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경제] 돈만 아는 도시, 40년 헌책방도 못 지켜...

[생생경제] 돈만 아는 도시, 40년 헌책방도 못 지켜...

2017.09.20. 오후 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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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경제] 돈만 아는 도시, 40년 헌책방도 못 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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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인터뷰]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6:00)
■ 진행 : 김우성PD
■ 대담 : 구본기 구본기생활경제연구소장

◇ 김우성PD(이하 김우성)> 젠트리피케이션, 생생경제에서도 종종 다뤘지만, 이렇게 얘기하면 말도 어렵고 안 와 닿으시죠. 둥지 내몰림, 이라고 하면 어떻습니까? 무언가 쫓겨나는 상황이 그려지시죠. 임차 상인, 임차인들이 비싼 임대료를 감당 못해 쫓겨나는 현상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도시가 특정 기업, 브랜드 위주 상업 업종으로 단순화되는 문화 현상을 말하기도 합니다. 문제는 생활, 문화, 경제, 주민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 문제이기도 한데요. 주거 기능이 떨어진 특정 상업 위주의 도시, 거리를 여러분들도 많이 보셨을 겁니다. 신촌 로터리 동교동 삼거리 방향 공씨책방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울시가 지정한 미래문화유산이기도 하고요. 서울시장을 비롯해 많은 분들의 단골 헌책방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서점도 역시 내몰릴 위기에 놓여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단지 한 임대인과 임차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이기에 좀 들여다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공씨책방의 단골이기도 한, 구본기생활경제연구소 구본기 소장 전화 연결합니다. 안녕하십니까.

◆ 구본기 구본기생활경제연구소장(이하 구본기)> 네, 안녕하세요.

◇ 김우성> 저도 사실 공씨책방 좋아해서 종종 가거든요. 책방 들렸다가 그 옆에 음식점도 있어서 가고 코스로 움직이는데요. 없어진다는 얘기만 들었는데 그냥 없어지는 게 아니라 젠트리피케이션과 관련된 상황이라고 하더라고요. 어떻습니까?

◆ 구본기> 일단 공씨책방을 소개해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신촌 명물로 통하는 헌책방이고요. 이른바 1세대 헌책방입니다. 총 45년, 신촌에서만 20년 넘게 장사했고요. 서울시가 지정한 미래문화유산이기도 합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박원순 서울시장님도 변호사 시절 단골이셨고요. 공씨책방이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는 건 작년 말부터 잘 알려진 사실이죠. 작년 건물주가 바뀌는 가정에서 임대차 계약 갱신 한 달 전에 기습적으로 퇴거 신고를 받았습니다. 정확히는 월세를 세 배를 내든지 아니면 나가든지 하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한 달 전에 기습적으로 퇴거 통보를 한데는 이유가 있는데요. 현행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기존 임차인이 새로운 임차인을 데려와서 권리금 계약을 체결하면 건물주가 꼼짝없이 새로운 임차인이랑 임대차 계약을 체결해야 합니다.

◇ 김우성> 다시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군요.

◆ 구본기> 2015년 법률이 개정되면서 바뀐 건데요. 개정안의 별명이 권리금약탈방지법입니다. 건물주들이 임차 상인들의 권리금을 약탈해서 도입된 건데요. 문제는 이것을 또 부수는 방법이 개발된다는 겁니다. 계약 만기일에 임박해서 퇴거 통보를 해버리면 기존 임차인이 새로운 임차인을 구할 시간이 없잖아요. 그것을 노리고 한 달 전에 기습 퇴거 통보를 한 겁니다. 그래서 당연히 공씨책방 입장에서는 서울시가 무려 미래문화유산으로 지정했으니 이럴 때를 대비해서 대책이 있겠지 생각하고요. 처음에는 행정적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글너데 미래문화유산 팀에서는 우리는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그냥 뒷짐을 졌죠. 그러다가 근래 박원순 서울시장님이 페이스북에 이렇게 말씀하셨죠. 서울시로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검토해서 최선을 다하겠다. 그래서 결국 서울시가 마련한 대책이 이것이었습니다. 만약 임대료 상승을 조건으로 계약 연장이 가능하다면, 그 인상분을 민간 기업 후원을 통해 지원을 하겠다. 그런데 결국 건물주가 임대료 인상 관련해서 조정에 응하지 않았고요. 내일은 공씨책방이 과연 그 자리에서 계속 머물러도 되는지, 아니면 쫓겨나야 하는지에 대한 법원의 선고가 있는 날입니다.

