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흙수저'...절망에 빠진 우리말

'헬조선'·'흙수저'...절망에 빠진 우리말

2015.10.09. 오전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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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헬조선'이란 말 들어보셨습니까?

우리나라에 사는 게 마치 지옥 같다는 뜻인데, 온라인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퍼지고 있습니다.

너무 극단적인 표현이라고도 하고, 현실을 잘 꼬집었다고도 하는데요.

여러분 생각은 어떻습니까?

양일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헬조선'은 영어로 지옥을 뜻하는 '헬(hell)'과 우리나라의 옛 명칭인 '조선'을 합친 말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사는 게 마치 지옥과 같이 어렵고 힘들다는 뜻으로 쓰입니다.

극심한 취업난에 돈과 권력을 앞세운 갑질 횡포 논란까지, 치열한 경쟁 속에 열심히 노력해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세태를 꼬집는 표현입니다.

빅데이터 분석업체가 블로그와 트위터 79억 건을 들여다봤더니, 지난해 5천여 건에 불과하던 헬조선 언급량이 올해 들어 스무 배 가까이 껑충 뛸 정도로 젊은 세대가 즐기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김유라, 서울 사당동]
"지금 대학생들이기 때문에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쓰고 있는 것 같아요. 워낙 취업하기도 어렵고."

[선종우, 서울 도당동]
"저희끼리 소통할 수 있어서 재미도 있고 저의 심정을 대변할 수 있고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어서 자주 쓰게 되는 것 같습니다."

희망 없는 대한민국을 의미하는 '망한민국'.

금수저,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기는커녕 부모에게 물려받은 게 없다는 '흙수저'도 젊은 세대가 많이 쓰는 단어입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힐링' 같은 과거 유행어와 달리, 최근 유행어에는 절망과 분노가 엿보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상혁, 한성대학교 교양교육원 교수]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이런 표현들이 등장했다는 건 그 사회의 현상과 그 사회에서 우리말을 쓰고 있는 언중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거든요. 언어를 통해 사회 문제를 제기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인 것 같고요."

'헬조선'으로 대표되는 이런 유행어가 풍자를 넘어 국가나 사회에 대한 혐오마저 띠고 있어 불편하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바르고 고운 말을 쓰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한 번쯤은 젊은 세대가 이런 극한 표현들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인지 돌아보는 일도 필요해 보입니다.

YTN 양일혁[hyuk@ytn.co.kr]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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