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트럼프 '한미FTA 폐기' 언급...협정의 운명은?

[취재N팩트] 트럼프 '한미FTA 폐기' 언급...협정의 운명은?

2017.09.04. 오후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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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미FTA 폐기를 언급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발언으로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실제 폐기가 목적이 아니라 협상용 발언이라는 해석도 나오는데요.

우리 정부는 차분하고 당당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앞으로 한미FTA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지 취재기자 연결해 알아보겠습니다. 박소정 기자!

일단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내용부터 정확히 짚어봐야겠죠.

폐기라는 단어를 직접 언급한 겁니까?

[기자]
텍사스주 휴스턴 수해 현장을 방문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주에 한미FTA 폐기 여부를 두고 참모들과 논의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폐기라는 단어를 직접 입에 올린 건데요.

폐기 관련 논의를 하는 날짜는 미국 현지시간으로 오는 5일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워싱턴포스트나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언론들도 폐기 절차가 이르면 이번 주, 혹은 5일에 시작될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앵커]
지난달 미국 요구로 한미FTA 공동위원회가 열리지 않았습니까?

양국의 협의 절차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이런 발언이 나왔어요?

[기자]
미국의 요구에 따라 지난달 22일 한미FTA 공동위원회 특별회의가 열렸는데, 이제 열흘이 지난 시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FTA 폐기 준비 지시는 이 공동위 특별회의가 결렬된 후 나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당시 회의는 양국의 입장 차만 확인한 채 끝났는데요.

미국은 한미FTA로 미국이 자동차·철강·정보통신 분야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면서 협정 개정을 주장했고, 반면 우리는 미국의 적자는 한미FTA가 원인이 아니면서 우선 명확한 분석부터 하자고 맞섰습니다.

이렇게 되면 어쨌든 개정 협상까지 가는 데도 시간이 꽤 걸리게 되는 상황이었는데요.

이런 뒤에 트럼프 대통령이 개정이 아니라 아예 폐기하자는 카드를 내놓은 겁니다.

[앵커]
실제 폐기까지 갈지 어떨지가 관심인데, 폐기는 어떤 절차에 따라 이뤄지는 겁니까?

[기자]
미국 정부가 한미FTA 폐기 절차에 돌입한다면 먼저 한국에 종료 의사를 서면으로 통보해야 합니다.

한미FTA 협정문에 따르면 한미FTA는 어느 한쪽이 협정 종료 서면 통보를 하면 180일 후에 종료됩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아무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폐기됩니다.

서면 통보일부터 30일 안에 협의를 요청할 수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양국은 요청일부터 30일 안에 협의를 진행해야 합니다.

[앵커]
우리 정부는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뒤 어제 비공개로 긴급회의를 열었습니다.

통상교섭본부는 국익과 국격을 위해 차분하고 당당하게 대응해 나가겠다는 기존 입장 그대로라고 밝혔습니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의 상황을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다면서 여러 가능성을 모두 열어 놓고 철저하게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전략으로 맞설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앞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달 22일 한미FTA 공동위를 마친 뒤 브리핑에서 미국 측이 폐기라는 단어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페기를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다고 언급했었습니다.

[앵커]
트럼프가 폐기까지 언급한 의도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실제로 폐기까지도 갈 수 있는 겁니까?

[기자]
현재로는 섣불리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실제 폐기까지 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몇 가지 측면으로 살펴볼 수 있는데요.

우선 폐기 언급은 실제 목적이 폐기가 아니라 한미FTA 협상 개정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협상용일 수 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또 다른 목적은 현재 미국이 캐나다·멕시코와 진행하고 있는 북미자유무역협정, NAFTA 협상에서 협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먼저 한미FTA를 폐기하는 행동을 취해서 나프타 협상에 영향력을 높이려는 일종의 위협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통보만으로 한미 FTA를 폐기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미 헌법에 관세와 무역은 의회 권한으로 규정하고 있어서, 미 의회의 승인 없이는 협정 폐기가 불가능하다는 논리도 있습니다.

앞서 미 의회는 한미 FTA 개정이 의회 협의 사안이며 의회 위임을 받거나 법규 개정 없이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변수는 북핵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폐기 언급을 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북핵 실험이 있었죠.

안보 위기가 극에 달해 한미의 대북 공조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한미FTA 폐기로 무역전쟁을 치르면 한미동맹의 심각한 균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미국 백악관과 행정부 고위 인사들에게서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런 여러 이유로 폐기까지는 가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지만, 트럼프 정부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만큼 우리 정부의 협상 전략이 치밀하게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금까지 YTN 박소정[sojung@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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