 국민들이 난리가 났을 거다, 대통령 이렇게 하면 안 된다, 이렇게 했을 거라고 했는데요. 지금 터키 사람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을 믿는다, 미국이 우리를 압박하고 있지만, 우리는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아주 대범한, 대담한 태도를 취하는 분들이 많다고 해요. 이게 맞나요?

◆ 박병률> 네, 사실 정치적인 환경이 우리나라하고 많이 다르기 때문에요. 여기는 에르도안 대통령을 중심으로 뭉쳐있는 분위기가 있고, 언론의 문제라든가, 이런 것도 한국에 비해서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는 그렇습니다만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또 대통령에 대한 지지, 그리고 정치 체제, 이런 것들이 민주화된 우리하고도 많이 다른 부분이 있어서 일단 외부에서의 공격에 대해서 내부가 뭉치는 모습도 있고요. 아무래도 여기가 무슬림의 나라이다 보니까 이쪽 시각에서 보는 미국에 대한 것도 우리하고는 다른 것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제 카타르였나요? 거기서 터키를 돕겠다, 이런 얘기를 하는데, 터키가 구분상으로 보면 때로는 유럽에 속하기도 하고요. 때로는 중동으로 속하기도 하거든요. 그리고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대부분 관광객들은 중동 사람들이고요. 그러다 보니까 미국과의 관계 악화는 중동과 친해지는 결과를 불러오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데 우리가 한국에서 생각할 때에 정서라든가, 국제 역학관계가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 김혜민> 많이 달라서 터키 현지인들의 낙관적이고 대담한 태도가 조금 이해가 안 가는 걸 텐데요. 전문가들은 이 사태를 어떻게 예견합니까? 지금 터키 시민들처럼 잘 될 거예요, 이거 정치적 문제만 해결되면 경제 위기는 금방 극복할 거예요, 전문가들도 그렇게 판단합니까?

◆ 박병률> 사실 전문가들도 다양한 것 같습니다. 터키 전문가들은 아까 말씀드렸던 것 같은 시민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고요. 그런데 다만 역시 변수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가 어떻게 갈 것이냐인데, 여기서 시민들이 예를 드는 것 중에 재미있는 것이 러시아 사태 얘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2015년에도 러시아 전투기가 격추되면서 러시아랑 터키 관계가 상당히 안 좋았습니다. 아주 악화가 됐었는데, 그게 어느 날 담판으로 결정됩니다. 지금은 아주 좋은 관계로 변했는데, 이런 것처럼 정치 체계도 우리랑 다르고 하는 상황에서 아주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대통령이 의지만 가지면 얼마든지 협상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이렇게 낙관적으로 보는 분들이 많은 것 같고요. 터키라는 곳이 여러 가지로 전략적 요충지입니다. 미군도 여기에 주둔하고 있는데, 미군이 대중동 정책을 펴는 가장 앞에 있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미국이 압박을 하더라도 상황이 아주 극단적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생각도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고요. 다만 많은 분들이 생각하는 게 18일부터 긴 휴가에 들어가는데 금융도 거의 정지가 되고,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습니다만, 이것 끝나고 나서 큰 변화가 있지 않을까, 미국과의 관계가 개선되든, 아니면 더 악화되든,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그리고 물론 여기서는 많은 주민들이 미국과의 관계 악화를 근본적인 원인으로 두기는 하지만 국내에서도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신 것처럼 터키 자체가 경제가 아주 좋은 편은 아니었거든요.

◇ 김혜민> 그렇죠. 기초 체력이 그렇게 좋은 나라는 아니잖아요.

◆ 박병률> 네, 무역적자에다가 재정 적자, 이른바 쌍둥이 적자가 심했고요. 어쨌건 다른 나라에서 돈을 빌려와서 경제를 계속 만드는 구조였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미국과의 경제 악화는 일종의 트리오가 된 거고, 그런 면에서 봤을 때는 미국과의 관계가 회복되더라도 빠른 시일 내에 경제가 제 기능을 하기는 힘든 것 아니냐는 시각도 많은 것 같습니다.

◇ 김혜민> 한인들의 피해가 있을까, 이런 걱정도 됩니다. 한인 사회의 표정도 전해주시죠.

◆ 박병률> 아무래도 이 나라의 통화 가치가 변동이 심하다 보니까 한인 중에서도 표정이 엇갈릴 수밖에 없는데요. 먼저 터키에 사시면서도 리라화가 아닌 우리 원화라든가, 유로화로 결재하던 분들은 아주 유리해졌습니다. 리라화 가치가 폭락하다 보니까 같은 돈의 원화를 가지고 있더라도 우리 가치가 두 배 정도 됐거든요. 예를 들면 1년 전에 1리라당 원화가 320원이었는데, 지금은 1리라당 원화가 170원까지 떨어져 있습니다. 우리 원화가 지금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여기 사는 분 얘기를 들으니까 한 달에 5,000리라의 월세를 내는 분이 계신데요. 이게 1년 전에는 우리나라 돈으로 환전하면 160만 원 정도가 됐는데, 지금은 한국 돈으로 계산하면 85만 원밖에 안 된다. 월세 160만 원짜리가 85만 원으로 바뀌었으니까 상당히 여유가 생기신 거죠. 그리고 가까운 프랜차이즈점에서 커피 한 잔, 그리고 햄버거 세트를 먹더라도 예전에는 햄버거 세트 하나에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3,700원~4,000원 하던 게 지금은 2,000원밖에 안 느껴지니까 물가가 확실히 싸졌다. 이런 분들은 웃으실 거고요. 반대로 여기서 사업을 오래 하셨기 때문에 리라화로 결재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분들은 아주 힘들어진 거죠. 리라로 받아서 결국 이걸 가지고 우리나라 돈으로 환전해야 하는데, 그러면 수익이 거의 절반 가까이 줄어들게 되고요. 특히 여기 진출한 우리 기업들도 많습니다. 삼성전자, LG전자, 우리가 말만 하면 알만한 기업들인데 이런 기업에서 사업을 할 경우에 이걸 가지고 우리나라 돈으로 바꾸게 되면 아무래도 수익이 줄어들게 나오니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요. 우리 기업 중 일부 터키에 진출한 기업은 상당히 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 김혜민> 오늘 YTN 라디오 생생경제의 경제 과외 선생님, 박병률 기자가 터키 현지에 계세요. 기자님, 언제 오세요?

◆ 박병률> 아직 정확하게 귀국 날짜가 결정이 안 됐습니다.

◇ 김혜민> 어떤 것을 더 취재하실 계획이세요?

◆ 박병률> 조금 더 여러 가지 둘러봐야 할 것 같습니다. 여기 있는 분들도 만나봐야 할 것 같고요.

◇ 김혜민> 다음 주에도 터키에서 전화 연결할 수도 있겠네요.

◆ 박병률> 그건 아직 알 수가 없습니다.

◇ 김혜민> 기자님, 오늘 인터뷰 감사합니다.

◆ 박병률>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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