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경제] 남자화장실 앞 '여성 노동자 청소중입니다...'

[생생경제] 남자화장실 앞 '여성 노동자 청소중입니다...'

2017.10.24. 오후 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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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경제] 남자화장실 앞 '여성 노동자 청소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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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인터뷰]

- 청소아줌마... 라는 호칭 속에 담겨진 사회적 차별
- 보이는데 보이지 않는 형태로 일해야 하는 악조건
- 여성인데도 남자화장실에서 감수해야 하는 정신적 어려움
- 용역, 간접고용형태의 노동권리 말할 수 없는 환경
- 제도, 노동조합 결성 등 권리보호와 사회적 인식 개선 필요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6:00)
■ 진행 : 김우성PD
■ 대담 : 환경미화노동자 A여사(익명),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 김우성PD(이하 김우성)> 한국사회 불평등 중에서 남녀, 여성차별, 이런 것들 굉장히 큰 맥락 중 하나이죠. 그중 하나 청소 아줌마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요즘 흔히 학교에서, 직장에서 마주칠 텐데요. 이분들의 노동과 처우, 사실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여성이 거의 대부분인데요. 남자 화장실을 청소하고 있죠. 이러한 상황에서 일종의 정신적 고통, 감정적 노동까지 겪어야 한다고 합니다. 가장 취약한 여성 노동 계층이면서 아줌마라는 틀로 두 번 고통받는 여성 환경미화원, 이러한 분들의 어려움들 생각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이 부분에 대해 진단해보는 시간 마련했습니다. 먼저 환경미화원하고 계시는 여사님 만나보고 이어서 이화여대 사회학과 이주희 교수 연결해서 진단 들어봅니다. 직접 일하고 계신, 빌딩 청소를 담당하고 계신 여사님 연결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환경미화노동자 A여사(이하 A여사)> 네, 안녕하세요.

◇ 김우성> 여사님, 제가 편의상 여사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일하신 지 오래되셨나요? 주로 어떤 일을 하시죠?

◆ A여사> 저는 5, 6년 됐고요. 주로 미화에서 일을 하는데요. 쓰레기 수거부터 남자, 여자 화장실까지 다 담당하고 있습니다.

◇ 김우성> 일찍 나오시죠?

◆ A여사> 근무시간은 6시라고 규정되어 있지만, 직업 특성상 5시 정도에 도착하지 않으면 업무량을 다 해낼 수 없어요. 시간 내에.

◇ 김우성> 새벽 5시에 오시는 거군요?

◆ A여사> 5시예요.

◇ 김우성> 거의 첫차를 타시는 분인데요. 일하시는 곳에 계속 계시나요, 아니면 자주 옮겨 다니셔야 하나요? 어떻게 고용되신 거죠?

◆ A여사> 저희들이 계약직이기 때문에 계약 조건에 따라서 조금씩 이동이 있습니다. 2~3년에 한 번씩 정도요.

◇ 김우성> 주로 여성분들이시죠? 혹시 남성분 보셨나요?

◆ A여사> 남성 화장실도 저희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 김우성> 여사님이 하시는 환경 미화 청소에 혹시 남자 직원 동료는 보신 적 있으신가요?

◆ A여사> 남자 동료들은 저희와 업무 파트가 달라요. 외곽을 한다거나 밑에 주차장을 담당한다든지 그럽니다.

◇ 김우성> 일은 거의 여성분들이 하신다,

◆ A여사> 사무실 내는 거의 저희 여자들이 하고 있어요.

◇ 김우성> 지금도 나왔지만, 남자 화장실 청소를 하셔야 하잖아요. 청소하고 계시는 분에 급한 분들은 들어오셔서 볼일 보시기도 하고요. 또 사람들 이용하고 있어도 시간이 되면 청소를 하셔야 하는데요. 어떻습니까, 불편하신 건 없나요?

◆ A여사> 많죠. 지금 일하는 곳에서는 설치가 안 되어 있는데, 원래 들어오시지 말라고 표지판을 꼭 하게 되어 있어요. 해도 그냥 의무적으로 할 뿐이지 소용이 없어요. 다들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오시고, 그래서 저희도 맨 처음 난감해서 그냥 들어오시면 나가는데, 그러다 보면 일을 처리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저희도 고개 푹 숙이고 눈 안 마주치면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 김우성> 여사님도 여성분이신데, 남성분들 오셔서 볼일 보시면 힘들거나 불편하시진 않나요?

