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 임시국회...한국당 '친박계' 사실상 몰락

지지부진 임시국회...한국당 '친박계' 사실상 몰락

2017.12.16. 오후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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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 주 12월 임시국회가 열렸습니다.

여러 민생 법안을 처리하겠다며 여야 합의로 소집한 국회인데 이렇다 할 진전 없이 기 싸움만 벌이고 있습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친홍준표·바른정당 복당파인 김성태 원내대표 체제가 출범하면서 강한 대여 투쟁을 천명했습니다.

오랜 시간 당을 주도해 온 친박계 몰락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 주 동안 여의도 정치권 소식, 국회 출입하는 정치부 조성호 기자와 정리해보겠습니다.

조 기자, 안녕하세요.

지난주 새해 예산 처리를 마치고 곧바로 임시국회가 소집됐는데요.

예산을 놓고 여야가 치열하게 부딪쳤는데, 이번 임시국회는 분위기가 다르다고요?

[기자]
국회의원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상당수 의원이 정기국회 때 미뤄둔 해외 출장을 떠나거나 지역 일정을 소화하느라 상대적으로 조용한 모습입니다.

하지만 정기국회가 끝나자마자 여야가 처리해야 할 법안이 있다며 합의해서 소집된 임시국회인데요.

여당은 자신들이 추진하는 민생·개혁 입법 처리를 위한 야권의 협조를 재촉하고 나섰습니다.

[우원식 /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어제) : 2017년 마지막 임시국회 종료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여야가 국민을 위해 간극을 좁히며 뜻을 모은다면 산적한 민생 입법, 개혁 과제를 처리하기에 충분한 시간입니다.]

예산 협상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헌법 개정과 선거구제 개편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는데, 자유한국당은 이것이 밀실 협상이라고 반발하면서 국회 일정에 비협조적인 입장이고요.

국민의당도 여당에 대한 견제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김동철 원내대표의 말도 들어보시죠.

[김동철 / 국민의당 원내대표 (그제) :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입니다. 그리고 양질의 일자리는 민간에서 나옵니다. (임시국회에서) 규제프리존특별법을 처리하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도 독소조항 거둬낸 뒤 (처리해야 합니다.)]

이 밖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국가정보원 개혁안 등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였지만, 이마저도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입니다.

때문에 상임위원회 전체회의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어서 왜 임시국회를 소집했느냐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이런 가운데 자유한국당은 새 원내 지도부가 출범했죠?

친홍준표, 친박근혜, 중립지대 후보 구도였는데 친홍으로 분류되는 김성태 의원이 원내대표가 당선됐어요.

[기자]
말씀하신 대로 친홍·바른정당 복당파의 지지를 받은 김성태, 친박 홍문종, 범친박계이지만, 중립지대를 표방한 한선교, 이렇게 3명의 후보가 경쟁했는데 생각보다 격차가 컸습니다.

108명의 의원이 투표했는데 김성태 의원이 55표로 과반을 득표해서 결선투표 없이 당선됐고요.

홍문종 의원은 35표, 한선교 의원은 17표에 그쳤습니다.

계파 구도로 치러진 선거를 의식해서인지 김성태 신임 원내대표는 당의 화합을 기반으로 강한 대여 투쟁에 나서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성태 /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지난 12일) : (아픔과 상처를) 뜨거운 용광로에 전부 집어넣고 이 김성태가 대여 투쟁력 강화해서 문재인 정권의 독단과 전횡, 포퓰리즘을 막아내는 전사로서 여러분과 함께 서겠습니다.]

[앵커]
김성태 원내지도부가 출범했다는 것이 그러면 홍준표 대표와 바른정당 복당파가 새로운 주류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을 의미할 텐데요.

지금껏 당의 주류였던 친박계가 사실상 몰락하고 있다는 걸 의미하는 것 아닐까요?

[기자]
지난해 원내대표 경선을 돌아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소추 돼 친박계가 지탄받는 상황이었죠.

