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 떡잎부터 알아본 나 "이 친구 뭔가 되겠다, 얼굴보고 알았다"

정현, 떡잎부터 알아본 나 "이 친구 뭔가 되겠다, 얼굴보고 알았다"

2018.01.24. 오후 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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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 떡잎부터 알아본 나 "이 친구 뭔가 되겠다, 얼굴보고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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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 떡잎부터 알아본 나 "이 친구 뭔가 되겠다, 얼굴보고 알았다"

[YTN 라디오 ‘곽수종의 뉴스 정면승부’]
■ 방송 : FM 94.5 (18:10~20:00)
■ 방송일 : 2018년 1월 24일 (수요일)
■ 대담 : 주원홍 전 테니스협회 회장

◇ 앵커 곽수종 박사(이하 곽수종)> 정현이 테니스 호주오픈에서 우리나라 선수로는 처음으로 4강에 진출하며 또 한 번 우리나라 테니스 역사를 새로 썼습니다. 샌드그렌의 돌풍을 3대 0으로 손쉽게 잠재웠는데요. 정현 선수를 발탁하고 키운 주원홍 전 대한테니스협회 회장 연결해 말씀 들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주원홍 전 테니스협회 회장(이하 주원홍)> 네, 안녕하세요.

◇ 곽수종> 오늘 전화 많이 받으셨겠어요. 제자 한 명 잘 키워놓으니 스승이 얼마나 위대해집니까.

◆ 주원홍> 저는 키웠다고 하기보다 발굴했는데, 저희 제자들이 키웠고요. 재능 있는 선수를 발굴해서 큰 성과 올린 것은 보람된 일입니다.

◇ 곽수종> 회장님께서 선수를 보시면 될성싶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까?

◆ 주원홍> 네, 얼굴 보고 압니다.

◇ 곽수종> 어떻게 얼굴을 보면 아십니까?

◆ 주원홍> 저는 관상학적으로는 아닌데요. 얼굴과 대화를 통하면 원래 기본 재능은 가지고 있는 선수인데 좀 대범한 선수들이 있습니다. 남을 의식 안 하고 또 정현도 15살에 제가 처음 만났는데 제가 몇 마디 물어보니까 저를 전혀 어려워하지 않고 웃어가면서 대답을 하더라고요. 속으로 이 친구는 뭔가 되겠다 싶어서 제가 삼성에 적극 추천했죠.

◇ 곽수종> 그러니까 피겨 스케이팅의 김연아 선수나 손흥민 선수, 정현 선수 등 다 어릴 때부터 될성싶은 나무라 싹을 키웠던 분들이거든요.

◆ 주원홍> 제가 외람되지만 박세리 선수 처음 삼성에 왔을 때 아버지에게 제가 그랬어요, 세리는 되겠다고. 무엇을 보고 그러냐니까 선수 관상을 좀 본다고 했는데, 왜 그런 얘기를 했느냐면, 많은 삼성 감독들 속에서도 전혀 주눅 안 들고 고3 학생이, 아무 의식 안 하고 들어와 식사하는데 제가 깜짝 놀랐어요, 그때. 그러한 선수들이 개인 종목에서는 잘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 곽수종> 제가 일찍 주원홍 회장님을 뵈었으면 저도 발탁될 수 있을 뻔 했네요. 저 고등학교 3학년 때 육군 소장님과 단독 면담 요청하고 그랬거든요.

◆ 주원홍> 그렇게 배짱있는 선수들이 이러한 개인 종목, 관중이 많고 자기 혼자 해결해야 할 종목에서는 굉장히 멘탈이 중요합니다. 정신력이 중요하죠.

◇ 곽수종> 멘탈 이야기를 하셨는데요. 일단 4강 진출, 호주 오픈테니스 4강 진출, 우리나라 테니스 역사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

◆ 주원홍> 아시아 선수가 지금 메이저 대회에서 성적을 낸 선수는 최근 일본의 니시코리 선수 외에는 4강 이상 올라간 선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는 선진국, 대개 유럽이나 미국 쪽은 테니스가 인기 있습니다. 체격 좋은 선수들이 테니스를 많이 하는데 우리는 운동을 잘 하거나 이런 선수들은 축구나 야구를 하고 키가 크면 농구나 배구를 하고, 여유가 있으면 골프하는데 그렇지 않고 부모들이 좋아하거나 어쩔 수 없이 학교에 끌려가 운동을 하는 경우가 많기에 재능 있는 선수가 굉장히 드뭅니다, 시작하기에. 우리나라가 테니스 세계적 무대에서 성공하기 어렵기 때문에 하지도 않고 시스템도 안 좋고. 그러한 와중에 이런 선수가 나왔다는 것은 기적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제 입장에서는.

◇ 곽수종> 그런데 제가 박린 기자에게 물어봤더니 우리나라 테니스 코트가 전국에 몇 개이고 선수는 어떻게 되는지 여쭤봤거든요. 알고 계십니까?

◆ 주원홍> 저도 잘 모릅니다. 대도시에 있는 코트들은 많이 없어지고, 지방은 많이 생깁니다. 중요한 건 정현 선수가 예를 들어서 겨울에 추워서 실내에서 연습하고 싶어도 연습할 장소가 없습니다. 그게 아이러니이죠. 그런 선수들이 적어도 추울 때는 실내에서 운동하고 비가 와도 실내에서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이 되어야 하는데 그런 여건이 전혀 안 되어 있습니다.

◇ 곽수종> 테니스라는 게 흑인 여성들이 나오기 전에는 백인들의 전유물이었는데요. 체력적으로 동양인이 따라가기 힘든 부분이 테니스에 있습니까? 순발력이 필요 없어서 그렇습니까?

