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의 벗'·'정의로운 사람'...故 노회찬 의원 영면

'약자의 벗'·'정의로운 사람'...故 노회찬 의원 영면

2018.07.28. 오후 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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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혜원 / YTN 정치부 기자

[앵커]
고 노회찬 의원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이번 한 주 동안 정치권은 물론, 우리 사회를 큰 충격에 휩싸이게 했습니다. 어제 장례가 마무리됐는데 그 울림은 한동안 계속될 것 같습니다. 관련 소식 정치부 염혜원 기자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지난 월요일이었죠. 오전 9시 반에 사망을 했고 10시 반쯤에 국회에 그런 소식이 전해졌죠? 그 당시 국회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기자]
사망 소식이 언론을 통해서 알려지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회에서는 그리고 정의당에서도 아무도 짐작조차 하지 못했던또 이상한 기색조차 알아채지 못했던그런 분위기였습니다. 월요일은 정의당이상무위원회 회의를 하는 날인데요.

노회찬 원내대표도 당연히 참석하는 회의입니다. 그런데 그날은 불참했습니다. 5당 원내대표가 함께 미국을 방문했다가돌아와서 첫 번째로 열리는 회의였는데 참석하지 않았고 개인적인 사정이 있다고 당 관계자들에게말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 와중에 갑자기 비보가 날아든 겁니다. 회의에는 불참했지만 메시지는 서면으로 적어서 회의 참석자와또 언론에 배포했는데요. 그 내용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의 백혈병 피해 노동자들에게 조정합의를축하하는 인사, 그리고 KTX 승무원 10년 넘은 복직 투쟁을 마무리하고 다시 입사하게 된 데 대한축하인사였습니다. 끝내 읽지 못했지만 고 노회찬 의원은 끝까지 노동자와 함께 였습니다.

[앵커]
전체 장례 절차가 닷새 동안 이어지지 않았습니까? 아주 긴 조문 행렬이 인상 깊었는데요. '노회찬 신드롬'이라고도 불렸는데전국에서 7만 명이 넘는 조문객들이 찾아간 것으로 전해졌는데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분들이 조문은 하지 않았지만 애도했다 이렇게 봐야겠죠?

[기자]
약자의 벗이라고 불렸던 고인의 마지막 길은 결코 외롭지가 않았습니다. 서울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마련됐었는데 이곳과 또 함께 전국 시도당에 분향소도 차려졌었습니다. 닷새 동안 공식적으로 집계된 것만 7만 2300여 명이 조문을 했습니다.

실제로 저희가 취재를 위해서 빈소에 있었을 때도 점심시간 또 저녁 퇴근한 뒤에는 조문을 하기 위해서 빈소에서 1시간 넘게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였습니다. 대통령의 조화와 평범한 사람들의 편지가 한 공간에 놓여 있었고 노인부터 어린아이까지 모두 눈시울을붉혔던 쉽게 보기 힘든 장면이었습니다.

어제 국회에서 영결식이 열렸는데요. 이 장소에도 2000명이 넘는 일반 시민들이 참석을 했습니다. 또 장지였던 모란공원에도 천 명 가까운사람들이 끝까지 노 전 의원을 배웅했습니다. 특히 어제 영결식에서는 국회 청소 노동자 아주머니들의 작별 인사가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습니다.

고인이 생전에 했던 연설 가운데6411번 버스의 아침 첫차 풍경을 이야기했던 유명한 연설이 있는데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존재지만세상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는 이들을 위로했습니다. 그 내용 직접 들어보시죠.

[故 노회찬 의원 / 진보정의당 대표 수락 연설 (2012년) : 이분들은 태어날 때부터 이름이 있었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지 않습니다. 그냥 아주머니입니다. 그냥 청소하는 미화원일 뿐입니다. 존재하되 그 존재를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함께 살아가는 분들입니다.]

고 노회찬 의원은 연설로만 이런 말을 했던 게 아니었습니다. 실제 국회 청소노동자들 이 쉴 수 있는 공간이 없어질 위기가 한번 있었는데 자신의 사무실을 같이 쓰자고 할 정도로진심으로 이들을 걱정하는 국회의원이었습니다. 그래서 어제 국회 영결식장으로운구차가 들어오는 그 길목에 국회 청소노동자 분들이 일렬로 서서 고인을 맞이했던 겁니다. 이들은 국회에서 자신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몇 안 되는 의원이었다면서 고인의 죽음을 애통해 했습니다.

