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경제] 시간선택제가 차별선택제?...애매한 기준 탓

[생생경제] 시간선택제가 차별선택제?...애매한 기준 탓

2017.09.19. 오후 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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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경제] 시간선택제가 차별선택제?...애매한 기준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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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인터뷰]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6:00)
■ 진행 : 김우성PD
■ 대담 : 남우근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 정책연구위원

◇ 김우성PD(이하 김우성)> 아이를 둔 엄마들은 똑같은 고민을 할 텐데요. 9시 반쯤 아이는 어린이집에 갑니다. 그리고 3~4시쯤에 돌아오죠. 그 사이에 일을 하고 경력을 쌓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실 텐데 현실은 만만치 않습니다. 정부가 일 가정 양립 및 출산율 제고를 위한 정책이라고 해서 유연근무제, 즉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만들어 냈습니다. 둘 다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여러 가지 문제가 컸는데요. 특히 시간도, 가정도 선택하기 힘든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아이의 양육은 엄마가 책임져야 하는 어려운 상황인데요. 그런 것들을 개선하겠다는 노력도 수포로 돌아간 것 아니냐는 걱정도 나옵니다. 결국 시간 선택이 아니라 차별을 선택한 결과가 되어버린 상황입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이를 둘러싼 고용 환경의 문제들, 어떤 것들을 개선해야 할까요? 전문가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남우근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 정책연구위원 전화 연결합니다. 안녕하십니까.

◆ 남우근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 정책연구위원(이하 남우근)> 네, 안녕하세요.

◇ 김우성> 유연근무제, 시간선택제, 일단 앞서 제가 간단하게 사례를 들었는데요. 정확히 무엇인가요? 다른 나라들도 하고 있는 제도인가요?

◆ 남우근> 파트타임, 시간제 일자리는 기존부터 다 있었던 거고요. 다른 국가에서도 다 있는 일자리인데, 한국의 경우 시간제 일자리를 고용률 높이는 주요한 수단으로 활용해 일부러 늘리려고 했던 정책이 실제로 펼쳐졌고, 그로 인해 실제로 시간제 일자리가 많이 늘어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사실 저임금에 불안한 고용 문제 때문에 질 나쁜 일자리를 만들어 냈다는 비판을 많이 받고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시간선택제 일자리와 관련해서 정부가 만들어낸 시간선택제 공무원 제도가 있습니다. 민간 일자리가 아니라 정부 부문 공무원 일자리인데요. 이게 전일제 근무하던 사람이 일, 생활 양립을 위해 파트타임, 즉 단시간으로 전환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실제로 시간선택제 공무원으로 채용하거나 시간선택제 임기제로 공무원을 활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불안정한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 문제가 많이 있습니다.

◇ 김우성> 민간 부문에도 파트타임이나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있고 정작 관심을 모았던 건 공무원 제도였는데요. 결국 양적인 일자리 정책이었군요. 양적 확장을 하다 보니까 질은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고 문제를 봐야 할까요?

◆ 남우근> 사실 총괄적으로 평가하면 질 낮은 일자리를 만들어낸 실패한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이지만 실제로 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없었고, 전일제 공무원들과 차별이 심각하고요. 그리고 상시적인 추가 근로로 인해 단시간 근무를 통해서 생활과 양립하겠다는 그러한 원래 취지도 상실된 측면이 있고요. 그래서 사실 시간선택제 공무원 제도는 사실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려는 성급한, 실패한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우성> 선진국 사례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여성 참여가 높아지고 여성뿐만 아니라 인구 전체의 경제 참여가 높아질수록 경제는 성장하는 건데요. 성장주의 관점에서도 그러한데 언뜻 보면 경단녀, 경력 단절 여성들에게 매력적인 제도 같거든요. 실제로 공무원 사례만 보더라도 절반이 그만뒀다는 이야기도 나오더라고요.

◆ 남우근> 행정자치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4년 이 제도를 도입했는데, 그 이후 3천여 명 중에서 1,700여 명만 근무하고 있다고 나왔습니다. 상당히 이직률이 높은 거죠. 그것은 곧 애초에 기대했던 일자리와는 다른 형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거고요. 예를 들어서 시간선택제 공무원이라고 실제로 공무원 신분이긴 하지만 공무원 연금을 적용하지 않습니다.

◇ 김우성> 공무원이지만 공무원 연금을 안 받는다고요?

◆ 남우근> 네. 그것은 사실 연금법상 해석의 문제이기도 한데요. 그동안 박근혜 정부에서는 향후 적용하겠다고 발표는 했는데 실제로 아직 적용되고 있지 않고요. 공무원 연금 적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근무 시간이 작다는 이유로 승진 연한을 두 배로 요구한다거나, 사실 승진 트랙이 서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사실 이중의 불이익을 주는 거거든요. 승진에 대한 불이익도 있는 것이고. 전일제로 근무하는 일반직 공무원들과 정서적 격차도 있습니다. 사실 동료라고 느끼기 어려운 조건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 김우성> 전일제로 일하시는 분들도 아이를 키우거나 하다 보면 느끼는 부분이, 이분들이 사실 나머지 시간을 여가로 보내겠다는 이유로 하는 게 아닐 텐데요. 차별이 생기거든요. 궁금합니다. 제도나 취지, 현실적 어려움을 도와주겠다고 만들어도 결국 차별 구조가 생겨요. 말씀하신 공무원인데 공무원 연금을 못 든다거나 여러 가지 수당의 차이가 난다거나. 왜 이렇게 차별이 생기는 거죠, 어떻게 해법을 찾아야 합니까?

