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경제]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8천명 직접고용, 무노조 80년 무너뜨린 배경은?

[생생경제]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8천명 직접고용, 무노조 80년 무너뜨린 배경은?

2018.04.18. 오후 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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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경제]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8천명 직접고용, 무노조 80년 무너뜨린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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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인터뷰]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8천명 직접고용, 무노조 80년 무너뜨린 배경은?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6:00)
■ 진행 : 김혜민PD
■ 대담 : 박상인 서울대 교수

◇ 김혜민PD(이하 김혜민)> 오늘 가장 뜨거운 경제뉴스를 제일 생생하게 전해드리는 시간입니다. 삼성전자서비스가 90여 개 협력업체 서비스기사 등 직원 약 8000명을 정규직으로 직접 채용하기로 했습니다. 반가운 뉴스이고 그렇게 듣고 싶었던 뉴스인데 뒤통수가 약간 간질간질합니다. 이유가 무엇인지 서울대 박상인 교수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박상인 서울대 교수(이하 박상인)> 네, 안녕하십니까.

◇ 김혜민> 대표적인 재벌개혁론자라고 꼽히시는데요, 아니라고 말씀 못 하시겠죠?

◆ 박상인> 계속해서 주장하고 있습니다.

◇ 김혜민> 재벌 관련된 뉴스를 보면 기도 안 찹니다. 한편으로는 재벌 개혁이라는 교수님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쏟아지는 재벌 관련 뉴스들을 보시면 어떤 생각을 하세요?

◆ 박상인> 재벌 개혁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첫 번째는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 이른바 awareness가 필요한데요. 그런 측면에서 상당히 국민적 awareness가 높아져서 재벌개혁의 적기가 되고 있다는 느낌이고요. 두 번째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열망을 실제 정부가 담아서 집행하는 구체적인 정책 설계와 집행이 필요한데요. 그 부분은 아직까지 미흡해 보이고요. 문재인 정부가 올해 안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개혁 방향을 만들어서 이러한 적폐, 이러한 부조리가 되풀이되지 않은 정상적이고 건강한 사회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김혜민> 재벌과 기업은 사실 뜻도 좀 다르고 의미도 다르고 평가 받아야 할 부분도 다른데 중요한 것은 이게 동일시되고 있는 현재 상황이 문제이잖아요. 오늘 기업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삼성전자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가 90여 개 협력업체 직원 8천여 명을 직접 고용하겠다고 했습니다. 교수님, 반가우시죠?

◆ 박상인> 네, 반가운 뉴스이고요. 이를 계기로 비정상적인 간접고용이나 사내 하청들이 없어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김혜민> 계기가 될까요?

◆ 박상인> 향후 지켜봐야 할 문제이고요. 삼성전자나 삼성그룹이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고 선도해 가느냐가 중요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 김혜민> 그래서 정규직이 되면 직원들에게 나타나는 변화가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 박상인> 가장 중요한 건 직업의 안정성이겠죠. 정규직을 원하는 가장 큰 이유가 직장의 안정성 문제이고요. 처우 문제도 개선될 거라고 기대됩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을 보면 비정규직이 정규직의 60% 안 되는 수준이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 같은 것을 보면 격차가 심합니다. 직업의 안정성과 처우 개선 같은 게 기대된다고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 김혜민> 노조가 임단협 창구 역할을 하게 되면 직원들의 처우나 수리 실적에 따라 불규칙했던 급여 문제 등이 상당부분 개선될 거로 보여서 말씀하신 대로 반가운데요. 그런데 우려가 되는 건, 삼성전자 서비스 협력사 사장 입장에서 보면, 직접고용을 해버리면 이분들은 하루아침에 중소기업 사장이라는 지위를 잃게 되는 거잖아요.

◆ 박상인> 그렇죠. 하루아침에 일어날 수는 없고요. 위탁 계약이 있기 때문에 계약을 해지하기 위해서 중소기업 사장님들과 삼성전자서비스가 협상해야 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사장님들이 갖고 있는 영업권이나 이런 것에 대한 배상 문제가 해결되어야 할 거고요. 아마 이분들도 관리직으로 고용을 승계하는 작업들이 있을 겁니다. 그렇기에 협상 과정에서 약간의 파열음은 있을 수 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중소기업 사장님들에 대한 처우 문제나 고용 문제도 같이 논의될 거로 예상됩니다.

