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 아빠들 해외송금 고민...빨리 보낼까, 기다릴까

기러기 아빠들 해외송금 고민...빨리 보낼까, 기다릴까

2016.06.27. 오후 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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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혜원 / 경제부 기자

[앵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으로 지난주 금요일 요동쳤던 우리 금융시장이 오늘은 안정을 되찾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브렉시트가 실제 우리 생활이나 산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궁금한데요, 경제부 염혜원 기자와 함께 꼼꼼하게 짚어보겠습니다. 오늘 주식 시장 약보합세로 끝났네요.

[기자]
코스피는 1% 넘게 하락하며 좋지 않은 시작을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장 후반으로 갈수록 하락 폭을 거의 만회하며 결국 오름세로 마감했습니다.

2.77%, 큰 폭의 내림세로 출발한 코스닥 지수도 상승 마감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지난주 금요일 천4백억 원어치가 넘는 주식을 순매도했는데요.

오늘도 2천3백억 원어치 순매도를 기록했는데 국내 기관이 주식을 사들이며 지수를 떠받쳤습니다.

[앵커]
오늘 환율도 많이 오르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조금만 올랐군요.

[기자]
원달러 환율은 오늘도 올랐지만 상승 폭은 작았습니다. 원·달러 환율 1,182원 30전으로 지난주 금요일보다 2원 40전만 올랐습니다. 엔화도 강세를 보이면서 원엔 환율이 100엔에 1,162원까지 올랐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이렇게 불확실성이 클 때는 대표적 안전 자산인 금을 찾는 사람도 많습니다.

한국거래소 금시장에서는 지난주 금요일 3.75g, 한 돈에 8천8백 원이 올랐고 오늘은 여기서 2천8백 원이 더 올랐습니다.

1g당 가격으로 따지면 시장이 문을 연 뒤 최고가였는데요. 시중 금은방에도 골드바를 찾는 사람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합니다.

[금은방 주인 / 서울 종로 : 금값은 많이 올랐어요. 지난주 금요일부터 올랐어요. 이미 고객님은 오른 상태에서 사시는 거에요.]

다만 금값 상승 폭은 조금씩 줄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상황이 바뀌면 또 금값이 급격하게 하락할 수 있기 때문에 금에 지나치게 투자를 집중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영국에서 벌어진 변화가 우리 생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따져봐야 할 텐데요. 외국에 나갈 일이 있거나, 가족이 해외에 있는 분들이 일단, 직접적인 영향을 받겠네요.

[기자]
네, 미국과 일본 돈은 가치가 오르고 영국과 유럽 돈은 가치가 떨어졌습니다. 우리 돈을 달러나 엔화로 바꾸는 경우에는 많이 불리해졌습니다.

지난주 금요일 이후 조금이라도 싸게 환전하기 위해 사설 환전소를 찾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하는데요. 사설 환전소는 은행보다 수수료가 싸기 때문에 찾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지만

브렉시트 가결 이후, 일부 환전소에는 엔화가 동이 났습니다.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엔화를 매입만 하고 있는 곳도 있습니다.

[사설 환전소 직원 : 엔화 살 수 있나요? 엔화는 지금 재고가 없어요. (엔화 많이 올랐나요?) 엄청 올랐지요. (사러 오는 사람 많아요?) 많지. 여행가고 하는데 사야죠.]

한 해 우리 국민 400만 명이 가는 일본 여행은 많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엔화가 비싸져서 우리 여행객들의 부담도 커지고 여행상품 가격도 오를 수 있기 때문에 여행사와 항공사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미국이나 일본에 있는 가족들에게 돈을 송금해야 하는 '기러기 아빠'들은 언제가 적기일지 고민이 많은데 되도록 빨리 보내는 편이 유리해 보입니다.

[강관우 / 전 모건스탠리증권 이사 : 기러기 아빠들은 외국으로 빨리빨리 송금해야 하는데 걱정이 많으시죠. 제가 볼 때는 달러가 오르는 추세라 미리 보내시는 게 낫다 이런 생각이고 일본으로 여행 계획하시는 분들은 취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외국 여행이나 송금과 큰 상관이 없는 분들의 생활에도 영향을 미칠까요?

[기자]
결국 물가가 오르느냐 하는 문제와 직결돼 있는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장은 큰 영향이 없습니다. 브렉시트로 인한 환율 상승세가 지속되면 먹거리 가격도 오를 우려가 있습니다.

곡물을 수입할 때 내야 할 돈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CJ제일제당의 경우 지난해 원당과 맥아, 옥수수 등의 곡물을 수입하는 데 12억 달러를 썼는데요. 환율이 10% 오를 경우를 가정하면 같은 양을 사오는 데 천4백억 원이 더 듭니다.

업계에서는 곡물을 미리 사두기 때문에 당장 영향은 없겠지만 재고가 다 소진되면 원가 상승 요인이 생깁니다. 그렇게 되면 과자, 라면 등 가공식품 값이 오를 우려가 있습니다.

물론 국제 곡물 가격이 하락할 경우에는 환율이 올라도 식품회사들의 원가 부담이 커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앵커]
유럽산 자동차 사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파운드나 유로 가치가 덜어지고 있으니까 나중에 사면 더 싸질까 궁금할 텐데요?

[기자]
네, 국내에 수입되는 영국산 자동차는 재규어와 랜드로버, 미니 등 7개 브랜드가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BMW의 미니를 살펴보죠.

이 차가 영국에서 생산하는 미니 쿠퍼입니다. 최고 사양의 경우 국내 판매가격이 4천2백만 원 정도 합니다.

파운드화와 유로화가 떨어졌으니 국내 판매가격도 내려갔으면 좋겠지만 지금으로써는 그럴 계획이 없다고 합니다.

과거에도 환율 변동에 따라 소매가가 바뀐 경우는 없다는 건데요. 이게 꼭 원칙은 아닙니다. 유로나 파운드 환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진다면 제조사 측에서도 국내 판매가를 내려서 더 많은 소비자가 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명품 브랜드 샤넬의 경우에도 지난해 유로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한국과 중국 등에서 일부 제품의 가격을 20% 인하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지금은 한-EU FTA로 수입차에 붙는 관세 8%가 폐지된 상태인데요, 영국이 EU 탈퇴를 결정했기 때문에 앞으로 맺을 한-영 FTA 결과에 따라 자동차를 수입할 때 관세가 붙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 수출기업 입장에서는 어떨까요? 오늘 현대차의 주가가 1.5% 가까이 올랐는데 우리 자동차 기업에는 유리한 상황이라는 것이 시장의 판단입니다.

[조영무 /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원화는 브렉시트 발생하고 나서 가치가 하락하고 있죠. 일본, 독일, 중국 기업과 경합 관계에 있는 자동차, 전자 업종 수출 기업에는 가격 경쟁력을 회복시켜주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은 오늘 우리 금융시장에 걱정했던 수준의 충격파를 안기지는 않았습니다. 또 한 시간 반 전 시작된 유럽 주요증시도 소폭의 하락세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금융 부문이 점차 안정을 찾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전문가들은 앞으로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 과정 등에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지속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경제 줌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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