◆ 남우근> 그건 공공부문도 그렇고 민간부문 시간제 일자리도 마찬가지인데요. 지금 근로기준법상에서는 시간제 일자리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시간에 비례해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습니다. 하루 8시간 근무하는 사람에 비해서 만약 4시간 일을 하면 절반에 해당하는 임금이나 노동조건 보장을 해야 한다고, 시간에 비례해서 보장해야 한다는 건데요. 오히려 이것이 시간에 비례해서 차별해도 된다는 그러한 원칙으로 실제로 적용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식비를 주는데 식비를 절반만 준다거나, 시간제로 일해도 한 끼 식사를 해야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식비를 절반만 준다거나 출장비를 절반만 준다거나 자격증 수당도 절반만 준다거나. 획일적으로 이러한 원칙을 적용하다 보니 오히려 차별을 정당화시키는 논리로 적용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사실 시간제로 일하더라도 오히려 두텁게, 좀 더 보장을 많이 해줘야 하는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시간에만 비례해서 하다보니 여러 가지 측면에서 불이익을 겪게 되는, 질 낮은 일자리로 가고 있다고 생각이 들고요. 그러한 측면에서 차별 시정 제도가 제대로 작동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김우성> 개인 사정에 의해서든 여러 이유에서든 시간을 선택하는 것, 크게는 육아, 일 가정 양립, 이러한 사회적 이슈도 있지만, 모든 부분에서 시간에 따른 차별 적용, 정말 문제가 많을 것 같습니다. 사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새 정부가 들어서고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화하겠다는 로드맵도 나오고 여러 방법을 찾고 있는데요. 단지 정규직화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여러 차별의 문제, 보아야 할 구조들이 많아 보이거든요. 어떻게 보십니까?

◆ 남우근> 지금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제로로 만들겠다고 해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하고 있는 중인데요. 상시 지속적인 업무는 정규직으로 고용하겠다고 하는 어떤 상식적인 고용 원칙을 실현해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기간제 교사에 대해서 전혀 정규직 전환에 대한 아무런 고려도 하지 않고 제외시켰다거나, 아니면 간접고용에 대해서도 자회사 문제를 검토한다거나, 정규직화에 대한 추가적 예산 배정도 없이 기관 자체적으로 정규직화 하라고 한다거나. 여러 한계가 있긴 한데요. 어쨌든 그러한 한계를 하나하나 잘 풀어서 공공부문에서 먼저 좋은 선례를 남기고 이를 민간부문까지 확산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김우성> 큰 틀의 방향은 맞지만 말씀드린 사례와 같은 부작용이랄까요, 예상치 못한 차별 발생 같은 것들은 수시로 바꿀 수 있는 노력도 필요하겠죠, 어떻습니까?

◆ 남우근> 그렇죠. 공공부문뿐만 아니라 민간부문도 민간 비정규직 사용에 대해서 사실 제대로 규제가 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기존 파견법이나 기간제법 등을 손을 봐서 공공부문이야 정부 의지로 변화를 일으킬 수 있지만, 민간의 경우 법을 통해서 일정하게 규제 할 수밖에 없거든요. 파견법상 파견 요건들을 강화한다거나 간접고용을 규제하기 위한 위장 도급 문제를 규제한다거나, 최저임금이 오르고 있지만 제대로 지켜질 수 있도록 근로 감독을 강화한다거나 이러한 부분이 중요할 것 같고요. 또 하나는 당사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보장되어야겠다. 노동조합법상 노동조합은 신고제로 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허가제로 운영되면서 협소하게 인정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대통령도 강조했지만, 노동조합 조직률이 높아져야 한다고 하는데 실제로 제도적 여건은 그렇지 않다. 그런 것들에 대한 개선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김우성> 살면서 많이 겪어야 할 문제인데요. 유럽 사회는 노사 협상을 학교에서도 가르친다고 하는데요. 우리는 아직 먼 문제인 것 같습니다. 간접고용, 아르바이트, 노동권 사각지대가 많거든요. 시간선택제가 그런 면인데요. 결과적으로는 소통, 기본적인 원칙, 기준이 필요하다는 말씀이시네요?

◆ 남우근> 네, 그렇죠. 말씀드린 것처럼 다양한 제도에 대한 개선과 근로 감독을 강화하는 것, 당사자들이 노동조합을 통해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러한 전반적 변화 과정에서 서로 노사정 간 다양한 소통이 잘 이뤄지는 게 중요할 것 같고요. 어쨌든 사실 이러한 비정규직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이해당사자들의 문제의식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형태로 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습니다.

◇ 김우성> 누군가 그어 놓은 선이 아니라 모두 함께 그어 놓은 선을 지킨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 부분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남우근> 네, 감사합니다.

◇ 김우성> 남우근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 정책연구위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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