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지식인 “정부 초조해, 이대로라면 성공 못 해... 사람 사는 경제, 사람부터 바꿔야”

진보지식인 “정부 초조해, 이대로라면 성공 못 해... 사람 사는 경제, 사람부터 바꿔야”

2018.07.18. 오후 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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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지식인 “정부 초조해, 이대로라면 성공 못 해... 사람 사는 경제, 사람부터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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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지식인 “정부 초조해, 이대로라면 성공 못 해... 사람 사는 경제, 사람부터 바꿔야”


- 보수 정권 제3기 아니냐는 착각
- 혁신 성장? 박근혜 정권 창조경제와 다른 이 없어, 표지만 바꾼 것
- 재벌들과 타협해서 일자리를 만들어 성장하겠다는 달콤한 유혹에 빠져
- 문재인 정부 경제팀 좋은 점수 못줘, 개혁잘 알지도 못한다 생각
- 관료들에게 개혁?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
- 지금 정부가 정책 방향 바로 잡지 못한다면, 과거 노무현 정부의 실패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
- 재벌 경제의 병폐 개선 위한 정부의 노력 없다, 공정거래위원회 전혀 해소할 수 없는 안 내놓은 것
- 부자 증세 프레임 잘못, 역진세 바로잡는 것이 사람 사는 경제
- 자산 소득이 근로 소득보다 우대받는 세제 고쳐야
- 문재인 정부, 경제 구조를 전반적으로 바꾸는, 재벌 개혁, 재정 개혁, 노동 개혁, 복지 개혁, 4대 개혁 큰 그림 보여줄 때
- 정부 너무 초조하고, 조급해
- 소득주도 성장, 재벌개혁이 선행돼야 최저임금 인상 효과 긍정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 사람 중심적인 경제, 절호의 기회, 단기적 성과 집착해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절박감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
■ 방송 : FM 94.5 (18:10~20:00)
■ 방송일 : 2018년 7월 18일 (수요일)
■ 대담 :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앵커 이동형(이하 이동형)> 문재인 정부의 사회경제 정책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적극적인 개혁 정책을 촉구하는 지식인 선언이 발표됐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사회경제 개혁을 포기하고, 과거 회귀적인 행보를 보인다는 건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문제인지, 지식인 선언에 발기인으로 참여한 서울대 행정대학원 박상인 교수와 함께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이하 박상인)> 네, 안녕하세요.

◇ 이동형> 교수님은 어떤 계기로 지식인 선언에 참여하게 되셨습니까?

◆ 박상인> 한 마디로 절박감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문재인 정부 1년 이후에, 지방선거 이후에 특히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사회 경제적인 개혁에 나설 것이라고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그와 반대로 보수 정권 제3기가 아니냐는 착각이 들 정도의 정책적인 부분에서의 과거 회기가 일어나고 있고요. 지금 이 시점에서 이런 잘못된 방향을 바로 잡지 않는다면, 문재인 정부가 결코 경제적인 측면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절박감 때문에 서명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이동형> 진보 지식인 323명이 서명에 참여했다고 하는데요. 과거 회귀적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게 과거 회귀적이라고 보면 될까요?

◆ 박상인> 최근 일련의 흐름을 보면요. 경제 수석을 전통 관료 출신으로 바꾸셨어요. 그리고 정책 방향 자체도 혁신 성장이라고 이야기는 합니다만, 사실 과거 박근혜 정권의 창조경제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 없어 보입니다. 규제 혁파를 통해서 혁신 성장을 하겠다는 것이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일관된 성장 아이디어였고요. 지난 9년 과거 보수 정권에서 성공하지 못한 정책이었어요. 그런데 표지를 바꾸고 다시 하겠다는 거고요. 결국은 구조적인 문제의 개혁을 통해서가 아니고, 재벌들과 타협해서 일자리를 만들고, 성장할 수 있다. 사실 이것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증명이 된 것입니다. 그런데 또다시 이런 달콤한 유혹에 이번 정부도 빠져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가지고 있습니다.

◇ 이동형> 제가 전문을 읽어봤는데요. 결국은 인사가 만사 아니냐, 대통령의 마음을 감언이설로 사로잡는다고 하더라도 구태에 젖은 경제 관료들은 개혁을 못 한다. 결국은 관료들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는 것 같습니다.

