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영변 핵시설 영구적 폐기' 강조 이유는?

北 '영변 핵시설 영구적 폐기' 강조 이유는?

2018.09.25. 오전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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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미국의 상응 조치에 따라 영구적으로 폐기하겠다고 밝힌 영변 핵시설은 북한 핵 개발의 중심으로 알려져 있죠.

'영구적 폐기'를 강조한 것은 비핵화의 강한 의지를 보였다는 평가와 함께 비핵화 협상을 겨냥한 포석도 깔려 있다는 분석입니다.

김주환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평양에서 북쪽으로 100㎞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영변 핵시설 단지.

서울 여의도 면적의 4배 크기에 건물만 390여 개가 넘어 북한 핵 개발의 심장부로 불리는 곳입니다.

8천 개의 핵연료봉이 장전되는 5MW 원자로에서 최소 33㎏, 최대 53㎏의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2008년 이곳 냉각탑을 폭파하는 이벤트를 벌였다가 이듬해 다시 가동하기 시작한 북한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자체를 영구적으로 폐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조선중앙TV : 북측은 미국이 6·12 조·미(북·미) 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 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 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하였다.]

단서를 달긴 했지만, 실제 폐기할 경우 플루토늄을 이용한 핵 개발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더욱이 영구적 폐기라는 강도 높은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2008년 냉각탑 폭파가 이벤트였다는 비난을 의식해 핵 폐기의 진정성을 강조한 것이라는 것과 함께 폐기 비용까지 염두엔 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영변 핵 시설은 구소련의 1950년대 기술을 바탕으로 건설돼 지난 1985년 첫 가동을 시작한 노후시설입니다.

지난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영변 핵시설을 둘러봤던 핵 전문가들은 '영변 핵시설은 방사능에 오염된 허물어진 시멘트 건물 집합소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한 적이 있습니다.

이 시설을 폐기하는데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어 외교가에서는 한반도 문제 관련국이나 국제기구가 그 비용을 맡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라는 비핵화의 실질적 조치가 이뤄질 경우 폐기 비용 문제도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YTN 김주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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