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점] 보금자리론 축소 사태...오판에 '땜질 처방'

[중점] 보금자리론 축소 사태...오판에 '땜질 처방'

2016.10.22. 오전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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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정부가 시행 닷새 전에 갑작스럽게 축소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보금자리론으로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혼란에 빠졌습니다.

정부가 부랴부랴 다른 대출 상품으로 분산시켜 주겠다고 대책을 내놓았지만, 대출 자격이나 금리 조건이 달라 실수요자 서민들의 피해가 불가피해졌습니다.

차유정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지난 14일 밤 주택금융공사 홈페이지에 보금자리론을 축소한다는 공지가 올라왔습니다.

대출 대상 주택가격을 9억 원 이하에서 3억 원 이하로 낮추고, 부부합산 6,000만 원 이하만 신청할 수 있도록 소득 수준도 제한한 겁니다.

갑작스러운 자격 축소에 3억 원 넘는 주택을 구매하거나 소득이 6,000만 원을 넘는 수요자들은 날벼락을 맞게 됐습니다.

비난이 폭주하자 정부는 부랴부랴 다른 정책 금융상품인 디딤돌 대출과 은행 적격대출로 분산해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디딤돌 대출은 금리는 다소 낮지만, 자격 조건이 더 엄격해 무주택자만 신청할 수 있습니다.

애초에 보금자리론을 택했던 사람들은 디딤돌 자격 조건에 미달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큰 만큼 실제 갈아탈 수요가 거의 없을 수밖에 없습니다.

은행 적격 대출은 주택금융공사가 은행별 한도를 두고 대출을 지원하는 제도인데, 소득이나 보유 주택 자격 제한이 없는 대신 금리는 높습니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데다 변동 금리라 상환 조건이 부담스러워 수요자들이 갈아타더라도 손해를 감수해야 합니다.

[강형구 / 금융소비자연맹 국장 : (6억 이상 주택 구매하면 하면) 은행 적격이 가능한데 사실 이것도 은행에서 대출 요건을 매우 까다롭게 심사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받고 싶어도 못 받습니다.]

이 모든 혼란은 애초에 정부가 수요 예측을 잘못한 데 있습니다.

보금자리론 예산으로 6조 원을 준비했지만, 지난 8월 말부터 목표 대비 156%에 다다르며 수요가 폭증한 겁니다.

이 상황을 곪게 놔둔 것도 잘못이지만, 시행 닷새 전 기습 처방을 내려 수요자들을 더욱 극심한 혼란에 빠뜨린 셈입니다.

보금자리론 막차를 타려는 수요자들이 몰려 신청 건수는 평시대비 7배까지 치솟았습니다.

결국, 정부의 잘못된 예측과 땜질식 처방 탓에 부동산 시장 혼란은 가중되고 애꿎은 서민 실수요층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는 지적입니다.

YTN 차유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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