◆ 박상인> 일단 저도 사실 행정대학원에 있고, 관료들을 많이 접하는 편입니다. 우리 관료들이 지금까지 해왔던 것, 경험이 있는 것들은 굉장히 유능하게 잘하는 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사고라든지, 개혁적인 것들은 사실 상당한 체질적인 거부감도 가지고 있고요. 저는 이분들이 잘 알지도 못한다고 생각이 돼요. 또 한편으로 보면, 이번에 장충기 전 삼성 사장 문자 대방출해서 나온 것처럼 많은 전직 고위 관료들이 삼성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그런 측면에서 특정 경제부처 장관들, 관료 출신들이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 하에서 보여준 행태를 볼 때, 관료들이 과연 개혁적인 것을 할 수 있는가. 왜냐하면요. 우리 기본적인 경제 구조가 박정희 개발 체제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고, 그것이 관료 중심, 재벌 중심의 체제인데, 그 체제를 바꾼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관료 집단의 이해가 상충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관료들에게 개혁을 하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그런 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지고 있는 것이죠.

◇ 이동형> 민주 정부, 혹은 진보 정권이 이번이 3번째인데,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도 결국은 관료들을 이기지 못한 것이 아니냐, 이런 지적도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정부 출범한 지 1년 조금 넘었는데, 진보지식인들이 조금 더 기다려주면서 힘을 실어주는 게 개혁을 더 연장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냐, 이런 지적이 있거든요.

◆ 박상인> 말씀하신 것처럼 지난 1년 동안 많은 진보 지식인들이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바라면서 또 지난 1년간 남북문제가 굉장히 첨예하고도 중요한 문제였죠. 그런 그간의 사정을 생각하고, 지금 1년이 지난 시점에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압승을 했고요. 개혁의 동력을 살려서 적극적인 개혁에 나설 때라고 믿었던 것이죠. 그런데 지방선거 이후에 인사적인 것, 정책적인 진단들을 보면, 저희 기대와 정반대로 간다는 것이고요. 지금 이 시점에서 정부가 정책의 방향을 바로 잡지 못한다면, 과거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문재인 정부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하게 된 것이죠.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정부가 더 잘못된 방향으로 깊숙이 빠져들기 전에 바로 잡아달라는 충정에서 선언하게 되었고요. 아시다시피 선언하신 분들의 면면을 보면, 대부분이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라는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동형> 구체적으로 한번 여쭤보죠. 재벌 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열망에 등을 돌리고 있다고 지적하셨습니다. 재벌 봐주기를 하고 있다고 보시는 겁니까?

◆ 박상인> 기본적으로 재벌 개혁에 대해서 지난 1년간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굉장히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이 전문가뿐만 아니고요. 대부분 언론인까지 포함해서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은 다들 동의하는 바라고 생각합니다. 김상조 위원장님께서도 1년 동안 계속하신 말이 자발적인 변화를 유도하겠다는 것이고요. 그런데 자발적인 변화가 실질적으로 일어난 것은 거의 없습니다. 또 일감 몰아주기 부분도 마찬가지고요. 또 경제적 집중 부분, 또 최근에 한진이라든지, 아시아나 총수 일가의 갑질 문제, 황제 경영 문제, 또 재벌 경제의 병폐라고 흔히 말하는 부분에서 개선된 부분이 없고요. 이런 개선을 위해서 정부가 적극적인, 제도적인 노력을 한 바가 없다는 것이죠. 더 중요한 것은 사실 재벌의 경제적 집중이라는 것이 한국 제조업 위기의 근본적인 문제인 겁니다. 과거 경제개발에 통했던 이론은 재벌 중심, 정부 주도의 정책이라는 것인데, 이것이 더 이상 작동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 체제를 유지하면서 타협하면서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제도적인 재벌 개혁이 굉장히 소극적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 것이죠. 최근에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특위 안을 발표했습니다. 개편안 자체는 아직 안 나왔습니다만, 그 안을 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년간 실태조사를 통해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지주회사라든지, 내부거래라든지, 공익 법인 문제점이 있는데, 그런 문제점들이 이 안을 통해서 어떻게 해소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전혀 답을 못하고 있고요. 제가 평가하기에는 전혀 해소할 수 없는 안을 내놓은 것입니다. 이런 일련의 경험을 볼 때, 지금 문재인 정부가 재벌 개혁과 같은 우리 경제에 근본적인 개혁을 할 수 있는 의지가 있느냐는 의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죠.

