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경제] 그리스 사태의 시작은 세금을 걷지 못한 것

[생생경제] 그리스 사태의 시작은 세금을 걷지 못한 것

2015.06.29. 오후 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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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경제] 그리스 사태의 시작은 세금을 걷지 못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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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포커스]“그리스 사태의 시작은 세금을 걷지 못한 것”-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7:00)
■ 진행 : 김윤경 기자
■ 대담 : 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

◇김윤경> 위기의 그리스, 우리 경제엔 어떤 영향이 올 지 짚어봅니다. 그리스는 과연 어떻게 되는 걸까요? 30일까지 15억 유로를 지금 국제통화기금, IMF에 갚아야 되는데요. 연장해 달라고 했지만 채권단이 이를 거부했습니다. 지금 은행문도 닫고 ATM도 닫고, 5일에는 추가 구제금융을 받기 위한 협상안의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까지 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유로를 쓰던 유로존에서도 나가게 될지, 아닐지 향방이 정해지게 되는데요. 모든 게 정해진 게 없고 정말 위기의 그리스입니다. 그래서 이 혼란스러움이 국제 금융시장이나 나아가서는 실물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텐데요. 이 점 한 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국은행에 오래 계셨던 분이죠. 송현경제연구소의 정대영 소장님 연결해서 자세하게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이하 정대영)> 네. 안녕하세요.

◇김윤경> 네.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정대영> 네. 오래간만입니다.

◇김윤경> 먼저 그리스요. 현재 어떤 상황인지를 설명해주시겠어요?

◆정대영> 네. 조금 전에 설명하신 대로 은행이 문을 못 열고, 해외에 자금 이체도 안 되고요. 그런 상황에 있는데. 사람이 살아가는 의미에서 경제가 마비된 상태고, 자세히 보면 사실상 디폴트 초기 단계로 들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김윤경> 디폴트 초기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진단을 하셨는데. 그리스 사태는 사실 굉장히 오래 전부터 재정 위기 국가였었고요. 꽤 몇 년 전부터. 그러다가 최근에 다시 문제가 불거진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요?

◆정대영> 그리스 사태가 뿌리가 깊죠. 깊고 사태의 본질도 자세히 설명하려면 복잡합니다. 그런데 보통 문제를 단순하게 보면 기본적으로 어떤 문제건 문제의 핵심은, 사실 자기 자신한테 있는 것이거든요. 그리스도 그리스 자체에 문제가 있는 건데. 그리스 자체의 문제는 보통 우리한테 많이 알려진 것은 복지를 너무 많이 했다. 너무 많이 퍼주어서 지금 그렇게 재정이 어려운 거다. 이렇게 얘기되는데.

◇김윤경> 정부가 구멍 났다.

◆정대영> 사실 어떻게 보면 문제의 핵심은 아닙니다. 진짜 핵심은 그리스가 세금을 제대로 못 걷는 거예요. 부자들이 굉장히 많은 나라거든요. 그리스는. 혹시 아실지 모르지만 재클린 오나시스의 재혼한 남편도 그리스 사람이고요. 굉장히 부자들이 많은데. 세금을 안 내고 정부는 세금을 안 걷고. 정확한 통계는 아닌데 독일 사람들한테 들으면 그리스에서 1년에 소득세를 100만 유로, 우리나라 돈으로 1억 2천만 원 정도 이상 내는 사람이 7명 정도 뿐이 안 된대요. 우리나라 괜찮은 동, 한 동네 정도뿐이 안 되는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세금을 못 걷으니까 재정이 어려워지는 것이고. 이게 기본이고요. 또 두 번째는 단일 통화를 갖고 있는 한계입니다. 유로라는. 그리스가 단일 통화를 쓰다 보니까 외환위기 가능성은 없어졌지만 재정 위기 가능성이 커진 거예요. 유로라는 단일 통화는 정부가 중앙은행에서 돈을 못 빌리게 만들어 놨어요. 그런 국가들의 재정을 방만하게 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이런 문제들이 겹쳐서 문제들이 해결이 안 되고 있는 거죠.

◇김윤경> 세금을 잘 못 거두고 있다가. 그동안에는 복지에 너무 퍼주느라, 이렇게 얘기를 했었는데. 일단 조세를 잘 못하고 있군요. 포퓰리즘인가요?

◆정대영> 오죽하면 독일 정부에서 세무 공무원을 파견해 주겠다. 그러면 문제 해결이 쉬울 것 같다. 이런 얘기까지 나올 정도죠.