◇ 김혜민> 뉴스에서 협력업체 사장님께서 하신 말씀을 보고 마음이 아팠어요. 하청 업체라는 이유만으로 평생을 일궈온 회사를 하루아침에 폐업해야 하는 건 너무한 조치다. 우리 직원들은 우리 회사의 정규직이었다고 하셨는데, 이러한 사장님들에 대한 이야기도 잘 들으셔서 삼성 쪽에서 이런 쪽에 문제가 없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할 것 같아요. 파열음은 있을 수 있지만 대의에서 보면 아주 반가운 뉴스이잖아요. 그런데 제가 앞서 표현한 것처럼 뒤통수가 간질간질하다는 게 문제예요. 검찰이 오늘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관련 문서들이 있다는 지하창고를 압수수색했거든요. 이처럼 노조 관련된 탄압 문제가 불거지니까 혹시 이렇게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하는 분들도 계세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 박상인> 타이밍이 그러니까요. 우리가 합리적 의심이라고 이야기를 하는 거고요. 진정성이 있으려면 삼성전자서비스 쪽에서 노조 탄압과 관련된 검찰, 경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진정성을 가지고 임해야 합니다. 이러한 간접고용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한다는 뉴스를 가지고 물타기를 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러한 조치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순간적인 조치가 아니냐, 일시적인 조치가 아니냐는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은 수사에 적극적으로 성실하게 임하고 협조해야 한다는 부분이고요. 경찰도 수사를 더 철저히 해야 하고요. 그 결과가 나오면 삼성전자도 겸허히 받아들이고 비정규직 문제라든지 노조 문제에 대해 제도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을 밝히고 발전시켜나가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 김혜민> 검찰에서도 일단 정규직화한 부분은 그 부분이고, 이것과 상관없이 노조 탄압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조사한다고 했으니까요. 지켜봐야 할 것 같고요. 오늘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삼성은 무노조 경영을 폐기했다고 국내와 국제 사회에 공식적으로 선언하라, 이 이야기가 아마 교수님 지적하신 대로 진정성을 보여달라는 거거든요. 교수님,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수사에 적극적으로 임해라는 얘기도 해주셨는데,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삼성이 어떻게 해야 진정성을 증명할 수 있을까요?

◆ 박상인> 수사 문제는 증거들을 많이 은폐했거나 폐기했다는 의혹들이 있습니다. 조직적인 증거 은폐나 폐기 같은 것들이 있었다면 거기에 대해 남은 자료라도 제출하고 자수하는 게 필요하다고 보이는 거고요. 두 번째는 노조활동을 보호한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밝히라고 한 것이 그룹 차원에서 이야기한 것이 아니고 직접 고용하겠다, 노조 활동 승계하겠다는 차원이기 때문에 삼성그룹 사실 다른 노조가 있는 거로 되어 있지만, 정상적인 노조 활동이 이뤄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상적인 노조 활동이 이뤄질 수 있는 회사의 책무들을 성실히 하겠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플랜을 밝혀야만 진정성 있고요. 단지 하나의 계열사가 아닌 삼성그룹 전체의 노조에 대한 입장 변화라는 것을 최고 책임자, 이재용 부회장이나 형식적으로 맡고 있는 분들이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입니다.

◇ 김혜민> 노조가 있긴 있지만 정상적인 노조 활동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셨습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주시겠어요?

◆ 박상인> 노조는 노동3권을 말할 때 노동조합을 조직할 수 있는 권리도 필요하고요. 단체협상할 수 있는 권리, 단체 행동의 권리 같은 것이죠. 이런 것들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하는데 회사 쪽에서 사실상 노조 활동이 위축되고 형식적으로 되도록 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삼성 쪽에서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의혹에 대해 자진해서 내부 감사를 하든지 경찰 수사에 스스로 의뢰하든지 분명히 하고 갔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 김혜민> 말씀대로 되면 좋겠는데, 자진해서 할 수 있을까 의문입니다.

◆ 박상인> 그게 진정성을 보여주는 거고요. 그렇지 않다면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제스처에 끝날 수 있다는 의혹을 할 수밖에 없는 거죠.

◇ 김혜민> 만약 순간적인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쇼라면, 정규직으로 바뀐 8천여 명도 결코 원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방송 듣는 청취자분들 중에 이런 분들이 있을 거예요. 또 노조 얘기야? 노조 만들면 경영 어려워져, 우리나라 노조가 다 망쳤어. 이런 분들 있거든요. 이 질문 많이 들으시죠?

◆ 박상인> 사실 노조에 대해 저희가 굉장히 잘못된 선입견들을 많이 갖고 계시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 노동조합 조직률이 굉장히 낮습니다. 근로자의 10% 정도인데요. OECD 꼴찌 수준입니다. 노조가 있다면 보통 재벌대기업 큰 기업에 있습니다. 노조는 재벌대기업에 있고 임금이나 근로 조건이 좋은 데 있다, 그래서 귀족노조다, 이런 식의 잘못된 이미지가 있고요. 거꾸로 보면 정말 노동조합이 필요한 90%의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이라는 보호를 못 받고 있다는 거죠. 강조하고 싶은 것은, 노동3권을 보호하는 것은 민주주의 시장경제 기본 원칙이라는 겁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맥아더 행정부가 일본에 개혁했을 때 민주국가, 시장경제국가를 건설하는 목표로 했는데, 경제민주화라고 불렀고요. 세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하나가 토지개혁을 했고, 두 번째가 재벌해체, 세 번째가 노동3권을 보호한 겁니다. 그 이후 공정거래법도 제정했죠. 지주라든지 재벌에 의한 경제력 집중에 있으면 시장경제 민주주의라는 다원주의에 기초한 이런 제도가 작동 안 된다는 거고요. 기업이 돈을 벌 때 불공정한 행위로 벌어서도 안 되고 노동 착취를 통해서도 벌어선 안 된다는 거죠. 돈을 벌 때는 경영 혁신이라든지 기술 혁신을 통해서만 돈을 벌도록 하는 게 시장경제 기본 아이디어입니다. 노동 3권을 보호한다는 것은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뿐만 아니고 기업 경영자들, 소유자들의 유인이 돈 벌 유인을 경영혁신과 기술혁신으로 몰아가는 역할을 한다는 면에서 친시장적이고요. 과거 일부 대기업 노조들의 이기적인 행위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그런 것 가지고 전체 노동조합 운동이나 노동조합을 평가해선 안 된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고요. 정말 필요한 90% 노동자들은 아무런 노동3권의 사실상 혜택을 못 받고 있다는 겁니다.

