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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N팩트] 95일 간의 예산 협상 막전막후...최종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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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 2017-12-05 11:42
앵커

어제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에 합의하면서 2017년 국회는 마지막 고비를 넘겼습니다.

하지만 결코 협상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는데요.

우여곡절 많았던 협상 과정, 국회 취재기자와 함께 정리해보겠습니다. 염혜원 기자!

정부가 지난 9월에 정기 국회가 시작하자마자 예산안을 제출했는데요.

95일이 지난 뒤에야 합의를 이뤘죠?

기자

올해는 예산안 법정시한까지 넘겨 가며 치열한 협상이 이뤄졌는데요.

새 정부 인사청문회에다가 첫 국정감사까지 엮이면서 그 과정이 더 어렵지 않았나 싶습니다.

여당은 문재인 정부 첫 예산안이었기 때문에 양보의 여지가 적었고, 야당은 존재감을 입증할 수 있는 올해 마지막 기회였기 때문이었겠죠.

예산안 본격 논의가 시작된 건 사실상 지난달 6일부터였습니다.

이날부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상임위별 예산안 논의가 시작됐는데요.

상임위 차원에서 의견을 못 좁히는 부분, 이른바 쟁점사항 9가지는 원내 지도부가 총대를 매고 협상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역시 추경안 편성 때부터 계속 마찰을 빚어온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 공무원 증원이 끝까지 발목을 잡았습니다.

쟁점 사항 9가지가 사안별 협상에 들어갔지만 이 중 하나라도 의견 조율이 안 되면 9가지 모두 불발되는 패키지 형식의 협상이어서 지켜보는 국민들도, 기다리는 기자들도 모두 지루하게 느낄 정도로 속도는 더뎠습니다.

앵커

말씀하신대로, 협상이 오랜 시간 평행선을 달리면서 국회 선진화법 도입 이후 처음으로 법정 시한도 넘기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사실, 어제도 합의안이 나오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전망도 나왔는데 갑자기 속도가 붙었네요.

기자

여당 의원들 가운데 어제 합의안이 나올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사실 오후까지 협상장에 들어간 원내대표들이 두문불출하면서 다들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했습니다.

오전 10시 반 협상을 시작한 원내대표들은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으며 막판 줄다리기 이어갔는데요.

오후 3시쯤부터 각 당의 정책위의장들이 합의 사항의 단서 조항 문구 수정을 위해 협상장을 드나들면서, 기대감이 커졌고 갑작스럽게 발표 10분 전에 합의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발표 장소가 의원회관 우원식 원내대표 방 앞이었는데, 복도를 다 매울 정도로 취재진이 몰렸습니다.

원내대표와 김동연 경제부총리까지 함께 합의문을 읽고, 95일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는데 얼마나 바빴으면, 합의 날짜를 내년으로 잘못 쓰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는데요.

SNS에서는 미래에서 온 합의문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습니다.

[우원식 /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2018년" 12월 4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우원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정우택, 국민의당 원내대표 김동철. 이렇게 서명도 했습니다.]

앵커

협상이라는 게 원래 뭔가 하나를 내주고 하나를 받고, 이런 거래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평행선을 달리던 여야 협상이, 꼬였던 실타래가 풀린 계기로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요?

기자

아무래도 어제 아침,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와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의 조찬회동이 전환점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자리에서 김 원내대표는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카드를 꺼내 들었는데요.

국민의당은 제3당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서 현행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꾸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이 부분에 뜻을 같이 하면서 국민의당이 정부의 예산안에 힘을 실어주는 형식으로 막후 협상이 이뤄진 걸로 추정이 되고 있습니다.

[김동철 / 국민의당 원내대표 : (우원식 원내대표도)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이 정말 하루도 미룰 수 없는 긴급한 현안이라는데 대해서 인식을 같이 했고…. 예산안이 타결되면 본격적으로 추진해가자….]

이렇게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개헌과 선거법 개정을 매개로 협력하는 모양새를 보이자 자유한국당은 다소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습니다.

두 당의 의석수를 합하면 한국당이 반대를 하더라도 본회의 통과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른바 '한국당 패싱'이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언론에 공개된 원내대표 협상 모두 발언에서도 정우택 대표의 농담 속에 뼈가 있었는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정우택 /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 아침도 두 분이서 먹고 귤도 하나 가지고 둘이 나눠 먹고 사이가 아주 좋구먼. 아침도 굶었잖아 난.]

[우원식 /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연락만 됐으면, 죽이라도 드리는 건데.]

[정우택 /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 아침에 죽이라도 얻어먹는 건데.]

앵커

이런 모양새 때문일까요.

합의문에 보면 자유한국당은 의견 보류, 이렇게 단서를 단 조항들이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당 내부에서 합의를 한 데 대한 반발 기류가 심상치 않다고요?

기자

앞서 장아영 기자가 전해드린대로, 자유한국당은 어제에 이어 오늘도 의원총회를 열었는데요.

정우택 원내대표를 향해 강한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한마디로, 그런 합의를 왜 해줬느냐는 겁니다.

어제 의총에서도 장제원 의원이 포문을 열면서 소속 의원들의 지탄이 이어졌다고 하는데요.

장 의원은 자유한국당 존재 가치는 자유시장경제 수호에서 나온다면서 이번 합의는 한국당의 존재 자체는 부정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또 퍼주기 예산 막겠다고 현수막까지 내걸고 이런 합의를 해주면 어떻게 하느냐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오늘 아침 언론 인터뷰에서도 당 지도부를 향한 비판이 속출했습니다.

[유기준 / 자유한국당 의원 : 공무원 증원해 줄 수 없다고 해서부터 협상을 시작했어야 하지 않나, 그렇게 생각을 하고 그 외 이것을 가지고 우리가 민주당이나 여러 가지를 얻을 수 있었는데….]

앵커

결국 이번 협상의 최종 승자가 누구냐, 당별로 손익 계산을 해보면 성적표가 어떻습니까?

기자

실익을 얻은 쪽은 국민의당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국민의당이 이번 예산안 처리에 있어서 캐스팅보트로서 입지도 굳히고 또 현실적으로 손에 쥔 것도 많다는 건데요.

앞서 국민의당은 민주당과의 협상을 통해서 정부안을 수정하면서 호남고속철도 무안공항 경유라는 초대형 예산 투입을 얻어내기도 했습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제1 야당으로서 존재감 잃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예산 합의안을 보면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공무원 증원 숫자는 결국 9천4백 명 선에서 합의를 이뤘는데, 민주당 안인 만오백 명과 국민의당의 안 8천8백명을 절충한 숫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분을 기업에 지원해주는 예산도 국민의당의 절충안이 반영된 사례입니다.

당초 자유한국당은 1년 제한을 두자고 주장했었는데, 국민의당은 일단 내년에는 지원을 하되 후년에는 이 규모를 더 늘리 수 없도록 하자는 의견을 제시했고 이것이 단서 조항으로 반영됐습니다.

아동수당과 기초연금 적용시기도 국민의당 안인 내년도 9월에 시작하자는 방안이 적용됐습니다.

핵심 쟁점에서 이처럼 국민의당 절충안이 빛을 발하면서, 예산 전쟁은 자유한국당이 치르고 실익은 국민의당이 챙겼다 이런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예산안 핵심인 공무원 증원 숫자를 줄인 것이 아쉽긴 하지만 이 정도면 선방했다는 내부 평가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제 내년 예산안은 막바지 서류 작업을 마치면 되는 상황인데요.

다사다난했던 올 한해 정치권의 마지막 성적표였던 만큼 각 당이 앞으로의 행보를 정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국회에서 YTN 염혜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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