◇김윤경> 세금을 잘 못 걷는 것은, 제가 여쭤본 것처럼 포퓰리즘 때문인지, 아니면 공무원 사회가 굉장히 부패해 있다고 하는데 그런 것 때문인지. 어떤 것 때문일까요?

◆정대영> 그렇죠. 일단 공무원이 부패했죠. 공무원이 부패하고, 국민들이 공무원과 뇌물이나 이런 것을 통해서 세금을 회피하는 게 아주 만연화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그리스 한 번 가보면 실제로 잘 사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데도 세금 내는 사람들이 별로 없죠.

◇김윤경> 그렇군요. 그리고 일단 재정 위기를 겪으면서 외부로부터 자금을 받았잖아요? 유럽중앙은행과 IMF, 유로존으로부터 해서 구제금융을 많이 받았는데. 지금 이게 갚아야 할 상황이 도래하고 있는 거죠?

◆정대영> 그렇죠. 지금까지 계속 빌리고 갚고, 빌리고 갚고, 이렇게 해오는데. 그게 계속 채무가 늘어나니까 EU와 IMF에서 더 강한 요구를 하는 거죠. 세금도 더 많이 걷어라. 복지도 줄여라. 재정 관리도 엄격하게 하라. 그런 과정에서 1차적으로 힘들어지는 게 서민들이 많이 힘들어지잖아요. 아까 말씀드린 대로 돈 많은 사람들은 다 피해서, 2중 국적 가지고 세금을 안 내고 그러니까. 그러니까 현지 정부, 치프라스 정부에서는 일종의 포퓰리즘이죠. 구제금융을 거절하고 우리 손으로 해보겠다. 이런 계획을 갖고 정권을 잡은 거죠.

◇김윤경> 그렇죠. 구제금융을 받게 되면 우리나라도 예전에 외환위기 때 받으면서 엄청난 숙제를 했었잖아요.

◆정대영> 그렇죠. 우리도 IMF에서 굉장히 과도한, 그리스 정도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격한 것을 요구했죠.

◇김윤경> 그렇게 하고 우리나라는 빚도 금방 갚았잖아요? 구제금융.

◆정대영> 그렇죠. 금모으기 운동도 하고 해서 아주 짧은 시간에 다 끝내버렸죠.

◇김윤경> 그런데 지금 그리스는 일단 30일 날 들어오는 IMF 구제금융 자금을 상환을 하려고는 하지만. 그것을 좀 연장해 달라고 했잖아요? 그 연장을 거부당한 거죠?

◆정대영> 그렇죠. 돈이 없는 거죠. 현실적으로 돈이 없고 정상적으로 세금을 걷는 게 아니라 상당 부분은 유럽중앙은행에서 돈을 빌려 씁니다. 긴급 유동성 지원이라고 해서. 그런데 유럽중앙은행에서 지난주에 긴급 유동성 지원을 더 이상 못하겠다. 이것도 사실은 유럽중앙은행의 기본 정신에는 별로 바람직한 것이 아니라고. 특히 독일 쪽에서 계속 그러니까 안 해주겠다고 하니까 갚는 것도 못 갚고. 또 국민들이 이렇게 되면 그리스 전체에 현금이 부족할 것 같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뱅크런이라고 해서 돈 찾으러 가고. 그러니까 줄 돈 없고. 지금같이 은행 문을 닫게 된 거죠.

◇김윤경> 그런데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 같은 경우에는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가혹한 구조조정 같은 것은 못하도록 하겠다. 이렇게 얘기를 했고 지금 굉장히 벼랑끝 전술을 펴고 있잖아요? 결국은 구제금융을 이렇게 다 못 받게 되면 나라가 부도나게 생겼는데. 국민투표를 하면 치프라스한테 표가 안 가지 않을까요?

◆정대영> 지금 그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디폴트, 즉 국가가 채무를 불이행 하느냐. 하나는 그리스가 유로라는 돈을 포기하고 옛날 쓰던 돈, 드라크마로 가느냐. 두 가지가 분리돼서 봐야 해요. 그런데 일단은 그리스 사람이나 치프라스나 여기는 대책은 안 갖고 유로는 계속 썼으면 하는 것 같아요. 국민들이 유로를 포기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여론 조사를 해보면 80% 이상이 유로를 갖고 싶어 하거든요. 유로에 남아있고 싶어 하니까. 두 개가 동시에 달성될 수 있느냐, 가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김윤경> 그리고 우리 금융 시장도 오늘 흔들렸어요. 그리스 디폴트 우려, 이렇게 하면서 흔들렸는데. 충격이 불가피하지 않을까요? 디폴트 상황이 본격적으로 오게 되면요.