◆ A여사> 많이 민망스럽죠.

◇ 김우성> 이러한 부분까지도 생각해볼 시간을 마련하는 인터뷰인데요. 그 이외에도 환경미화 일을 할 때 불편하거나 어려우신 점 없으신가요?

◆ A여사> 많죠. 말로 하면 많지만, 저희들 일이 그러하니까 감수하고 하는 거예요. 휴게에도 지하층에 있기에, 매연 같은 거, 그런 공간이 지하층밖에 배당이 안 되니까. 그렇게 하고 중간에 일을 할 때도 잠시 쉬는 시간을 10분, 20분 쉴 수 있는 공간이 별로 없어요. 저희들 탕비실이라고 해서 걸레 같은 것 빠는 곳에서 쪼그리고 앉아서 잠깐 앉았다 일어납니다.

◇ 김우성> 쉬는 곳 자체도 없군요. 알겠습니다. 늘 깨끗하게 환경 만들어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오늘 인터뷰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A여사> 감사합니다.

◇ 김우성> 상암동에서 환경 미화 일을 하고 계신 익명의 여사님 저희가 전화로 연결해봤고요. 이번에는 전문가와 함께 이 문제를 제대로 짚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소개해드린 것처럼 이화여대 사회학과 이주희 교수 연결해서 말씀 나눠봅니다.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이하 이주희)> 네, 안녕하세요.

◇ 김우성> 앞서 실제 일하는 분 이야기도 들어봤습니다. 쉴 곳도 없는 상황에 여러 가지로 여성으로서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는데요. 청소 아줌마라고 하는 분들, 실제 노동 환경에서 겪는 어려움들, 대책도 미흡한 것 같죠?

◆ 이주희> 네, 청소 종사자 대다수 70, 80%가 여성이고요. 또 평균 연령은 50대 중후반으로 알려졌습니다. 청소업이 가사일의 연장이라는 관점에서 상당히 저평가된 노동이고, 사회적 약자인 여성, 고령 두 가지 악조건이 합쳐지면서 노동권 이전에 가장 기본적인 인권도 지켜지지 못한 상황으로 보이는데요. 청소 노동이라는 것은 이게 보이지 않아야 한다는, 또 보아도 보는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 은폐된 노동으로서 청소 업무의 특성 때문에 이러한 어려움을 겪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화장실을 사용하는 동안에도 청소해야 한다는 건 지나치게 화장실 사용자뿐만 아니라 이러한 현실을 방치한 채 용역 업체를 고용한 사용자 위주의 사고처럼 여겨지고요. 청소하는 중에 다른 층 화장실을 사용할 수도 있고 아니면 잠시 기다려주는 배려를 할 필요가 있을 텐데, 이것은 사용자 스스로가 지켜줘야 하겠지만 용역업체를 고용한 기업이나 조직의 사용자도, 조직의 관리자도 해당 직원들에게 공지해서 위반되지 않게 실행했으면 좋겠습니다.

◇ 김우성> 여성으로서 남자 화장실 청소하는 특수한 상황에 대한 개선, 사용주 또 다른 분들이 관심 가져야 할 부분인데요. 또 하나는 쉬는 공간이 없으시더라고요. 대부분 지하이거나 걸레를 씻는 좁은 공간에서 쉰다고 하는데요. 이러한 문제도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요?

