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아껴봤자 나만 손해?"...n분의 1의 함정

"전기, 아껴봤자 나만 손해?"...n분의 1의 함정

2016.08.24. 오후 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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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 지 오래된 다가구 주택의 경우 이런 집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한 집에 6가구가 사는데 전기 계량기는 1대인 경우입니다.

그러니까 6가구의 전력 사용량이 계량기 1대로 다 합쳐지는 겁니다.

가구당 계량기를 별도로 설치할 경우에 50만 원가량의 추가 비용이 들기 때문에 보통 집주인들이 설치를 안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이른바 가정용 전기 누진제 때문에 불가피하게 2차 피해의 유탄을 맞을 수도 있는데요.

무슨 이야기인지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만약 계량기가 전부 따로 있고 각각 1집에서 100kw를 사용하면 각자 1단계 요금인 7,350원씩의 전기요금만 부담하면 됩니다.

6가구 전부 합쳐도 총액은 4만4천100원 입니다.

그런데 계량기가 1대뿐일 경우는 완전히 다릅니다.

계산을 해보면 100kw씩 6가구가 사용했다고 하면 총량은 600kw가 됩니다.

이렇게 되면 누진제 최고 단계인 600kw를 넘게 돼 전체 전기요금은 21만735원이나 됩니다.

이 돈을 6가구가 n분의 1을 해도 각각 3만622원이 됩니다.

계량기가 별도일 때와 비교하면 5배 가까이 요금이 늘어나는 겁니다.

물론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 '1주택 수 가구' 제도라는 게 있습니다.

1주택에 2가구 이상이 사는 경우 신청을 받아서 '전체 합산'이 아닌 '개별 가구별 전기 요금'을 한전이 계산해 주는 제도입니다.

물론 이때도 별도 개별 계량기가 없기 때문에 계량기 1대로 체크된 전체 사용량에서 n분의 1을 한 뒤에 그 평균값 사용량에 대한 누진 구간을 정하는 것입니다.

이럴 경우 나는 누진제 폭탄을 피하기 위해 조금이라고 전기 사용을 아꼈는데 다른 집에서는 평상시대로 많이 사용했다면 '아껴봤자 결국 나만 손해가 나는 이상한 구조'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 전력에 물어봤습니다.

이런 n분의 1의 함정에 빠질 수 있는 가구가 얼마나 되는지?

한전에 따르면 이런 가구 수는 전국적으로 80만 가구가 된다고 합니다.

계량기 수로는 30만 개 정도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평균적으로 2.7가구, 3집 가량이 계량기 1대로 같이 사용하는 셈이었습니다.

올해는 이미 여름의 끝자락이니까 어쩔 수 없다 해도 한 집에 사는 이런 이웃들끼리 누진제 2차 피해 때문에 괜히 얼굴 붉히지 않도록 현재 진행하고 있는 누진제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 작업이 제대로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오점곤 [ohjumg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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