◆정대영> 그런데 이제 은행이 문을 닫거나 디폴트 정도까지는 시장이 충분히 예견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아마 당분간은 좀 불안하겠지만 크게 튈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물론 당분간 불확실하게 흔들릴 것 같은데.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정리될 것이냐. 국민투표에서 어떻게 결과가 나올 것이고. 그리스로 끝날 것이냐, 아니면 이것이 다시 스페인이나 이탈리아나 포르투갈로 넘어가서 유럽 전체의 문제로 갈 것이냐. 이것이 지금 굉장히 불확실한 상태거든요. 이것이 확정될 때까지 조금 흔들리겠죠.

◇김윤경> 이게 몇 년 전에 재정 위기 국가들이 통째로 흔들릴 때는 유럽 실물 경제까지 무너지면서 우리나라 수출이 많이 줄어들었잖아요? 그런 영향도 이번에 다시 올 가능성이 있는 거죠?

◆정대영> 현재로서는 제가 볼 때는 그리스 내에서 끝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왜냐하면 아까 말씀드린 대로 디폴트, 사실상 디폴트 상태로 가있지만. 그리스라고 하는, 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나는, 유로화를 포기하는, 그런 상태까지는 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러면 이게 그리스 문제로 끝나죠. 그런데 이것이 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나게 되면 전선이. 그리스는 다 끝나 버리니까. 전선이 이탈리아나 스페인으로 확산되면서 유럽 전체가 흔들리면 당연히 우리나라까지도 영향이 클 것 같습니다.

◇김윤경> 혹시나 우리나라가 이쪽 그리스에 물려있는 채권들이 많이 있나요?

◆정대영> 물려있는 채권은 거의 없을 겁니다. 그리고 수출도 그리스 자체에는 우리가 거의 없습니다. 나라 순위로 60위 정도 되니까, 무시할 정도는 아니지만 미미한 정도고요. 그런데 유럽 전체는 우리나라가 제2의 수출 시장입니다. 중국 다음으로. 유럽 전체로 본다면. 미국보다 크죠, 일본보다도 훨씬 크고. 그러다 보니까 이게 그리스로 끝나느냐. 문제가. 이것이 확산되느냐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것이나, 한국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크다고 보는 것이죠.

◇김윤경> 환율에는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정대영> 일단 수출보다는 당분간 환율 쪽에서 영향이 있을 것 같은데요. 이번에는 다행히 그리스 사태는 오래 끌어왔고 오래 끄는 과정에서 민간 금융 기관들은 거의 손을 털었습니다. 그리스 채권에 대해서. 그리스 채권은 대부분 EU나 유럽중앙은행이나 IMF가 갖고 있기 때문에. 그리스가 문제가 생긴다 하더라도 민간 금융 기관들이 흔들리지 않으니까 신용 경색이나 자금 이탈 같은 게 많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런데 심리적인 요인 때문에 환율이나 주식 시장이 당분간 좀 흔들리겠죠. 그런데 크게 큰 충격으로 올 것 같지는 않다. 그리스 내에서만 본다면.

◇김윤경> 그러면 우리는 이제 재정이나 통화 당국에서 좀 예의주시하면서 그리스 사태를 지켜보는 것 밖에는 달리 방법은 없을까요?

◆정대영> 그렇죠. 그런데 가장 중요한, 그리스 사태나 모든 세계 여러 나라의 금융 위기를 보면. 뒤에는 다 과도한 부채, 빚에 있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우리 경제도 지금 본다면 신문에도 여러 번 나듯이 가계부채도 계속 늘고 있고요. 정부 빚도 과도하지는 않지만 없는 것은 아니거든요. 이런 상태가 있기 때문에 빚이 계속 늘어간다는 것은 언젠가는, 당장 1, 2년 내는 아닐지 몰라도. 언젠가는 상당히 그리스 비슷하게 충격이 올 수도 있죠. 그래서 지금은 빚을 너무 늘리는 것은 그리스 사태를 볼 때 바람직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김윤경>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자세히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대영> 네.

◇김윤경> 송현경제연구소의 정대영 소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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