◆ 이주희> 저도 말씀 드린 대로 보이지 않아야 하는 노동이므로, 일찍 나오시는 경우도 많으신데요. 식사할 곳도 마땅치 않고 저임금 업종이라서 외식도 별로 가능하지 않은데, 도시락 먹을 데도 없으셔서 간식으로 때우거나 식사를 거르시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쉴 공간 없는 게 가장 큰 문제이고요. 저는 이 문제는 청소업의 외주화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보통 직고용하고 있다면 노동자의 대기 장소와 간단한 샤워실 포함한 휴게실 마련해주는 게 사용자 의무로 되었을 터인데요. 그것을 요구하는 것이 지금보다는 쉬웠을 텐데, 외환위기 이후 청소업이 대거 외주화되면서 실제로 노동을 사용하는 사용자가 책임을 지지않게 된 게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문제 원인이 간접 고용이나 외주화이니까 적어도 공공부문부터 직고용으로 전환하는 노력이 있는데요. 그러한 전환이 필요하고 그러한 전환이 오기 전까지는 적어도 용역 업체를 사용하고 있는 조직이나 회사가 제대로 된 대기실과 휴게실을 마련해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 김우성> 여러분께서도 화장실 이용하거나 건물에서 환경미화 하시는 분들 보시면 이러한 애로점 있다는 것을 공감했으면 하는 바람이고요. 4, 50년 전 미국 흑인 여성들의 인권 실태를 다룬 영화 같은 일들이 아직도 이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인데요. 지난 최순실 국정농단 때 이른바 청소 아줌마라고 이름을 붙인 분의 외침이 화제가 되지 않았습니까. 네 글자의 준 꾸짖음이 있었는데요. 일제히 언론들이 청소 아줌마, 이렇게 표현했는데요. 이를 문제시 삼는 분도 있더라고요. 비하도 있다고 보시는 분들이 있는데요.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 이주희> 저도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아줌마라는 말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중년의 결혼한 여성을 낮춰 부르는 말로 인식되는데요. 부적절한 호칭은 업무상 불필요한 스트레스 원인이 될 수 있고, 이 문제는 실제로 남성에 비해 지위와 권위가 낮은 여성 노동자에게 더 심각합니다. 또 조직 몰입도도 낮추고 정신 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연구도 있고요. 엄연한 노동자인 환경미화원을 아줌마라고 부르는 것에는 이러한 복합적인 문제 외에도 많은 의미가 숨어 있는데요. 여성이 하는 것으로 여겨진 돌봄 노동의 연장선에서 이 노동을 받아들이게 함으로써 힘들고 어려운 노동에 걸맞은 적절한 처우를 할 수 없게 만드는, 그러한 문제가 심각하다고 여겨집니다. 일단 가정에서는 돌봄 노동이 무보수로 진행되잖아요. 그러므로 그 연장선상에서 청소라는 노동의 낮은 임금이 당연시되고, 저임금 업종에서도 남성 노동자에게는 일종의 특별 수당, 조금 더 힘든 일을 한다는 게 배려가 되어 추가 되기 때문에 임금 격차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다른 업종에서 발견되는 성별, 직무 위계가 더 공고한데요. 보통 남성 관리자 밑에서 일하게 되죠. 그래서 한 사회에서 부르는 용어는 그 사회의식과 관념을 대변한다는 면에서, 이건 노동의 가치를 경시하고 노동자의 직업과 인격에 대한 폄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언론이나 방송, 인터넷 매체에서 노동 차별적, 성차별적 용어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 김우성> 그 일의 특성이 아니라 성적인 배경까지 포함해서 아줌마라는 돌봄 노동의 연장선, 많은 분들이 아줌마라는 호칭에 대해서 고민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러한 부분들, 청소 노동자들의 현황과 이야기들 쭉 이어오면서 많은 부분이 바뀌고 있지만 조금 함께 고민해보아야 할 중요한 몇 가지 원칙이나 이슈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부분들이 조금 바뀌려면 어떠한 생각을 해야 하나요?

◆ 이주희> 이 문제는 한국에서 일하는 여성, 특히 고령의 여성이 겪는 어려움과 차별을 대표하는 사례라고 보이는데요. 저는 일단은 지나친 성별 직무 격리, 여성 일자리 저가치화가 해소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이 직무에 대한 보상 수준이 너무 낮아서 남성 노동자가 유입이 못 되고 있는 거거든요. 당연히 여성 노동자는 남성 노동자가 더 대표되고 있는 조금 더 고임금에도 옮겨갈 필요가 있는 거고요. 그런데 보통 이 업종은 노동력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업종이기에,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청소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결성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노동조합을 결성한다면 가장 근본적 원인이라고 말씀드린 외주화 문제, 사용 사업자와 실제 고용주가 분리된 간접고용의 문제가 노동 조건을 더 악화시키는 만큼 외주화는 제어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될 수도 있겠고요. 마지막으로는 어떤 노동이든 솔직히 청소가 굉장히 필요한 노동이잖아요.

◇ 김우성> 없으면 모두가 곤란을 겪게 되죠.

◆ 이주희> 네, 사회 긍정적 가치를 창출한다면 똑같이 존중받아 마땅하다는 인식이 제발 확립됐으면 좋겠습니다.

◇ 김우성> 인식의 변화부터 모든 것들이 출발되는데요. 지금 방송 들으시는 생각만이라도 조금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교수님, 오늘 바쁘신데도 시간 감사드립니다.

◆ 이주희> 네, 감사합니다.

◇ 김우성>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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