◇ 김혜민> 그러니까 노조는 시장경제에서 최소한의 장치이네요. 보호할 수 있는. 아주 기본이고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이고요.

◆ 박상인> 시장경제가 발전한 미국뿐만 아니고 유럽 모든 나라들, 일본을 보더라도 노동3권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높고요. 노동3권이 시장경제, 건강한 민주주의를 만든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극우적 사고라고 봅니다.

◇ 김혜민> 그게 바로 극우적인 사고다, 노조를 반대하는 사고가.

◆ 박상인> 그렇습니다.

◇ 김혜민> 기업도 노동자도 역할들이 있겠지만,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노조 탄압이나 정규직 탄압에 대한 확실한 틀을 만들어준다면, 그 틀 안에서 움직인다면 불필요한 갈등이 없을 것 같아요.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세요?

◆ 박상인> 정부가 노사정 만들었는데 제대로 작동이 안 되는데 빨리 작동했으면 하는 바람이고요. 비정상적 간접고용 많은 것을 해소하는 게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간접고용이나 프리랜서 같은 아웃소싱을 죄악시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적정한, 합리적인 경제적 유인을 통한 아웃소싱 같은 것이 이뤄지는 것보다 일종의 노동착취를 위해서 이뤄지는 부분들, 위험을 외주화하는, 위험에 대한 부담을 전가시켜서 비용을 절감해 그 부담이 노동자, 국민에게 돌아가게 하는 비정상적인 제도를 갖고 있습니다. 유인체계를 갖고 있기에 이것을 바로잡아주는 게 정부에서 할 일이고요. 정상적인 경영 활동과 노동 활동이 보장되게 해주는 게 정부에서 할 일인데요. 그러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노동개혁이 필요합니다. 과부화 되거나 경직성 있는 부분도 있고요. 그런 부분을 완화시키고 대다수의 노동자가 보호받지 못하고 법적인 혜택에서 사라진 부분을 메우는 것도. 이런 것들을 포괄한 노동개혁이 필요하고요. 노동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재벌개혁을 동시에 할 필요가 있다. 노동개혁과 재벌개혁을 정부가 동시에 추진해야만 두 가지 정말 어려운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하나만 추진하면 오히려 실패할 수 있고요. 노동자가 재벌개혁을 통해 양보할 건 하고 재벌들은 노동개혁을 통해 양보할 건 하고. 그런 상생의 구조를 만들어가는 큰 그림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 김혜민> 그러니까 기업 입장에서는 노동자가 없으면 기업이 유지될 수 없고요. 노동자 역시 기업이 없으면 일자리가 없어지는 거잖아요. 둘 모두 상생해야 하는데요. 대립한다는 게 문제입니다. 1740번 님, “지금 대한민국은 노조와 시민사회 단체가 정권을 잡고 있습니다. 노조와 시민단체 결제가 있어야 정부가 움직입니다.”라고 보내주셨어요. 사실 이런 생각을 하시는 분도 계세요.

◆ 박상인> 그런 분들 계십니다. 저도 경실련이라는 시민단체에 있습니다만, 사실 전혀 아닙니다. 시민단체들이 오히려 무기력감을 많이 느끼는 경우가 많고요. 우리 관료라든지 재벌, 기득권층이 정말 두껍습니다. 기득권층이 자기 이익과 반하는 어떠한 개혁이라든지 변화도 두려워하고 겁을 냅니다. 그것은 언론을 통해 과장되게 포장되면서 색깔론 같은 식으로 퍼지고요. 노조에 대한 반감들, 잘못한 부분들 확대해서. 결코 건강한 방향이 아니다. 이런 토론들이 좀 더 많이 이뤄지고 국민 전체가 여기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알게 되면 바뀔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 김혜민> 제가 1740번 님 의견을 소개한 이유가, 지금 교수님 말씀하신 것처럼 이런 분들과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이 같이 토론해서 그 프레임과 색깔을 던지고 본질에 집중하면 우리가 뭐가 정답인지 알 수 있잖아요.

◆ 박상인> 그게 정말 필요하고요. 생생경제를 비롯한 언론들이 해줘야 할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혜민> 교수님이 자주 나오셔야 할 것 같아요. 본질을 볼 수 있는 눈을 같이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교수님, 오늘 좋은 인터뷰 감사드립니다.

◆ 박상인>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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