◇ 이동형> 그런데 결국은 재벌 개혁해서 재벌들을 관공 드라이브로 걸게 되면, 지금 경제가 어려운데 재벌의 도움을 받지 못하게 되면, 고용이라든가, 수출이라든가, 문제가 있지 않느냐, 이런 지적도 있단 말이죠.

◆ 박상인> 그런 생각 때문에 사실은 보수 정권들이 계속해서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재벌 친화적인 정책을 해왔고요. 지난 9년 동안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 나왔습니다. 저는 거꾸로 묻고 싶어요. 지금 같은 재벌 중심 체제를 우리가 유지하면, 경제가 잘될 것 같냐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식의 체제가 유지된다면, 제2의 경제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시면, 우리 경제가 지금 아주 어렵죠. 현대차를 한 번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현대차 같은 경우에 지금까지 가격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어느 정도 수익을 내고 있었는데, 한 3, 4년 전부터 이 구조가 흔들리기 시작했어요. 가격 경쟁력의 원천은 부품 단가가 낮다는 데 있습니다. 단가 후려치기를 많이 해서 부품 단가가 경쟁사들보다 낮게 공급받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을 유지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현대차 같은 경우에 혁신에 대한 이윤이 줄어든 겁니다. 다른 자동차 회사에 비해서 새로운 기술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한 측면이 있고요. 또 부품 단가 후려치기를 당하고, 기술 탈취가 만연한 구조에서 이런 현대자동차의 제조 하청기업들이 혁신할 이윤이 없게 되죠. 이런 상황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냐 하면, 현대차가 가지고 있던 가격 경쟁력도 중국이나 인도 기업들이 쫓아오면서 경쟁력을 잃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지금 전기차 커넥티드 카라는 새로운 혁신들이 일어나는데요. 그런 혁신의 주요한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국내에 없게 됩니다. 이른바 현대차가 샌드위치, 넛 크랙커가 되는 현상이죠. 이게 우리 제조업에서 재벌 중심의 70년 이후에 형성된 제조업 위기의 근본적인 문제라고 생각되고요. 이것을 구체적으로 혁파하고,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경제력 집중 해소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일감 몰아주기, 내부 거래로 인한 경제력 집중 문제가 해소되어야만, 중간재 산업 혁신이 일어날 수 있겠죠. 그리고 혁신을 유인하기 위한 약자의 재산권 보호, 기술탈취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만들어준다면, 저는 우리 제조업이 고부가가치를 생산하는, 또 특수재를 생산하는 중간재 제조업 중심으로 진화해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런 진화를 거쳐야만 한국 경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지금 같은 재벌 체계를 계속 유지하면서 재벌들과 협력해서 일자리를 늘린다, 이것은 9년간 실패했고, 이론적으로 따져도 불가능합니다. 쉬워 보이기는 한 것인데요. 해답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죠.

◇ 이동형> 재벌 개혁은 미진했다는 주장이시고요. 또 하나는 부동산 공화국 체제는 무너뜨려야 한다, 하면서 보유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이야기하셨어요. 결국은 보유세 강화가 부자 증세하는 얘기 아니겠습니까?

◆ 박상인> 사실 프레임이 부자 증세라는 프레임은 굉장히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부동산뿐만 아니고요. 이번에 금융 종합과세를 늘리려고 하는 것도 기재부에서 차단이 되어 버렸는데요. 우리가 사실은 굉장히 역진 세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이 되요. 임대라든지, 금융 소득의 90%를 상위 10%가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종합 과세라는 측면에서 보면, 상위 10%의 세율이 일반인 근로자들보다 낮아질 수도 있죠. 이건 굉장한 역진세입니다. 그래서 이것을 바로잡는 작업이지, 이것을 부자 증세 프레임으로 가져가는 것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고요. 종합 부동산세뿐만 아니고 종합과세, 금융 소득까지 모든 소득에 대해서 종합 과세를 하는 것이 상당히 필요하다, 이것은 조세 정립일 뿐만 아니고요. 조세의 효율성 측면에 있어서도 꼭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문 대통령께서 사람 중심 말씀을 많이 하세요. 사람 중심의 경제를 말씀하시는데, 이것은 노동의 가치가 더 평가되는, 그런 조세 시스템, 그리고 경제 시스템을 말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자본이득이라든지, 임대 이득이라든지, 부동산에서 오는 차액으로 인한 그런 소득들이 노동에 대한 소득보다 훨씬 과세도 안 되고, 그런 소득을 가진 사람들이 훨씬 더 잘 살 수 있다면, 그건 사람 중심 사회가 아니죠. 그런 의미에서도 사실 이 세제 체제가 바뀌어야 하는 것이죠.

