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제재 선박 180일 궤적 추적하니...잠행·비밀 선적 반복

유엔제재 선박 180일 궤적 추적하니...잠행·비밀 선적 반복

2017.12.31. 오전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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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유엔 제재를 받은 홍콩 기업 소유 화물선이 최근 중국의 한 항구에 전격 입항한 사실을 YTN이 단독 보도했었죠.

YTN 데이터저널리즘팀이 이 배의 최근 6개월간 항적을 분석해보니, 신호를 끊고 사라지거나, 몰래 물건을 싣고 나타나는 비정상적인 운항을 되풀이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함형건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석탄 등 북한산 물품을 운반했다가 유엔의 입항 금지 대상이 된 화물선 하오판 6호는 지난 14일 중국의 저우산항에 돌연 정박했습니다.

이후 적어도 나흘 동안 항구에 머문 상태였는데 18일부터 선박 자동식별장치 AIS의 신호가 끊긴 상태입니다.

입항 허용은 사실상 유엔 제재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YTN 보도 후에 중국 외교부는 상세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화춘잉 / 중국 외교부 대변인 : 구체적인 선박과 정박 위치와 목적은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중국이 유엔 안보리의 북한 관련 결의안을 진지하게 이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YTN 데이터 저널리즘팀은 하오판 6호로부터 수신된 지난 6개월간 약 1,300개의 위치 데이터를 입수해 항적을 분석했습니다.

한반도 남해를 통과하며,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중국 저장성의 저우산항 등을 오고 가는 궤적을 보였습니다.

지난 6월부터 8월까지는 활발히 운항하다가, 9월 들어 활동이 뜸했고, 10월 유엔 제재 이후엔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문제는 선박 자동식별장치의 신호를 끊은 채 잠적한 기간이 매우 잦았다는 점인데, 감시를 피할 목적으로 보입니다.

하오판 6호가 열흘 이상 사라졌던 기간은 6월과 7월, 그리고 10월 유엔 제재 직후였습니다.

입항 금지 대상에 오른 10월부터는 한달여 동안 종적을 감췄습니다.

배가 사라졌거나 다시 나타난 위치는 북한으로 가는 길목이었고, 잠적 직전 배의 이동 방향도 대체로 북쪽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하오판 6호의 속력을 감안하면, 잠적 기간은 북한 남포항을 다녀오고도 남는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여름 잠적 전과 후를 비교하면, 배가 물에 가라앉는 깊이를 뜻하는 흘수가 3.7m에서 8m로 2배 이상 늘어나 있었습니다.

사라진 기간 동안 어딘가에서 무거운 화물을 싣고 싣고 나타났다는 얘기입니다.

[박영수 / 한국해양대학교 해사수송과학부 교수 : AIS 항적이 없는 잠적 기간 동안 흘수선이 4미터 이상 변했다는 것은 12,000톤 정도의 화물이 실렸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 배가 만3천 5백톤이니까) 공선에서 만선 정도로 가득 실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유엔 안보리가 대북 제재 관련 제재 선박 목록을 확대하고 있지만, 감시망의 허점이 곳곳에서 노출되면서 대북 제재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YTN 함형건[hkhahm@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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