◇ 김우성> 유명 가수들의 임대 임차 문제들도 그렇고, 어떻게 보면 많은 분들이 안타까워 하는 소식인데요. 정호승 시인, 공씨책방 전 사장이셨고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헌책방까지 살아남을 책을 써야 한다. 그런데 도시나 지역, 경제 공간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재산권도 중요하지만 오래된 게 없거든요. 오래된 동네를 가보면 낯선 것만 들어선 상황인데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 심각하다고 봐야겠죠?

◆ 구본기> 네, 그렇죠. 공간이 소멸하는 데는 복잡한 사정이 있어서 다 젠트리피케이션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고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 때문에 저희들이 자주 가던 단골 가게들이 사라지는 부분은 분명히 있습니다. 다들 그러한 경험 있잖아요. 오랜만에 애인과 첫 데이트 했던 동네에 놀러가는 경우. 그렇게 가면 당시 있었던 음식점, 슈퍼가 다 없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거기에 커다란 화장품 가게, 커피숍, 편의점 등 우리 동네에도 다 있는 것들이 거기에 들어와 있단 말이죠. 그러한 경험을 한 날은 기분이 멜랑콜리 하잖아요. 이러한 쪽으로 접근해보면 젠트리피케이션이 꼭 해당 임차인이 아니더라도 소비자들, 이용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문제이기도 해요. 젠트리피케이션이 추억의 장소를 파괴해버리잖아요. 얼마 영업하지도 않은 가게도 우리 추억 속에 있는데요. 공씨책방은 40년 넘게 영업한 가게입니다. 대체 거기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추억이 녹아 있겠습니까.

◇ 김우성> 이렇게 사실 문화, 추억 얘기를 해주셨는데요. 경제 프로그램에서 웬 추억 이야기이냐고 하실 수 있지만, 약탈당하지 않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자원이기도 합니다. 문화, 지식이 중요한 재산 가치가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계속 이렇게 사라지고 바뀌는데요. 이러한 현상 심해지는 건 배경을 어떻게 보십니까?

◆ 구본기>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하니까 어렵게 느끼시는데요.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는 이유는 결국 돈 때문입니다. 건물주들이 자신들 재산을 더 늘리려고 임차인들을 내쫓는 거죠. 현장의 진실입니다. 돈이 제일인 거예요. 사람들이 봤을 때 문화, 지식, 추억, 역사와 같은 건 돈 다음의 문제인 겁니다.

◇ 김우성> 집주인들 입장에서는 내가 내 재산을 불려서, 나는 돈이 최고인데, 왜 그러냐고 항변하면 그것도 딱히 뭐라고 할 수 없지 않나, 이런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 구본기> 어떻게 보면 신자유주의적 사조인데요. 이상한 사조가 있어요. 임차인을 임대인에 비해서 하찮은 존재로 보는 거예요. 임차인이 어떤 권리를 행사하려고 하면 어디 감히 임차인이, 이런 마음이 드시는 거예요. 이런 말씀도 하세요. 억울하면 너도 건물주 되든가. 실제로 가수 리쌍이 건물을 샀죠. 가수 리쌍도 젠트리피케이션의 피해자였잖아요. 그분들이 건물주에 의해서 쫓겨난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분들이 그것을 겪었으면서도 역으로 자신들의 건물에서는 임차 상인들을 다 내쫓았죠. 그게 바로 우리가 아는 리쌍 사태이지 않습니까. 아이러니하죠. 그런데 여기에서 더 진짜 문제는, 우리 사회가 이러한 행태를 다 긍정한다는 겁니다. 이렇게 생각해요. 억울하면 너도 건물주가 되든가, 돈이 최고요. 합법인데 어때. 그래서 제가 봤을 때는 우리 주위에 만연한 이러한 분위기가 젠트리피케이션을 가속화하는 연료가 되는 것 같습니다.

◇ 김우성> 우리도 대수롭지 않게 억울하면 집 사야지, 이렇게 하고 넘어가는 것 아닌가 생각을 해보아야 한다는 말, 중요한 것 같고요. 정말 조물주 위에 건물주, 이런 얘기가 있는데요. 이러한 것에 대해서 사실 손 놓고 있었고 안타까워만 했는데요. 대응방법을 만들어내 화제가 됐습니다. 바로 구본기 소장님이 만든 젠트리피케이션 예방 대응 매뉴얼, 저는 이것을 처음 봤어요. 어떻게 만드신 건가요? 어떤 내용이죠?