[이순덕 / 국회 청소노동자 : 여성의 날 같은 때도 미화원들 너무 고생하고 수고한다고 장미꽃 한 송이씩 다 나눠주고 굉장히 자상하셨어요. 너무 마음이 아파요. 그렇게까지 하셔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고너무 마음이 아파요.]

방금 인터뷰에서 장미꽃 이야기 들으셨는데요. 노 전 의원이 세계 여성의 날, 3월 8일이 되면 당직자와 보좌진 그리고 국회 여성 노동자들 또 국회에 출입하는 여기자들에게도 장미꽃을 직접 일일이 선물했습니다. 직접 찾아다니면서 눈 맞추고 축하인사를건넸었는데 저도 국회 출입하면서 두 번 장미꽃을 받았고요. 그 모습이 기억에 아직까지도 참 많이 남아 있습니다.

[앵커]
많은 분들이 이렇게 진심으로 슬퍼했는데 특히 함께 진보 정치를 했던 정치인들. 특히 노동계 인사들이 누구보다 황망해하는 것 같아요.

[기자]
고 노회찬 의원과 진보 정치를 일궜던 분들은 상실감이 정말 말할 수 없이 커 보였습니다. 30년 진보정치 동지로 서로 기대며 지내온 심상정 의원은 장례 내내 호상을 맡아서 빈소에서 닷새 동안 조문객을 맞이했습니다. 심상정 의원의 스타일이 평소에는 굉장히 여장부 같은 스타일인데 어제는 영결식에서 조사를 읽으면서 울음을 참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심 의원은 혼자서는 감당할수 없었던 시간을 노 전 의원이 열어줘견딜 수 있었다고 회고했습니다. 그동안 침묵은 이심전심이고 믿음이었기에 이번에도 그저 침묵으로 기도하면 될 줄 알았다면서 뒤늦은 후회를 하기도 했습니다.

[심상정 / 정의당 의원 : 함께 진보정치의 끝을 보자던 그 약속, 꼭 지켜낼 것입니다. 정의당이 노회찬과 함께 기필코 세상을 바꿔낼 것입니다.]

또 함께 진보정당 활동을 하고 팟캐스트에 같이 출연하는 등 각별한 인연을 이어왔던 유시민 작가도 누구보다 큰 슬픔을 풀어놓으며, 다음 생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기도 했습니다.

[유시민 / 작가 (前 보건복지부 장관)] : 오늘 처음으로 불러볼게요, 형! 다음 생에는 더 좋은 곳에서 태어나세요. 그때는 만나는 첫 순간부터 형이라고 할게요.]

진보 정치 원로들도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는데요. 해외에서 급히 귀국해 빈소를 찾은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는 영정 앞에서서 말조차 잇지 못했고 노 전 의원의 정치적 스승이었던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을 골목을 지나가다가 벽돌로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고 말했습니다.

[백기완 / 통일문제연구소장 : 절대로 잠들지 말라, 썩어 문드러진 자본주의 문명을 뒤집어엎을 때까지 끝까지 굽이쳐!]

후원회장을 맡으며노 전 의원과 각별한 인연을 맺었던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영정 앞에서목놓아 울었습니다.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방송인 김제동 씨 등 우정을 나눴던 각계각층의 인사들도 쉽사리 고인을떠나보내지 못했습니다.

어제 영결식에서는 유족을 대표해서 고인의 장조카가조문한 많은 분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하기도 했는데요. 노 전 의원이 큰아버지로서 평소에도 어떤 이야기를 하고, 어떻게행동했는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노선덕 / 故 노회찬 의원 조카 : 하루는 고민이 있어 큰아버지께 조언을 구하러 간 적이 있습니다. 선택의 기로에서 어떤 선택이 최선인지 당장 알 수 없을 때는 가장 힘들고 어려운 길을 걸어라, 그것이 최선일 것이다….]

[앵커]
노 전 의원이 유서를 남기지 않았습니까? 유서에서 자신은 여기서 멈추지만 정의당에 대한 지지를 당부했는데요. 정의당의 지지율이 조금 올랐어요.

[기자]
정의당 지지율이 7월 셋째주 조사 결과 역대 최고치를기록했습니다. 일단 정당 지지율 11%를 기록한 건데요. 1주일 전보다 1% 포인트 올랐습니다. 자유한국당의 지지율과 같습니다.

여론조사 기관 갤럽이 지난 24일 그러니까 노 전 의원 사망 다음날부터 사흘 동안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겁니다. 정의당 지지율은 2013년 한해 평균 1%에 불과했는데올해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상승세를보이면서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습니다.

