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새아침] “삼성증권 배당사고 사태, 상식은 없고 사익만 있었다”

[출발새아침] “삼성증권 배당사고 사태, 상식은 없고 사익만 있었다”

2018.04.09. 오전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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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새아침] “삼성증권 배당사고 사태, 상식은 없고 사익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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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18년 4월 9일 (월요일) 
□ 출연자 :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2013년 한맥투자증권 주문실수로 파산한 사건과 유사
-‘팻 핑거’, 금융시장서 간혹 되풀이되는 실수
-상식적으로 확인작업만 했어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
-잘못 입금된 돈을 무단인출, 횡령죄 적용
-당시 주가변동 극심, 평소 거래량보다 20배 가까이 폭증
-고객 계좌 속 유령주식 여부 확인 시스템 없어, 내부통제 강화 필요
-주식거래 시스템 허점 드러나...개선작업 필요
-이번 사태, 공매도와는 다르다

◇ 백병규 앵커(이하 백병규): 증권사상 최악의 배당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우리사주를 가진 삼성증권 직원들에게 배당을 하면서 1주당 1000원의 배당금을 줬어야 하는데, 1000원이 아닌 무려 1000주의 주식을 지급하는 사태가 벌어진 건데요. 28억 원의 현금이 배당됐어야 했는데, 28억 주가 입금이 된 것이죠. 금액으로 따지면 110조가 넘는다고 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던 건지, 자본시장연구원 황세운 연구위원, 전화로 연결해서 자세한 이야기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하 황세운): 안녕하세요.

◇ 백병규: 이런 일이 과거에도 있었나요?

◆ 황세운: 네. 비슷한 사건이 간헐적으로 전 세계,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가끔 한 번씩 발생하는 사고인데요. 이런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다 보니까 입력 실수 사고를 지칭하는 ‘팻 핑거’(Fat Finger)라는 용어도 생겨날 정도였습니다.

◇ 백병규: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실까요?

◆ 황세운: 팻 핑거라고, 손가락이 뚱뚱해지면 타이핑을 하다가 옆에 키를 잘못 누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팻 핑거라는 전문적인 용어까지 생길 정도거든요. 우리나라 경우를 살펴보면 지난 2013년에 한맥투자증권이라는 회사가 옵션 가격을 잘못 주문실수로 462억 원의 손실을 입고 파산한 사건이 있었고요. 일본에서도 사실 비슷한 사례가 있었는데요. 2005년이었습니다. 당시 일본의 대형 증권사 미즈호증권이라는 증권사가 있었는데 한 직원이 61만 엔짜리 주식 한 주를 팔려고 하다가 이것을 반대로 61만 주를 1엔에 내놓는 대형 사고를 쳤거든요. 이러다 보니까 미즈호증권 주식 주가가 하한가로 폭락하면서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줬던 그런 유사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 백병규: 그렇군요. 그러니까 이게 처음은 아니고 간혹 되풀이되는 실수이긴 한데.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 가장 황당하고 그리고 정말 이럴 수가 있나 싶은 게, 일부 직원들한테 1000원 대신에 무려 1000주의 주식이 지급됐다는 거잖아요. 그러면 직원들은 다른 사람들도 아니고 증권회사 직원들이잖아요. 당연히 이건 문제가 있구나, 잘못 들어왔겠구나, 이렇게 확인하지 않았겠습니까? 그런데 이걸 20분 만에 다 팔아치운 직원들이 있고, 이것 때문에 주가가 11% 넘게 폭락하지 않았습니까?

◆ 황세운: 네. 사실 이 부분이 매우 안타까운 부분인데요.

◇ 백병규: 안타까운 게 아니라 이건 좀, 안타깝다고 봐야 하나요?

◆ 황세운: 네. 증권사 직원 같은 경우에는 금융시장 관행이나 혹은 주식거래에 대해서 매우 익숙한 인력들이라고 봐야 하거든요. 따라서 자신의 주식 계좌에 상식 수준으로 설명하기 힘든 대량의 주식이 입고되었다면 이건 당연히 뭔가 착오가 있다, 이렇게 의심을 하고 여기에 대해서 확인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봐야 하거든요. 만일 해당 증권사 직원들이 이런 확인작업을 했다면 오류가 있었음이 손쉽게 발견되었을 것이고요. 유령주식 매도가 야기한 이런 엄청난 사고는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인작업이 아니라 오히려 매도를 단행했다는 것은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아주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봐야겠죠.

◇ 백병규: 그때 삼성증권 한 주가 얼마씩이었죠?

◆ 황세운: 그 전날 종가 기준으로 하면 3만9800원입니다.