◆ 주원홍> 꼭 그런 건 아니고요. 어쨌든 일단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으면 테니스를 시작하기가 어렵습니다. 레슨비가 비싸고요. 예를 들면 선수들이 어릴 때부터 투어를 다녀야 하는데 그 경비가 보통 부모들이 하기엔 힘듭니다. 그래서 그것을 시작한 것이 삼성이죠. 삼성에서 주니어 프로그램을 만들어 어릴 때부터 서포트해서 선수를 키워보자고 해서 혜택을 받은 게 정현 선수입니다. 이형택 선수가 뒤늦게 프로 투어해서 성공했기에 그러한 주니어 프로그램이 생기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곽수종> 방금 전 YTN에서 이형택 선수와 전화 인터뷰를 하는 것 같더라고요. 미국 현지에 있는 모양이죠?

◆ 주원홍> 그렇습니다. 이주해서 미국에서 선수들도 키우고 거기에서 생활도 하고 있습니다.

◇ 곽수종> 이형택 선수는 주 회장님께서 보시기에 어떻습니까?

◆ 주원홍> 한국에서는 가장 유명한 선수였지만 너무 늦게 프로 대회를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삼성에서 96년에 시작했는데, 이 선수가 98년에 졸업해서 삼성에서 저와 같이 투어를 다녔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성적을 2000년 US오픈 16강을 갔습니다. 예선을 통과해서요. 기적이라고 했어요, 그 당시에는. 미국에서도 떠들썩했고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기록을 냈거든요. 그 계기가 이형택 선수가 프로 투어 선수가 됐고, 그 이후에 2007년 16강을 가고, ATP 투어 대회 우승했거든요. 아마 이 선수가 그러한 성적을 안 냈다면 정현도 그런 꿈을 가지지 못했을 거고, 이형택 키즈들이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왜냐면 그때는 목표가 다 물어보면 국가대표였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선수들에게 물어보면 세계적인 톱 선수가 되는 게 꿈이라고 얘기합니다.

◇ 곽수종> 샌드그렌 선수와의 경기를 조금 봤습니다. 샌드그렌 선수와 체력전 끝에 정현 선수가 이겼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 주원홍> 정현 선수가 오늘 주도를 많이 했어요. 샌드그렌 선수를 많이 끌고 다녔고요. 샌드그렌 선수 랭킹도 낮지만 물론 전체적으로 기량 면에서는 정현 선수보다 떨어진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서브 스피드가 좋고 포핸드가 강한 장점이 있는 반면 범실도 많은 선수였거든요. 그런데 그 선수도 어차피 8강에 올랐기 때문에 상승세였고 정현 선수가 랭킹이 낮은 선수가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어요. 그런 것을 걱정했는데 초반에 범실이 있기에 조금 걱정했는데 잘 극복했고, 몇 번의 위기를 잘 관리해서 이기는 것을 보고 이 선수가 큰 선수가 됐구나, 위기관리를 저렇게 할 정도로 컸구나, 나이가 23밖에 안 되는데요. 페더러와의 경기도 굉장히 좋은 경기를 할 거고 정말 운과 또 페더러를 당황시킨다면 이길 승산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곽수종> 2세트에서 5대 3으로 가고 있다가,

◆ 주원홍> 거기에서 브레이크를 못 하면 6대 3으로 지는 건데 브레이크하고 자기 서브 게임을 따고, 그런 상황들도 적절했는데 중요할 때마다 범실 안 하고 공격해서 자기가 점수를 따내는 것을 보면서 큰 선수가 됐다는 생각을 했어요.

◇ 곽수종> 저 선수가 22살인지 32살인지 구분이 안 가더라고요.

◆ 주원홍> 맞습니다. 여러 가지 태도나 인터뷰 할 때 모습을 보면 굉장히 자신감이 생겼고, 제일 중요한 게 자신감이거든요. 경기를 통해 더 늘고 자신감이 더 추가되면서 기량도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 곽수종> 골프 선수들을 본 적 있는 게, 경기 마치고 라운드가 끝나면 호텔에 들어와 명상과 마사지를 받고 휴식을 취하던데, 테니스 선수는 다음 경기를 위해 정현 선수는 어떤 모습일까요?

◆ 주원홍> 물론 휴식을 취해야 하지만 일단 짐에 가서 웨이트 트레이닝, 자전거도 타고 트레이닝도 합니다. 무리하진 않지만 계속적인 트레이닝을 하고요. 식사 잘 하고 음악 듣고, 오전에는 만약에 오늘 시합했으면, 오전에 쉬고 한 시간 정도 운동을 하고 그 다음 시합을 대비하죠.

◇ 곽수종> 정현 선수 발굴하셨는데, 테니스계에서 앞으로 이형택 키즈, 정현 선수가 해야 할 일, 테니스에서 해야 할 일, 테니스 협회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거든요. 육사 테니스 코트 문제로. 조언 말씀 해주세요.

◆ 주원홍> 모든 스포츠가 우리나라에서 선진화가 안 되어 있습니다. 다른 종목도.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야만 시스템에 의해서 선수가 나와야 하는데 어쩌다가 하나 발굴되고, 어떤 회사가 후원해서 겨우 하나 만들어내는 식으로 되어서는 안 되거든요. 저희는 그래서 말씀하신 대로 시설 인프라가 잘 되어야 하고, 거기에서 선수들이 다양하게 어릴 때부터 좋은 지도자 밑에서 즐겁게 운동하면서 재능 있는 선수가 발굴되어야 하는데, 그런 시스템이 안 되어 있어서 선진화 시스템으로 가는 게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곽수종>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주원홍> 네, 감사합니다.

◇ 곽수종> 지금까지 주원홍 전 테니스협회 회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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