정의당에 가입하거나지지 의사를 밝히는 경우도 최근 들어서 급증하고 있는데요. 평범한 시민은 물론기업인 이찬진 씨 등 유명인들도 잇따라당원이 됐습니다. 정의당이 당원 숫자나 액수를 밝히진않았지만 후원금도 전에 없이 많이 모이고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앵커]
이번에는 다른 주제로 가보죠. 이번 주 내내 기무사가 작성한 계엄 문건이 계속 논란이 되지 않았습니까? 8페이지짜리 기본 문건하고 백데이트자료인가요? 67페이지짜리 세부자료가 있는데 두 개의 문건이 있는데요. 우선 내용부터 정리를 해 주시겠습니까?

[기자]
일단 67쪽짜리 계엄령 대비계획 전문을국방부가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했습니다. 그 내용을 보면 통행금지에서부터신문, 방송 통신 검열 등 언론통제의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국회의 계엄해제 권한을 무력화하는 방법도 구체적으로 자세히 담았는데요.

특히 국회의장의 계엄해제 안건 직권상정을원천 차단하라고 건의한 부분이 충격적입니다. 여당은 투표에 참여하지 못하게 유도하고 또 야당은 시위 참석 의원을 집중 검거해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게 하는 방안도 담겨 있었습니다. 계엄 선포 전에는 주한 미국, 중국 대사에게 비밀리에 설명하는 절차를 밟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습니다.

[앵커]
이 문건 자체가 문제가 되고 있고 이후에 문건이 공개되는 과정, 보고하는 과정 이런 것들 때문에 송영무 국방부 장관하고 이석구 기무사령관이 국회에 나와서 진실공방을 벌이면서 이 부분도 크게 논란이 되고 있어요.

[기자]
송영무 국방장관과 이석구 기무사령관의 주장이 배치가 되면서 여러 차례 논란이 일기도 했었는데요. 송 장관은 이석구 기무사령관에게서 계엄 문건과 관련해 5분 정도 보고받고 문건은 놓고 가라 이렇게 말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사령관은 위중한 사안이라는 것을 장관에게 강조하면서 20분 정도 충분히 보고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두 사람 간의 논란 이외에 국방위에서 벌어졌던 또 하나의 논쟁이100 기무부대장 민병삼 대령과 송 장관 사이의 위수령 문건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당시 진실공방 상황 직접 보시죠.

[민병삼 / 100기무부대장 : 군인으로서 명예를 걸고, 한 인간으로서 양심을 걸고 답변드리겠습니다. (송 장관이) 위수령 문건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법조계에 문의해 보니 최악의 사태를 대비한 계획은 문제가 될 게 없다고 한다….]

[송영무 / 국방부 장관 : 대한민국에서 대장까지 마치고 장관하고 있는 사람이 거짓말 하겠습니까? 장관을 그렇게 얘기하시면 안 됩니다.]

두 사람이 상당히 격앙되게 대립하고 있는 모습 보실 수 있었는데요.

[앵커]
어제 정보위원회가 있었지 않습니까? 기무사가 국회에 업무보고를 했는데요. 여기서는 어떤 얘기들이 나왔습니까?

[기자]
어제 정보위 전체회의가 열렸는데 여기서는 이석구 기무사령관과 함께 계엄 문건 작성 책임자들이 출석했습니다. 작성에 직접 관여했던 지휘관들은 문건이 단순한 대비 계획에 불과하다고 의미를 축소했습니다. 하지만 이석구 사령관은또 배치되는 이야기를 했는데요.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받고 기무사령관이 작성하도록 한 게 확인됐다면서실행 의지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해진술이 엇갈리기도 했습니다.

[이학재 / 국회 정보위원장 : 만나서 회의 같은 걸 한 적이 있느냐고 했더니 단 한 차례도 이 문서 관련 부대나 관련자들이 회의한 적이 없다….]
 
[김민기 / 더불어민주당 정보위원회 간사 : 이 문건을 보고 실행 의지가 있다고 보느냐 (물으니) 사령관은 있다고 봤다고 명확히 얘기했습니다.]

또 진실공방으로 인해서 많은 논란이 있었던 것을 의식하듯이 이 사령관은 하극상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부인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송 장관이 추진하는 개혁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석구 / 국군기무사령관 : 절대로 그런 일이 있을 수 없고, 기무사도 국방부 직할 부대이고, 장관님께 충성을 다하는 부대입니다.]

어제 문재인 대통령이 전군 지휘관을 불러서 기무사의 계엄령 검토는 그 자체로 불법적 일탈 행위라고 말했는데요. 기무사 개혁과 관련된 군 내부와 정치권의 진통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지금까지 한 주간의 정가 소식 정치부 염혜원 기자였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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