그런데도 친박계 지지를 등에 업은 정우택 원내대표가 당선됐습니다.

당내에서만큼은 견고한 세력을 지켜왔지만, 이마저도 무너졌다고 봐야겠습니다.

여기에 친박 좌장인 최경환 의원을 비롯한 여러 명의 친박계 의원들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또 홍준표 대표가 주도한 당무 감사 결과가 내일 발표될 예정인데요.

현역 의원 5명 정도를 포함해 전국 253곳의 당협위원장 가운데 30% 정도가 교체될 것으로 보입니다.

당협위원장이 기초의원 등에 대한 공천권을 사실상 갖고 있고, 국회의원 공천에도 유리한 만큼 앞으로 친박계의 세가 더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 게 당연해 보입니다.

[앵커]
김성태 원내대표, 강한 야당을 내세웠는데요.

벌써 여당과 각을 세우면서 신경전을 시작했지요?

[기자]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가 이미 여러 차례 만났습니다.

하지만 온도 차는 분명히 있습니다.

그제는 우 원내대표가 김 원내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건 뒤 집무실을 찾아와 임시국회 일정을 논의했는데요.

우 원내대표는 회동 후에 기자들과 만나서 두 정당이 대선 때 공통공약에 대한 입법 추진을 협의해서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는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해 다른 입장을 드러냈습니다.

김 원내대표가 어제는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중동 방문과 관련해 여러 의혹이 있다며 국회 운영위원회 소집을 요구했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여야 간사 간 합의도 없이 '카더라' 수준의 의혹을 논의하려는 것이라며 동의할 수 없다고 맞섰습니다.

[앵커]
원내 1·2당의 기 싸움도 치열하지만, 국민의당은 내부 갈등 때문에 시끄럽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비자금 제보 파문 이야기도 해볼까요?

[기자]
다들 아시는 내용일 테지만, 다시 말씀드리자면 2008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을 폭로한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에게 제보한 사람이 국민의당 내부 사람이라는 건데요.

제보자로 지목된 박주원 최고위원, 어제 자진사퇴 했으니 이제 박주원 전 최고위원인데요.

바른정당과 통합을 추진하는 안철수 대표의 측근 가운데 한 명입니다.

박 전 최고위원은 어제 기자회견을 자청해서 'DJ 비자금' 의혹 제보자는 자신이 아니고, 이번 사태는 중도 통합을 반대하는 당내 세력이 꾸민 음모라고 주장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박주원 / 前 국민의당 최고위원 : 징계를 주도한 의원들이 8일에 입수한 게 아니라 그 얼마 전부터 면밀하게 주도하여 기획된 것이라는 점을….]

국민의당은 당무위원회를 열어 박 전 최고위원에 대한 비상징계를 확정할 예정이었지만, 스스로 최고위원직을 사퇴함에 따라 당 윤리심판원에 정식 징계를 요구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불거지고 처리되는 과정에서 안철수 대표와 호남 중진 의원들 사이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앵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과의 중도통합론도 관심사 가운데 하나인데요.

이번 파문이 양당의 통합 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기자]
박주원 전 최고위원 낙마에 앞서 안철수 대표 측근인 최명길 전 최고위원도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했습니다.

따라서 안 대표 리더십에 여러 악재가 잇따르는 상황인데요.

이런 가운데도 안 대표는 그제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와 부산에서 열린 행사에 함께 참석하는 등 통합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또 통합 찬성파들이 전체 당원 투표로 바른정당과 통합 여부, 그리고 안 대표의 재신임 문제까지 결론짓자는 공개 제안도 했는데요.

호남 중진을 중심으로 하는 반대파는 안 대표가 밀어붙이는 통합에 대해 계속해서 강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당내 갈등이 결국 분당 사태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정치부 조성호 기자[chosh@ytn.co.kr]와 정치권 소식 이야기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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