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점 늦추고 퇴근 당기고...노동계 "근로 여건부터 먼저 개선해야"

개점 늦추고 퇴근 당기고...노동계 "근로 여건부터 먼저 개선해야"

2018.07.02. 오후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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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근로시간 단축이 시작된 첫 월요일이었는데요.

일부 백화점은 개점 시간을 늦췄고, 몇몇 기업은 퇴근 시간을 앞당겼습니다.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노동계는 사업장 절반에서 임금이 감소했다며 근로 여건 개선을 촉구했습니다.

이정미, 정유진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기자]
오전 10시 반!

지난 39년 동안 백화점이 문을 열던 시간이지만 오늘은 달랐습니다.

오전 11시 정각이 돼서야 셔터 문이 올라갑니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개점 시간을 30분 늦춘 겁니다.

[김종민 / 신세계백화점 과장: 영업시간을 단축함으로써 협력사원들의 근로시간 단축을 유도하기 위해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영업시간은 줄이지 않으면서 퇴근 시간만 1시간 앞당겨 야근 체제로 운영하는 곳도 있습니다.

[유형재 / 백화점 고객 : 일하시는 분들도 근로자기 때문에 누려야 할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상당수 대기업은 근로시간을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하면서 출근 시간을 늦추거나 퇴근 버스 운영 시간을 앞당기기도 했지만, 일찌감치 준비에 나서 큰 혼란은 없었습니다.

중견기업도 직원 수 300명 이상이면 대상!

타격이 우려됐던 일부 제조업체는 직원을 더 뽑아 2조 2교대를 3조 2교대로 바꾸는 식으로 방법을 찾아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품 A/S나 출장 등에 대한 지침이 명확하지 않고, 인건비 부담과 연차 휴가에 따른 공백을 어떻게 해결할지는 여전히 고민거리입니다.

[구현석 / 중견기업 '에이엔피' 수석부장: 주 단위로 하다 보니까 (법을) 어길 소지가 있기 때문에 탄력 근무제를 6개월까지 연장을 해달라는 부분이고요.]

직원들의 반응은 반반입니다.

[최성준 / 중견기업 '에이엔피' 직원 : 많이 좋아들 하시는데 자녀들 있고 그러신 분들은 아무래도 시간이 줄어드니까 좀 더 벌고 싶어 하는 마음 있는 분들도 좀 있는 것 같아요.]

근로시간 단축 제도의 본격 시행!

앞으로 6개월은 계도 기간을 거친다지만 곳곳에서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가운데 변화는 이미 시작됐습니다.

YTN 이정미[smiling37@ytn.co.kr]입니다.

[기자]
궂은 날씨에도 건설노동자들이 청와대 앞에 모였습니다.

건설 현장의 처우 개선을 촉구하기 위해서입니다.

"지긋지긋한 고용불안, 고용 안정 보장하라! 고용 안정 보장하라!"

참석자들은 주 52시간 시대가 열렸지만 근로 여건이 나아지지 않으면 무용지물일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석원희 /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부위원장 : 단언컨대 이대로라면 노동시간 단축 없는 임금삭감만 있을 수 있다. 불법도급으로 자신이 얼만큼 일하고 얼만큼 받아야 하는지 알면서 일하는 건설노동자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건설노조는 오는 12일 조합원 3만5천 명이 모이는 총파업 투쟁을 예고했습니다.

주 52시간 근무제로 노동시간이 단축된 만큼 임금도 줄어들 것이라는 조사 결과도 나왔습니다.

한국노총이 소속 사업장 260여 곳을 조사해 보니, 근로시간이 줄면서 임금도 함께 줄어든다는 사업장이 절반을 넘었습니다.

특히 주 52시간이 우선 적용된 300인 이상 기업은 60%가 임금 감소를 예상했고, 감소율은 평균 16%였습니다.

반면에 회사가 임금 차액을 모두 보전해주기로 한 곳은 7곳이었고, 일부라도 채워주는 사업장은 33곳에 그쳤습니다.

첫발은 내디딘 주 52시간 근로제,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제도가 현장에 정착되기까지는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습니다.

YTN 정유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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