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농가 10곳 중 9곳 '친환경 인증'에 경악

살충제 농가 10곳 중 9곳 '친환경 인증'에 경악

2017.08.17. 오후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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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살충제를 써 온 산란계 농가가 모두 32곳으로 늘었는데, 이 가운데 90% 정도가 친환경 인증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정부 인증을 믿고 비싼 제품을 구매해 온 소비자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이하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살충제를 과다 사용하다 적발된 농가 10곳 중 9곳이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기준치 이하로 사용한 곳까지 포함하면 살충제를 사용한 친환경 농가는 훨씬 더 많습니다.

[허태웅 / 식품산업정책실장 :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장의 달걀은 회수 폐기 조치 중입니다. 그 다음에 일반 허용기준 이내로 검출된 친환경 기준만 위반한 농가는 친환경 인증표시 제거 등을 통해서 일반 제품으로 유통이 가능합니다.]

비펜트린이나 피프로닐 같은 독성 살충제를 조금이라도 사용하면 무항생제 인증을 받을 수 없습니다.

사실상 엉터리로 인증이 주어진 셈입니다.

건강을 위해 비싼 가격을 감수했던 소비자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은미 / 서울 갈현동 : 기분 나쁘고 짜증 나고 속은 것 같고, 믿고 샀는데 사기당한 거 같고, 가격이 싼 것도 아닌데….]

[박정아 / 서울 불광동 : 조류인플루엔자 때문에 가격이 8천 원, 9천 원, 만 원까지 올라도 샀는데, 이제 그 비싼 달걀마저도 살충제 성분이 나왔다고 하니까 배신감을 느끼죠.]

친환경 인증 검사 책임은 농식품부 산하 농산물 품질관리원에 있지만, 인증 업무는 민간업체 64곳이 맡고 있습니다.

정부 차원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지난 2013년에는 민간 인증대행업체 직원이 자기가 키운 농산물에 '셀프 인증'을 하기도 했고, 인증이 취소되면 1년이 지나야 재인증을 받을 수 있지만, 그 전에 인증서를 준 사례도 있었습니다.

금지 살충제 피프로닐은 지난해 9월부터 검사하기 시작했는데 최근 두 차례 검사에서 전혀 적발하지 못했습니다.

친환경 인증이 있으면 유기 축산농가는 연간 3천만 원씩 5년 동안, 무항생제 농가는 연간 최고 2천만 원씩을 3년 동안 지원받습니다

허술한 인증 제도 탓에 세금이 줄줄 새고 있었다는 얘깁니다.

대형 산란계 농장의 73%인 780곳이 이처럼 친환경 인증을 받아 지원금을 받고 있습니다.

YTN 이하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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