◇ 이동형> 보유세 문제를 노무현 정부에서 한 번 시도했다가 된통 당한 적이 있지 않습니까? 그 트라우마가 있을 것 같은데요.

◆ 박상인> 물론 그것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론적으로 흔히 말할 때는 보유세, 세금을 부과하게 되면, 경제적인 손실이 생긴다, 이렇게 교과서적으로 얘기를 하는데요. 보유세라는 것이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는 효율적인 조세라는 게 이론적으로 맞습니다. 저는 보유세를 어느 정도 올리느냐 하는 것은 조금 더 실증적인 문제라고 생각해요. 다만, 지금과 같이 부동산을 통해서 근로를 통해서 벌 수 있는 것보다 상상할 수 없는 돈을 1~2년 안에, 5~6년 안에 벌 수 있는 이런 것은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라는 것이죠. 지대를 추구하는 사회가 되는데, 이 지대를 추구한 부분에 대해서 세금으로 사회적 환원을 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보유세와 양도소득세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한데, 저는 개인적으로는 양도 소득세를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보유세도 지금은 역시 상당히 낮은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직자들이 보유세를 낼 수 있는 그런 능력을 고려하면, 보유세뿐만 아니라 양도소득세를 조금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말씀드린 것처럼 이런 금융 자산이라든지, 자산 소득이 근로 소득보다 우대받는 세제, 그것은 사회적으로 결코 생산적이지도 않고,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죠.

◇ 이동형> 그러면 세제 문제에 대해서는 결국은 증세를 해서 복지를 하자는 주장이십니까?

◆ 박상인> 당연히 그렇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유감스러운 것은 앞뒤가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어떤 복지를 위해서 사회안전망을 늘리고, 복지 정책을 어떻게 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세입이 필요하다는 청사진이 먼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런 청사진을 제시하고 나서 세입을 어떻게 증대할 것인가, 세입을 증대할 때 어떤 원칙으로 증대할 것이냐. 이런 대국민 설득이 먼저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런 큰 청사진을 보여주지 않고, 세금을 어디서 올리고, 이런 이야기를 자꾸 하니까 잘못된 프레임에 빠지죠. 부자 증세라든지, 이런 프레임에 빠지는데요. 문재인 정부가 지금 1년이 지나면서 경제 구조를 전반적으로 바꾸는, 재벌 개혁, 재정 개혁, 노동 개혁, 복지 개혁, 이 4대 개혁에 대해서 큰 그림을 보여줄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큰 그림을 보여주면서 국민들을 설득해가면서 개혁을 해가야 한다고 생각했고요. 또 하나는 지금 정부가 너무 초조하고, 조급해하는 것 같아요. 경제적인 성과를 1년 안에, 6개월 안에 내야 한다는 초조함이 있는데요. 지금 우리 경제 문제는 대부분이 구조적인 문제에요. 그렇게 하루아침에 크게 바뀔 수가 없다, 국민들에게 그것도 솔직히 말하고, 이해를 구하고, 이런 개혁 조치를 취하면 경제가 점점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을 설득하고 실천하는 게 저는 필요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 이동형> 이번에 지식인들이 323명, 진보 지식인들이 나선 게 계기가 최저임금 때문이라고 봐도 되나요?

◆ 박상인> 최저임금뿐만이 아니고요. 촉발한 계기는 말씀드린 것처럼 전반적인 개혁에 있어서 후퇴하고 있다, 개혁은 재벌 개혁 문제도 있는 것이고요. 세제 개혁 문제도 있는 것이고요. 그다음에 최저임금에 관련해서는 설명하신 분들의 생각이 조금씩 다를 수는 있어요. 그런데 저 같은 경우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 경제 구조에서 오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요. 과거의 정부들이 이른바 낙수효과. 수출 주도적인 낙수효과를 통해서 일자리가 창출되는 선순환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요. 사실 수출이 늘어도 일자리가 별로 늘지 않는, 낙수효과가 없다는 구조라는 게 밝혀졌죠. 그러다 보니까 새 정부가 들어와서 하는 것이 분수효과, 즉 소득주도 성장을 하겠다는 건데요. 이것 역시 사실은 경제 구조의 개혁 없이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죠. 그래서 소득주도적인 아이디어와 경제구조를 바꾸는 재벌 개혁 같은 이런 정책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고요. 저는 사실 재벌 개혁이 선행적으로 이루어졌어야지, 이 소득주도 성장,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긍정적으로 나타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노력을 하지 않고, 최저임금 인상을 했을 때 지금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죠. 그러니까 화들짝 한 거죠. 그러다 보니까 갑자기 정책 방향이 과거 박근혜 정부 때의 정책으로 회귀해버리는 것이죠. 그런 부분에 상당한 우려를 가지고 성명이 나오는 계기가 된 것으로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 이동형> 비정규직 문제도 이야기하셨어요.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해놓고 왜 안 하느냐.

