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진정성 논란...까도 까도 나오는 조현아 일화

사과 진정성 논란...까도 까도 나오는 조현아 일화

2014.12.16. 오후 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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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 신문 보셨다면 1면에 난 이 광고도 보셨을 겁니다.

모든 신문의 1면을 대한항공 광고가 차지했습니다.

땅콩 회항 사건에 대한 사과문인데요.

'국민께 큰 상처를 드린 데 어떤 사죄의 말로도 부족하다. 환골탈태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아버지와 딸의 사과 발표에 이어 회사 차원의 사과문 광고까지...

거듭된 릴레이 사과에도 국민의 불신과 격앙된 마음은 가라앉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터뷰:김성수, 문화평론가]
"글을 보면 일단 뭘 구체적으로 잘못했는지에 대해서 적지 않고 있어요. 그러니까 뭘 잘못했는지 모른다는 거고요. 그리고 두 번째로는 무엇을 고칠지도 그냥 두루뭉술하게 '환골탈태하겠다'라고만 나와 있어요. 그리고 안타까운 것은 지금 우리 국민들이 이렇게 화가 나 있는 것은 나라의 이름을 걸고 있는 항공사에서 직원들을 어떻게 대하는가. 특히나 사주라고 하는 일가가 직원들을 어떻게 대하는가에 굉장히 분노했던 것인데 직원들에 대한 얘기도 일언반구가 없어요. 여태껏 모든 사과문에 직원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습니다."

멋진 광고 문구에 불과한 영혼 없는 사과문이라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조현아 개인과 대한항공을 동일시 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부사장 개인의 실수로 2만 명에 달하는 임직원이 일하는 회사가 휘둘려서는 안 되다는 겁니다.

[인터뷰:강연재, 변호사]
"개인적으로 한 것이어서 사실 대한항공이 굳이 사과문을 낸다면 조현아라는 임원의 잘못을 꼬집어서 사과하면서 대한항공 차원에서 이런 임원이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 이런 것이 핵심 맥락이거든요. 그런데 대한항공은 보면 자꾸 조현아를 감싸고 조현아의 문제가 아닌 우리 대한항공 전체의 문제, 우리 항공사가 쇄신하겠다. 이런 식으로 자꾸 뭉뚱그려서 대한항공 차원으로 가고 있어요. 그런데 저 사과문도 아시다시피 주요신문의 1면에 저 광고를 내려면 비용이 상당히 비싸거든요. (제일 비싸죠.) 그러니까 대한항공의 돈으로 저런 광고문을 낼 게 아니라는 거예요, 사과문을 낼 게, 조현아 개인의 사비로. 왜냐하면 개인의 범죄행위니까."

이에 앞서 재벌 총수로서 이례적으로 자식 문제 때문에 대국민 사과문까지 읽었던 조양호 회장의 사과도 진정성 논란이 일었죠.

[인터뷰: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대한항공의 회장으로서, 또한 조현아의 아버지로서 국민 여러분의 너그러운 용서를 다시 한 번 바랍니다. 절 나무라 주십시오. 저의 잘못입니다."

사건 발생 6일 만에 공식 사과한 조양호 회장은 5분 동안 모두 4차례 허리를 숙이고, 1차례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런데 카메라에 포착된 원고를 보면 '90도로 인사',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인사' 같은 지문이 적혀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잘 짜인 각본대로 연기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인터뷰: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조 회장, 아버지가 사과하는 모습도 국민의 입장에서는 40세가 다된 성인인데 왜 그 아버지가 나와서 사과를 하느냐. 이게 뭔가 좀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 모습이 있었을 뿐만이 아니고 우연히 방송 매체의 카메라에 찍히지 않았습니까? 사과하는 순서와 인사하는 각도 그것에 맞춰서 사과한 것이 알려지다 보니까 사실은 국민의 입장에서는 진정성에 상당히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는 형태였고."

게다가 조현아 전 부사장이 국토부 조사를 받으러 출석했을 당시 '과도한 의전' 논란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한항공 관계자가 잘 정돈된 여자 화장실을 다시 청소해줄 것을 요구했다는 진술도 나왔고, 몇 번의 사전 리허설을 진행하는가 하면, 출두 시간이 임박하자 건물 입구부터 직원들이 취재진을 막아서기도 했는데요.

어제 검찰에 출두한 박지만 EG 회장의 모습과 비교해볼까요?

대통령 친동생이지만 기자들이 주위를 에워싸고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 정도로 밀어붙이는 모습이었습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국토부에 출석할 때는 양쪽에 빨간 선을 쳐놓고 임직원들의 호위를 받으면서 등장했습니다.

지정된 기자 2명만 접근할 수 있었고, 밀치지 않고 예를 갖춘 모습입니다.

또한 당시 화면을 자세히 보면 수십 명의 임원을 동원한 조현아 전 부사장 곁을 유독 맴돌며 지근거리에서 수행하는 사람이 있는데요.

조현아 전 부사장이 고개를 들어 슬쩍 옆을 보니까 고개를 끄덕이죠, 조 전 부사장은 알았다는 듯이 바로 다시 사과합니다.

바로, 서용원 한진 사장입니다.

대한항공 임직원도 아닌 그룹 계열사 사장이 부하 직원 격인 전 부사장, 그것도 오너 딸의 의전을 총괄한 겁니다.

이 과정에서 서용원 사장은 촬영에 방해가 된다며 취재진에게서 비키라는 머쓱한 핀잔을 듣기도 합니다.

'비켜요. 뒤에 아저씨 비키라고요!'

[인터뷰:김성수, 문화평론가]
"대한항공 그 회사도 아니고 계열사인 한진의 사장인데 지금 한진쪽에 일정한 직책이나 이사를 맡고 있는 그런 상황이라서 그럴 수도 있겠다라고 억지로 생각은 해 본 것 같지만 참 부자연스러운 모습이죠. 전체 임원들이 저렇게 출석하다시피 조사에 참여할 필요가 있었을까, 이러다 보니까 거기서 조사를 같이 받아야 되는 승무원들은 심리적 압박이 어떻겠습니까?"

조현아 전 부사장에 대한 일화는 까도 까도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조 전 부사장이 6년 전에도 자신이 이사로 있는 한 대학에서 무례한 언행을 해 당시 대학 총장이 사퇴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인하대 교수와 교직원에 따르면, 지난 2008년 12월 당시 홍승용 인하대 총장은 이사회에 참석한 직후 돌연 총장직을 사퇴했습니다.

임기 1년 2개월을 남겨둔 상태였는데요.

이사회에서 교수 신규 채용 문제를 놓고 조현아 전 부사장과 의견 충돌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인하대 관계자는 '당시 조현아 이사가 홍 전 총장에게 서류를 집어 던지고 막말을 해서 홍 전 총장이 화가 많이 났다', '여러 사람이 있는 데서 아버지뻘인 자신에게 막말한 데 상처를 입고 사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홍 전 총장은 조양호 회장과 고등학교 동기입니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조현아 전 부사장은 아버지 친구에게도 막말을 했다는 건데요.

인하 학원 측은 이런 주장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있습니다.

'땅콩 회항' 사건이 발생한지 열흘도 더 지났지만 조현아 전 부사장과 관련한 논란은 끝날 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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