◇ 백병규: 그러니까요. 그런데 직원들이, 설령 직원이 아니라 하더라도 자기한테 없던 주식이 갑자기 들어오면 이건 좀 이상하다, 이렇게 생각하는 게 일반적인 상식 아닌가요?

◆ 황세운: 상식선에서 생각을 해도 이건 이상하다고 판단을 내려서 확인작업을 거치는 게 당연한 거죠.

◇ 백병규: 그런데 그러면 그분들은 어떤 생각으로 이렇게 팔아치웠을까요?

◆ 황세운: 일단 잘못된 주식이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내 돈이 될 수 있다는 그런 잘못된 생각들을 하신 게 아닌가.

◇ 백병규: 혹은 나중에 사후 처리하더라도 일단 돈으로 바꿔놓고 나면 뭔가 이익이 될 수도 있겠다, 이렇게 생각했을까요?

◆ 황세운: 그렇게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합니다. 그런데 사실은 굉장히 잘못된 생각이고요. 예를 들어서 우리가 살다보면 내 계좌에 갑자기 이상한 돈들이, 예를 들자면 5억 10억 이렇게 갑자기 잘못 입금되는 돈들이 발생할 수도 있거든요. 그렇게 내 계좌에 잘못 입금된 돈을 내가 무단인출해서 사용하게 되면 이것은 횡령죄가 적용되는 아주 큰 사안이 돼버리거든요.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 백병규: 알겠습니다. 주가가 11% 넘게 폭락했다고 했는데요. 이렇게 되면 개인투자자들의 경우 그야말로 날벼락을 맞은 셈인데, 어떻게 되는 건가요? 삼성증권 측에서 보상을 해주겠다고 이야기는 나오고 있는 것 같아요.

◆ 황세운: 네. 일단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규모는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되고요. 이날 주가변동이 극심하였던 오전 10시 5분까지의 삼성증권 거래량을 살펴보면 770만 주 정도 되거든요. 평소 삼성증권의 하루 평균 거래량이 40만 주가 채 안 되는데 한 시간 정도 만에 770만 주가 거래된 거죠. 얼마나 주식거래가 폭증했는지를 알 수가 있는데. 

◇ 백병규: 20배 가까이 된 거예요?

◆ 황세운: 네. 그런데 마감 기준으로 봤을 때는 2000만 주까지 증가하게 됩니다. 따라서 정확한 피해규모는 개인투자자들의 거래 비중 같은 것들을 조금 확인해봐야 할 것 같은데요. 일단 삼성증권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의 피해액 상황을 최대한 구제를 하겠다, 라는 원칙적인 그런 입장표명은 했습니다. 따라서 어느 정도 일정 수준의 개인투자자 보상은 이뤄질 수 있을 것 같기는 한데, 구체적으로 모든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구제될지는 조금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백병규: 이게 정말 큰 문제가, 삼성증권의 총 발행주식보다도 무려 30배가 넘는, 말하자면 유령주식이 거래가 된 셈이잖아요. 이럴 수가 있습니까?

◆ 황세운: 많은 분들이 가장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부분이 바로 존재하지 않는 유령주식이 어떻게 팔릴 수가 있느냐, 바로 이 부분인데요. 주식거래 시스템에 허점이 존재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고객의 주식계좌를 관리하는 증권사의 거래 시스템은 고객 계좌에 매도할 주식이 충분히 있는지는 확인하지만, 고객 계좌에 들어있는 주식이 실제로 존재하는 주식인지 아니면 유령주식인지를 확인하지는 않거든요. 따라서 증권사가 실수로 고객 계좌에 주식을 잘못 기재한다 하더라도 해당 주식이 팔려나갈 수 있었던 그런 원인이 되었고요. 이런 허점이 확인되었기 때문에 개선작업도 반드시 필요하다, 라고 볼 수 있죠.

◇ 백병규: 그런데 말이죠. 그런 게 가능하다고 한다면 증권회사들이 일부러 말하자면 어느 누구 계좌에 주식이 들어있는 게 실제 보유 여부는 확인이 안 된다, 이렇게 되어 있으니까 가상의 계좌에 말하자면 지금처럼 입력해놓고 거래할 수 있는 여지를 일부러 터놓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이런 의심을 해볼 수도 있지 않나요?

◆ 황세운: 네. 그런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 사실이고요. 사실 상당히 합리적인 의혹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차제에 과거에 진짜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를 조사하는 것은 사실 상당히 중요하다. 그리고 미래에 이런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방지하기 위해서는 과거에 있었던, 만약에 유사한 사건이 또 있었다면 그런 사건들을 찾아내서 적정하게 처벌하는 그런 조치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봐야겠죠.