◆ 박상인> 그렇죠. 그것도 꼼수들이 많았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이야기는 했는데, 자회사를 만들어서 무늬만 정규직 전환을 했다는 것이죠. 그게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고요. 이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정규직 문제, 노동시간 단축 문제, 최저임금 문제, 이런 문제들하고, 경제 구조를 바꿔주는 것들이 조화가 되어서 이루어져야만 사실상 효과를 낼 수 있는데요. 그런데 구조를 바꾸는 정책은 빼고, 분수효과 정책들만 하다 보니까 제대로 작동이 안 된다고 봐요. 그랬더니 사실 찾는 것은 구조를 바꾸는 정책이구나, 하는 것을 깨닫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데, 오히려 이거는 다시 적당히 마무리하고 과거 박근혜 정부 때 같은 혁신 정책으로 돌아가 버린 꼴이라는 것이죠. 거기에 저희는 굉장히 문제점이 있다고 기본적으로 생각하는 것이고요. 노동 관련돼서도 저는 계속 주장하는 게, 재벌 개혁과 노동 개혁을 같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재벌 개혁, 노동 개혁 같이해야 하고요. 복지 개혁과 재정 개혁 같이해야 한다,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것이죠. 지금 한국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가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려서 경기 변동적인 측면에 대응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지났다고 봅니다. 구조적인 문제다. 이것들을 문재인 정부가 심각하게 인식해야 하는데, 이런 인식이 굉장히 부족한 것이 아닌가, 이런 것이죠.

◇ 이동형> 그런데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하는 문제는 사기업 같은 경우에는 정부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고요. 공기업 같은 경우에는 의지만 있으면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이야기하고 나서 노동자들 사이에서 분란이 일고, 이견이 일고, 감정싸움을 하고, 이런 것이 있지 않습니까? 시간을 두고 해야 할 것 같은데요.

◆ 박상인> 그러니까 속도 문제인데요.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우리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문제, 임금 격차 문제, 이런 것 다 포함해서요. 정부가 구체적인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로드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이 됩니다. 어떤 식으로 정부가 구조를 바꾸고, 그리고 구체적인 노동정책이 어떤 식으로 바뀌어 나가면, 여러분의 삶이 어떤 식으로 바뀔 것이다, 청년들이 대학을 졸업해서 직장을 어떻게 잡고, 그리고 퇴직을 언제 하고, 그리고 연금 생활을 통해서 어떻게 살 수 있고. 이런 큰 경제적 생의 주기에 대해서 정부가 청사진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이 돼요. 그런 큰 맥락에서 이러한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이고, 그래서 속도 조절이라는 것이 결국은 로드맵에서 언제, 어떻게, 작동되게 할 것이냐는 것이죠. 그런데 그런 큰 그림 없이 지금 조금 서두른 것이 아니냐. 그리고 정규직, 비정규직이라든지 이런 문제도 임금 체계 개편의 문제, 또는 정규직, 비정규직의 임금이라든지 대우의 차이, 이런 것들이 더 근본적인 문제라고 볼 수가 있어요. 그런 임금 체계나 임금의 차이 같은 것을 어떻게 바꿔줄 수 있느냐, 다시 말하면, 우리 재벌 대기업과 하청하고 있는 중소기업들 생산성 격차가 굉장히 큽니다. 그 생산성 격차가 큰 이유 중 하나가 단가 후려치기, 기술탈취에 있어요. 단가 후려치기, 기술탈취를 막아주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서 생산성 격차를 줄여나가면서 임금 격차를 줄이는 정책이 병행되어야 하는 것이죠.