◆ 구본기> 임대인들이 임차 상인들을 내쫓을 때 우주에서 외계인들을 데려와 내쫓는 게 아니거든요. 어떤 이유를 들어서 내쫓는데, 그게 바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입니다. 그러니까 임차 상인들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내용만 잘 숙지하고 있으면 젠트리피케이션 어느 정도 예방하고 대응할 수 있습니다.

◇ 김우성> 사실 먹고 살고, 임차인분들 그렇잖아요. 세를 내고 바쁘니까 상가임대차보호법 세부적인 내용은 못 봤을 텐데, 어떤 것들을 활용하면 보호받을 수 있다는 건가요? 사례를 소개해주세요.

◆ 구본기> 가령 처음 말씀하실 때 제가 만들었다고 하셨는데, 저 혼자서 만든 건 아니고요. 저희 팀이 만들었어요. 출판사 '유음', 디자인 스튜디오 ‘둘셋’, 이렇게 셋이 협력해서 만들었는데요. 디자인 스튜디오 ‘둘셋’의 경우 젠트리피케이션 관련해 임대인 갑질을 경험한 피해 당사자이기도 해요. 그분 사례를 말씀드리면, 건물주가 바뀌었어요. 건물주가 바뀌었는데 내용 증명 같은 게 오는 거죠. 건물주가 바뀌었으니 계약서를 다시 쓰자. 현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사업자 등록을 하면 대항력이 생겨서 계약서를 다시 쓸 필요가 없어요.

◇ 김우성> 승계되는 거로 보는 거죠?

◆ 구본기> 그렇습니다. 승계되는 거죠. 임차 상인분들은 그런 것을 모르는 거죠. 그대 상담을 해드렸는데요. 상담을 해드렸더니 이제는 방법을 바꾸셨어요. 월세 계좌를 안 알려주는 거예요. 월세를 내야 하는데.

◇ 김우성> 돈 낼 계좌를 안 알려준다.

◆ 구본기> 황당하죠. 임차 상인들 입장에서는. 그런데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을 보면 임차인이 월세를 3기 이상 연체하면 남은 기간과 상관없이 임대차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요. 임대인과 임차인 간 신뢰관계가 깨졌다고 보아서 해지 가능하게 하는 건데요. 이를 역으로 노리고 계좌를 막아버리는 거예요. 그렇게 하면 임차인들은 어떻게 대항해야 하느냐, 법원에 가면 공탁소가 있어요. 공탁소에 가서 변제 공탁을 하면 됩니다. 월세 대신 내는 거죠.

◇ 김우성> 주인 계좌는 모르겠으나 나는 낼 의향이 있으니 법원에 그 돈을 내겠다는 말씀이신 거죠?

◆ 구본기> 네, 그렇게 하면 됩니다. 그러한 사례들이 실려 있습니다.

◇ 김우성> 나쁜 의도라고 하기보다 재산권에 대해 유독 더 관심을 갖고 행사하려는 분과 여러 가지 지역, 상권, 추억, 문화까지 책임지는 사람들 간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 어떻게 보면 정부가 나서야 할 일들을 하고 계신데요. 궁금합니다. 생활경제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시는데요. 이러한 문제들도 직접 대응하고 계시고요. 잠깐 소개 부탁드립니다. 어떤 곳인가요?

◆ 구본기> 어렵지 않은 일 하고 있고요. 보통 일반 경제연구소가 거시적 경제 상황을 잘 보잖아요. 저는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구체적이고 미시적인 경제 활동을 연구합니다. 보통 방법론을 위주로 연구해요. 가령 금융상품이 출시되면 우리 가계에 어떤 효용이 있을까, 금융상품 출시되면 사람들이 바빠서 한두 번 생각하고 말잖아요. 저는 그것을 서너 번, 다섯 번 생각해서 결론을 만들어 내고요. 칼럼이나 책, 강연으로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김우성> 상가임대차보호법과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뿐만 아니라 개인의 금융생활까지 두루 다루고 계시는군요. 이런 부분에 대한 개선책들,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야 할 텐데요. 끝으로 공씨책방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부분들은 임차인, 임대인 문제뿐만 아니라 유산인데 잘 관리해야 하지 않을까요? 조언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 구본기> 저희 유음 출판사 정현석 대표님께서 만든 문제인데요. 돈만 아는 도시는 40년 된 헌책방마저 지키지 못하네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 김우성> 40년 된 헌책방의 의미, 돈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질문인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구본기> 네, 감사합니다.

◇ 김우성> 구본기생활경제연구소 구본기 소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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