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당협위원장 62명 교체...홍준표 당 장악 승부수

한국당 당협위원장 62명 교체...홍준표 당 장악 승부수

2017.12.18. 오전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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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자유한국당이 당 조직의 기반인 당협위원장을 무더기로 교체하기로 했습니다.

당 지도부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아무런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고 당 조직을 개편한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친박계에 대한 청산과 동시에 홍준표 체제 강화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조태현 기자!

어제 자유한국당이 당무 감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어떤 내용이 담겼습니까?

[기자]
이번 당무 감사는 당원협의회 253곳 가운데 214곳을 대상으로 진행됐습니다.

제외된 곳은 자유한국당의 약세 지역이라 3권역으로 분류된 호남 지역입니다.

감사 대상 가운데 62명은 기준 점수에 미달했는데요, 여기엔 현역 의원도 4명 포함됐습니다.

8선 서청원 의원, 유기준 의원, 엘시티 게이트 사건으로 구속된 재선 배덕광 의원, 엄용수 의원 등 4명입니다.

나머지는 원외위원장인데요, 감사 대상 129명 가운데 58명이 기준 점수를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전직 의원은 물론이고,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유명인이 상당수 포함됐는데요.

권영세 전 주중대사, 김희정 전 여성가족부 장관, 전하진 전 의원, 손범규 변호사 등이 포함됐습니다.

또, 류여해 최고위원과 김재철 전 MBC 사장, 이만기 교수 등도 당무 감사를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기준 점수에 못 미친 곳은 전체 당협의 30%에 달하는데요, 당무감사위원회는 이들에 대해 교체를 권고했습니다.

오늘부터 3일 동안 재심 신청을 받은 뒤, 새 당협위원장을 선임하게 되는데요, 일단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앵커]
전반적으로 친박계 청산과 복당파에 대한 배려가 담겼다고요?

[기자]
사실상 친박계가 이번 당무 감사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됐습니다.

교체 대상이 된 현역 의원을 살펴보면, 서청원 의원은 친박계의 좌장이고, 유기준 의원 역시 친박계의 중진으로 분류됩니다.

배덕광 의원과 엄용수 의원 역시 친박계로 꼽히는 의원입니다.

원외 당협위원장의 경우 권영세 전 대사는 2012년 대선 캠프 때 종합상황실장을 맡았습니다.

손범규 전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과 파면 이후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기도 했습니다.

최고위원 당선 직후부터 자질 논란에 휩싸였던 류여해 최고위원 역시 이른바 태극기 집회 참여 등의 이력을 들어 일각에선 친박계로 꼽기도 합니다.

반면 바른정당을 탈당해 자유한국당으로 돌아온 복당파 상당수는 지역구를 되찾게 됐습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물론이고, 김영우 의원, 강길부 의원 등 복당파 7명의 지역구 당협위원장 역시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사실상 친박계를 강제로 물러나게 하고, 복당파에게 자리를 마련해준 셈이 됐는데요.

당 역시 이를 의식한 듯 정무적인 고려는 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발표 내용 들어보시죠.

[이용구 / 자유한국당 당무감사위원장 : 당원 확보, 조직 핵심 6대 과제, 국회의원 의정 활동, 당 행사 참여 등에 대해 완전히 계량화된 값으로 활용했습니다. 이번 감사 과정에선 어떠한 정치적인 고려 없이….]

다만 복당파의 수장인 김무성 의원과 김용태 의원 등의 지역구는 교체 대상에서 제외돼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를 두고 홍 대표와 관계가 껄끄러운 복당파 의원들에게는 당협을 맡기지 않으려는 의도라는 당내 일부의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홍준표 대표의 사당화 논란까지 제기됐고, 친박계의 반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분위기가 어떻습니까?

[기자]
이번 당무 감사 결과에 따라 홍준표 대표의 사당화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김성태 원내대표를 선출한 지난 경선 과정에서 홍준표 대표 측과 복당파들이 이미 손을 잡은 상태인데요.

당무 감사 결과 역시 친박계에는 불리하게, 복당파에는 유리하게 나왔기 때문입니다.

당에서는 객관적으로 감사를 진행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친박계는 물론이고, 비박 진영에서도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당장 교체 대상이 된 친박계는 당무 감사가 명확한 의도를 가지고 진행됐다며 반발하고 있는데요,

서청원 의원은 보고를 받은 뒤 고약한 짓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고, 유기준 의원과 원외 위원장 10여 명은 오늘 오후 당무 감사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류여해 최고위원 역시 어제 당사에서 감사 결과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습니다.

지도부 역시 이를 고려한 듯, 원래 오늘로 예정된 최고위원회의를 취소하고, 원내대책회의를 대신 열었습니다.

[앵커]
이런 반발이 당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기자]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원내대표 경선을 계기로 이미 권력의 무게추가 친박에서 홍준표 쪽으로 급격하게 기울었기 때문인데요.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 김성태 원내대표와 경쟁한 홍문종 의원이 얻은 득표수는 35표입니다.

한선교 의원이 중립 지대를 자처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친박 성향을 가졌다고 볼 수 있는 의원은 116석 가운데 35석에 불과하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여기에 친박 전부가 아닌 일부만 교체 대상이 됐다는 점도 의미심장한데요.

세력을 잃고 사실상 몰락의 길로 접어든 친박계가 집단행동에 나설 여지 자체를 주지 않은 결과로도 풀이됩니다.

따라서 이번 당무 감사의 후폭풍은 일부의 반발에 그치고, 지방선거 이전까지 홍준표 대표 체제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국회에서 YTN 조태현[choth@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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