◇ 이동형>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같은 편들한테 비판받을 때 가장 힘들었다, 라는 얘기를 했어요. 그리고 지금 문재인 정권을 지지하시는 많은 분들이 진보 지식인들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지금 나설 때가 아닌데 왜 나서고 있냐. 아마 그런 고민도 발기인 참여를 하시면서 하셨을 것 같은데, 어쨌든 지금 여소야대 아니겠습니까? 국회가 야당이 반대를 하는 게 있기 때문에 법률도 통과가 안 되고 어려운 상황인데요. 하필 이때 왜 지식인들이 나서느냐, 이런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박상인> 지금 나서지 않으면 영원히 잘못된 길로 갈 것 같다, 문재인 정부가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절박감을 제가 말씀드립니다. 절박감에서 시작했고요. 여소야대라고는 하지만 지금 대통령 지지율이 70% 가까이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민주당도 거의 50% 전후로 지지율을 가지고 있고요. 국민들이 정말 의지가 있다면, 제가 이런 말을 합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먹겠다는 그런 각오를 가진다면, 재벌 개혁, 여러 가지 법률문제가 있다고 하지만, 법률을 통하지 않고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들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런 것들을 시작한다면, 야당이나 재벌들도 법률개정을 통해서 조금 더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방법으로 가자는데 참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이고요. 이런 경제 구조를 바꾸는 것은 기득권층의 저항 때문에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 촛불 시민 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아니면, 이런 근본적인 개혁을 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정말 절호의 기회인 것이고, 박정희 개발 체제라는 한국 경제의 근본 체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면서 지속가능하고, 그리고 사람 중심적인 경제, 사회 규제를 바꿀 수 있는, 개혁을 할 수 있는, 정말 절호의 기회인데요. 이것을 너무나 소극적으로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해서 그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간절한 저희들의 절박감이 있는 것이죠.

◇ 이동형>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라고 할 수 있죠. 소득주도 성장, 혁신 성장, 공정 경제. 이게 지금 공허한 메아리로 들린다, 이렇게 해석해도 되겠습니까?

◆ 박상인> 세 가지는 사실 굉장히 좋은 개념이고요. 그런데 문제는 너무 표면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고요. 또 지금 규제 혁파를 통한 혁신 성장을 해야지 소득 주도가 공정경쟁이 된다는 이야기를 정부 관료들이 하기 시작해요. 그런데 저는 굉장히 잘못된 인식이라고 생각하고, 이론적으로 틀렸다고 생각해요. 기본적으로 공정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지,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주도의 혁신이 일어날 수가 있는데요. 그런 혁신적인 기회가 있어야만 소득주도 성장의 효과가 발휘될 수 있습니다. 공정 경쟁을 이루는 제도적인 개혁. 이게 지금 저희가 말씀드린 사회경제적인 개혁이죠. 이것이 선행되거나 같이 가야만 되는데, 이것은 내버려 두고, 정부가 주도하는 규제의 혁신을 통해서 성장할 수 있다? 이것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실패했던 이론이고, 정책입니다. 이것을 다시 문재인 정부가 꺼내 들었다는 것에 대해서 굉장한 우려를 아니 할 수 없는 것이죠.

◇ 이동형> 진보 지식인 323명의 성명에 대해서 청와대 김부겸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서 그분들의 의견에 대해 귀 기울이겠다, 이렇게 밝혔거든요. 그러면 사실 이게 말씀 들어보니까 가장 많이 비판하는 부분이 경제 관료들이네요. 이 사람들 교체하면 됩니까?

◆ 박상인> 사람이 근본적으로 중요한 문제죠. 지금 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주체, 청와대와 경제부처 관료들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분들이 개혁적이고, 능력 있는 분들이어야만, 사실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되고요. 사실 지금 경제팀을 볼 때 개혁성과 능력이라는 측면에서 그다지 높은 점수를 드리기 어렵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사람이 먼저라고 말씀하셨고, 사람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이번에 대변인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다고 하니까 빈말이 아니고, 정말 경청하고 하셨으면 좋겠고요. 그리고 가능하면 저희들하고 청와대 또는 경제 관련 의원들하고 공개토론회를 해도 저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정말 총의를 모을 수 있는, 그런 기회가 있었으면 합니다.

◇ 이동형> 알겠습니다. 교수님, 오늘 말씀 여기까지만 듣겠습니다.

◆ 박상인> 네, 감사합니다.

◇ 이동형> 지금까지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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