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 조작' 면세점 특허심사 뜯어고쳐야

'점수 조작' 면세점 특허심사 뜯어고쳐야

2017.07.17. 오후 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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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면세점 선정 과정이 비리로 얼룩졌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업계는 강한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당장 일부 업체들의 특허권이 취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면세점 선정 제도를 근본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경제부 이하린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면세점 선정 과정에서 조작 사실이 드러난 건 지난 12일이었는데요,

2015년 당시 면세점 특허권 심사과정을 짧게 정리해주시죠.

[기자]
2015년 당시에는 면세점으로 선정된 업체를 정부가 발표하는 것 자체가 생소하게 느껴졌던 분들도 많았을 겁니다.

롯데나 SK 등 몇 개 업체들이 면세점을 가지고 있었고, 별문제 없이 운영했다면 특허권이 연장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2013년 홍종학 의원의 발의를 계기로 상황이 바뀌었는데요.

10년이었던 특허 기간을 5년으로 줄이고 재승인을 거쳐 특허를 연장하는 형태가 아닌 특허권 입찰 방식으로 바뀐 겁니다.

특허 재승인과 입찰, 어떻게 다를까요?

큰 문제 없으면 계속 일할 수 있는 회사와, 5년마다 입사 시험을 새로 봐야 하는 회사, 이런 차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당시에도 이 부분이 문제가 됐습니다.

면세점에 직간접적으로 고용된 인원들이 5년마다 고용 불안에 시달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개정안은 통과됐고, 2015년 2차 심사 때부터 적용이 됐습니다.

바로 이때 롯데 월드타워점이 고배를 마신 건데요.

이 심사가 있기 1년 전에 롯데면세점은 롯데백화점 잠실점 안에 있던 월드점을 건너편 롯데월드타워 건물로 확장 이전하는 과정에서 한 차례 심사를 받았습니다.

'이전 심사'라고 하는데, 업계에서는 '신규 면허 심사'에 준한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이 심사를 통과한 지 불과 1년 만에 비슷한 심사에서 떨어져 만 제곱미터가 넘는 매장을 비워두게 된 것이죠.

월드타워점이 문 닫은 6개월 동안 매출 손실액은 3,600억 원이고, 유지비, 관리비 등을 더한 실질 피해액은 4천억 원에 달했습니다.

[앵커]
당시 심사 과정, 점수 모두 비공개로 이루어 지면서 문제가 커진 것 같은데요,

[기자]
중국인 관광객이 몰리던 2015년, 면세점은 '기업판 로또'로 불렸습니다.

사업권을 따내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도 그만큼 치열했는데, 정부는 기업들의 로비를 차단하겠다며 평가 점수부터 심사위원 명단까지 모두 비공개에 부쳤습니다.

당시 관세청의 발표 들어보시죠.

[이돈현 / 당시 관세청 특허심사위원장 (2015년) : 2위와 3위가 구체적인 점수 차이가 얼마나 났는지 정확히 기억은 못하겠습니다만 다른 기업의 점수를 다른 사람에게 공개할 수는 없는 것으로….]

로비를 차단하겠다고 한 '밀실 심사'가 비리의 온상이 되어버린 건데요, 2015년 1차 심사 발표 전에는 한화 갤러리아의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습니다. 관세청 직원들이 사전 정보를 이용해 불법 주식 거래를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앵커]
지금 업체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기자]
그야말로 뒤숭숭합니다.

중국인 관광객 '유커'의 급감으로 업체마다 심각한 적자에 시달리는 상황인데요.

급기야 일부 업체는 특허권을 반납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그리고 점수 조작을 통해 특혜를 받은 것으로 드러난 업체들은 특허권이 취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다만, 한화갤러리아나 두산이 관세청에 로비를 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당장 영업이 중단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향후 수사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면세 사업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면서 특허제도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요?

[기자]
네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특허 기간을 손봐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5년으로 단축된 특허 기간을 다시 10년으로 늘리자는 것이죠.

또, 심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밀실 심사의 폐단을 막자는 주장도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 심사 위원을 공개하고 평가 기준을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관세법 개정안은 이미 발의된 상태입니다.

학자들을 중심으로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주장은 지금의 허가제를 신고제나 등록제로 변경하자는 겁니다.

시장 자율에 맡기고 질적 성장을 도모하자는 겁니다.

'면세점'하면 뭐가 가장 먼저 떠오르시죠?

단연 관광객입니다.

면세점에 대한 모든 권한을 관세청에 몰아줘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데요, 전문가의 이야기 들어보시죠.

[이정희 / 중앙대학교 경영경제학과 교수 : '면세'는 관세와 관련된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관광, 중소기업에 활로를 열어주는 문제, 유통 분야도 있기 때문에 문화체육관광부, 중기부, 산업부도 함께 참여해서….]

국내 면세점 시장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14%로 세계 1위입니다.

관광·수출 산업의 주역으로서 입지를 다져온 면세점이 이번 위기를 재도약의 계기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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