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中 경호인력, 기자 폭행..."정상회담 성과 퇴색 우려"

[취재N팩트] 中 경호인력, 기자 폭행..."정상회담 성과 퇴색 우려"

2017.12.15. 오전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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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을 동행 취재하고 있는 기자 2명이 중국 측 경호 인력에 폭행당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해당 기자는 얼굴 뼈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고, 중국 공안도 오늘 새벽 우리 기자들을 피해자 조사하는 등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취재기자와 함께 당시 상황을 알아보겠습니다. 김도원 기자!

먼저 폭행이 일어난 상황부터 정리를 해주시죠?

[기자]
어제 오전 10시 50분쯤 베이징 시내에서 문 대통령의 방중 일정 가운데 하나로 한중 경제 무역 파트너십 개막식이 열렸습니다.

문 대통령은 개막식에서 연설과 함께 행사 개막을 알리는 타징 행사, 그러니까 징을 치는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문제는 다음 일정을 위해 대통령 일행이 이동하는 과정에 발생했습니다.

대통령이 행사장을 빠져나오자 현장에서 취재하던 사진기자 등은 대통령을 촬영하기 위해 급히 행사장을 함께 벗어나려는 상황이었습니다.

여기서 중국 측 경호인력이 사진기자단 일행을 가로막았고 이 과정에서 기자단이 출입 비표를 보여주면서 항의했지만, 막무가내로 기자단을 제지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국 측 경호 인력이 우리 사진기자 1명을 먼저 넘어트리고, 이어서 경호 인력 10여 명이 다른 사진 기자를 행사장 한쪽으로 끌고 가 폭행하는 일이 생긴 겁니다.

폭행을 가한 중국 측 경호인력은 행사를 준비한 코트라가 현지에서 고용한 사설 경호업체 직원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앵커]
지금 다친 기자는 정확히 상태가 어떻습니까?

[기자]
한국일보와 매일경제 소속 사진 기자 2명이 폭행을 당했는데, 현장에서 청와대 직원들과 다른 취재진이 순방에 동행했던 의료진을 불러 응급 처치를 했습니다.

특히 매일경제 사진기자는 안면 부위를 발로 폭행당했고 피가 나고 안구에 출혈이 생겨서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현장에서 폭행당한 기자를 체크한 청와대 의료진들도 큰 병원으로 가서 정밀 검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그래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대통령이 치료를 받기 위해 계약했던 베이징 시내의 대형병원으로 바로 이송이 됐습니다.

CT 촬영 등 정밀 검사를 한 결과 안구 주변의 얼굴 뼈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은 것으로 진단됐습니다.

두 기자는 오늘 오후 우리나라에 도착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어제 문 대통령도 보고를 받았죠?

[기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곧바로 문 대통령도 관련 사실을 보고받고 심각하게 이 문제를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중 정상회담이 끝난 뒤에는 문 대통령의 지시로 정의용 안보실장이 입원 중인 기자를 위문하고 현장에 나와 있던 중국 공안 담당자에게 철저한 수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습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어제 정상회담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 기자 폭행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 방지와 책임자 문책을 요구한 상태입니다.

이런 유감 표명과는 별개로 폭행당한 기자와 협의를 거쳐 외교부 등이 이번 사건을 정식 수사해줄 것을 중국 공안에 요청했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 공안도 어젯밤 9시부로 이번 사건에 대해 정식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오늘 새벽 1시쯤에는 공안이 기자단 숙소인 호텔과 병원에서 한국일보와 매일경제 사진기자에 대한 방문 조사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베이징 주재 우리 대사관 등도 현장 동영상을 증거 자료로 정식 제출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김도원 기자도 청와대 출입기자고 대통령의 순방 행사를 여러 번 동행 취재를 했을 텐데, 국빈 방문 기간 중에 이런 일은 흔치 않죠?

[기자]
그렇습니다. 보통 대통령의 외국 방문은 국빈 방문, 공식 방문, 개인 방문 등 여러 단계가 있는데 그 가운데 국빈 방문은 가장 등급이 높은 방문입니다.

말 그대로 나라 전체가 나서 손님을 맞는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의전이나 격식이 남다릅니다.

그만큼 의전이나 예우가 각별하다는 의미인데 대통령의 국빈 방문 기간 중에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외국에서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입니다.

어제 사고가 난 다음에 CNN 등도 관련 소식을 비중 있게 다룬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앵커]
기자 폭행 사건 때문에 우리 정부도 당혹스러워진 것이 사실인데 특히 한중 정상회담의 의미와 성과가 폭행 사건에 가려졌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문 대통령의 이번 방중을 두고 일부 언론에서 홀대론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한중 정상회담이 시작되기 불과 대여섯 시간 전에 폭행 사건이 터지면서 문제가 좀 더 복잡해진 것은 사실입니다.

사드 문제를 봉합하고 양국 관계가 빠르게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폭행 사건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가 묻히게 됐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한반도 평화 4원칙이나 한중 정상 간 핫라인, 고위급 전략적 대화 활성화 등에 합의한 것은 상당한 성과로 평가할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특히 핫라인 설치나 전략적 대화 활성화 등은 사드 문제 이전에 한중 관계가 역대 최고라는 평가가 나올 때 논의되던 내용 들입니다.

시진핑 주석도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한 최고의 모멘텀이 이미 마련됐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어제 발생한 폭행 사건 때문에 국내 언론 보도 비중이 상당히 줄었습니다.

그런 만큼 기자 폭행 사건과 외교 문제를 분리해서 국익 차원에서 냉철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청와대 춘추관에서 김도원 기자가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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