◇ 백병규: 이제는 보면 삼성증권에서 2012년도인가요. 무차입 공매도 금지 규정 위반으로 과태료 징계를 받은 적이 있었던데.

◆ 황세운: 네. 5000만 원 과태료 징계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 백병규: 그때는 이와는 다른 사안이었나요?

◆ 황세운: 네, 네. 그때는 삼성증권에서 무차입 공매도를 실시한 것은 아니고요. 삼성증권의 고객 중의 한 명이 외국인 투자자였습니다. 고객 중의 한 명이 무차입 공매도를 실시했는데 거기에 대해서 일부 책임을 물어서, 직접 한 것은 아니지만 고객이 무차입 공매도를 했고 거기에 대한 관리가 조금 미흡했다. 그런 차원에서 과태료 5000만 원을 부과받은 적이 있습니다.

◇ 백병규: 그렇군요. 공매도 문제도 이러면서 다시 쟁점이 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이번 사태로 공매도 반대 여론, 상당히 들끓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보면 ‘공매도를 금지해야 한다’ 여기에 대해서 벌써 동의한 게 14만 명이 훌쩍 넘었는데요. 공매도 문제, 어떻게 보십니까?

◆ 황세운: 사실 조금 안타까운 부분은 이번 사건에 있어서 핵심적인 사안은 공매도는 사실 아니거든요. 삼성증권이 실수로 잘못 기재를 했고 그것들이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 때문에 결국 시장으로 팔려나가는 이런 사태. 다시 말해서 시스템 관리상의 허점, 그리고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 이런 것들이 오히려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인데 이것이 또 공매도로 불이 붙어서 반대여론이 굉장히 커지고 있거든요. 따라서 사태의 지금 정확한 핵심과 약간은 조금 비껴있다, 라는 판단이 조금 들고요. 조금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 백병규: 이 부분은 공매도에 대한 일반 개미 투자자들의 의심이랄까요. 억울함, 이런 것들이 반영된 거 아닐까요?

◆ 황세운: 네. 일단 개인투자자분들은 기관과는 달리 공매도에 대한 접근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게 사실이거든요. 따라서 이런 불만들을 조금 해소하기 위해서는 개인투자자들이 손쉽게 공매도에 참여할 수 있는 그런 방안들을 조금 마련하는 것이 굉장히 필요해 보입니다.

◇ 백병규: 알겠습니다. 금융감독원도 이번 사안 집중 점검하겠다. 그래서 오늘부터 특별점검에 나선다는 소식인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 아니냐, 이런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만 외양간이라도 제대로 고쳤으면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 황세운: 일단 허점이 드러난 고객 계좌 관리 방식과 그다음에 증권사들의 내부 통제 관련된 부분들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사실 직원들의 이상 행동 내지는 이상 주식거래에 관련해서 증권사들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에서는 좀 아쉬운 부분이 있거든요. 따라서 증권사들이 임직원들의 이상 거래활동을 조금 더 강력하게 감시할 수 있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확대하는 그런 부분들이 반드시 필요하고요. 또 한 가지, 증권거래 시스템에 있어서 이렇게 유령주식이 또 다시 거래에 나올 수 있는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안 되거든요. 따라서 거래상에서 주식을 확인하는 그런 거래절차를 강화하는 이런 시스템 보완이 필요하다고 보입니다.

◇ 백병규: 삼성증권 직원들이 자기 계좌로 입금된 유령주식들을 그냥 팔아치웠다. 이 소식 들었을 때 같은 업종에 있는 전문가로서 어떤 생각이 가장 먼저 드셨습니까?

◆ 황세운: 굉장히 큰 실망감과 그리고 굉장히 오히려 부끄럽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증권사 직원이라면 당연히 여기에 뭔가 착오가 있다. 그리고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확인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서 먼저 노력했어야 했는데 그런 것이 아니라, 물론 굉장히 극소수 일부 직원들이긴 합니다만, 이런 부분들을 개인적인 그런 사리를 채우기 위해서 악용했다는 점은 사실은 굉장히 실망스러운 부분이라고 볼 수밖에 없거든요.

◇ 백병규: 증권업계 반응은 좀 어떻습니까?

◆ 황세운: 일단 증권업계는 이런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에 굉장히 큰 놀라움을 표시하고 있고요. 이런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시스템적으로 보완하는 것이 사실 굉장히 중요하다, 그렇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 백병규: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황세운: 감사합니다.

◇ 백병규: 지금까지 자본시장연구원 황세운 연구위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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