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귀순 병사 놓친 北 경비대 교체 정황

[취재N팩트] 귀순 병사 놓친 北 경비대 교체 정황

2017.11.24. 오전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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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병사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통해 귀순한 이후 북한에서도 후속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판문각을 지키는 경비대대가 교체되고 귀순 병사가 단숨에 건너온 72시간 다리도 폐쇄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합니다. 김지선 기자!

북한이 72시간 다리를 폐쇄한 징후가 포착됐다고요?

[기자]
북한 측에서 JSA로 오는 길목에 사천이라는 천이 흐르는데 그걸 건너는 다리입니다.

유엔사령부의 CCTV로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곳인데, 현재 차량 이동이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원래도 차량 이동이 드문 곳이기 때문에 평상시에도 차량이나 사람 이동하면 CCTV가 일일이 추적하고 그래서 차량이나 사람이 오가는 모습을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습니다.

72시간 다리는 북한에서 공동경비구역으로 향하는 유일한 관문이기 때문에 완전히 폐쇄됐다고 보긴 어렵고요.

일시적으로 폐쇄한 정황이 포착되긴 했지만 곧 출입통제 강화 조치, 통문이나 검색대 설치 등의 조치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유엔사가 공개한 CCTV 화면에도 나왔지만 북한군 병사가 모는 차량이 아무런 저지나 추격 없이 검문소를 통과해 1분 만에 건너는데요, 이런 허술한 경비를 보완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는 겁니다.

[앵커]
당시 판문각을 지키던 북한군 병사도 교체됐다고요?

[기자]
군 당국은 판문각 경비대대가 교체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공동경비구역에서 서로 얼굴을 맞대고 있는 경비를 서기 때문에 경비대대의 교체는 공동경비구역 근무자라면 북한 측 경비대원의 교체가 육안으로도 구별이 가능합니다.

사건 당시 영상을 보면 북한군 경비대대가 귀순 병사를 향해 주저 없이 발포를 하지만 결국 눈앞에서 놓칩니다.

귀순 병사가 검문소를 지나쳐 다리를 건너온 후에야 판문각 경비대대 알아차리고 급하게 내려오는 모습도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앵커]
북한군 병사를 놓친 책임을 물어 징계를 받았다는 얘기도 들리는데요?

[기자]
징계까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북한 체재 특성상 당연히 상응하는 조치가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고도의 긴장감이 응축된 공동경비구역에서 군용 지프를 이용한 일탈 행위가 4분 동안 아무 저지 없이 이어졌다는 것, 결국 귀순으로 이어진 점에 대해서 당연히 책임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국정원은 군 총정치국장 황병서에 대한 처벌 첩보 보고한 바 있는데, 군 권력을 축소하고 당권을 강화하려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판문각 경비 공백으로 인한 사건은 군 내부 기강 문제를 공론화하는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북한군 내부, 그것도 남한과 맞닿아 있는 공동경비구역을 지원하는 부대의 병사가 불만을 품고 남한으로 도주한 사건을, 북한이 어느 정도로 다룰지는 의문입니다.

[앵커]
반면 귀순 병사를 구출해 낸 한미 장병들은 표창을 받았다고요?

[기자]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이 미국의 추수 감사절을 맞아 판문점 JSA 대대를 방문했는데, 이 자리에서 관련자들을 포상했습니다.

귀순 병사를 구출하고 충돌 없이 우발적인 상황을 마무리한 공로로 한미 장병 6명이 표창을 받은 건데요,

우리 측 JSA 경비대대장 권영환 중령과 포복으로 귀순자를 구출한 송승현·노영수 중사, 그리고 미군 측 JSA 대대장인 파머 중령입니다.

사건 당시 CCTV 영상에는 북한군 병사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도망친 이후 중무장을 하고 모인 북한군의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귀순 병사를 구하는 과정에서 자칫 충돌이 있었다면 곧바로 교전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상황인데, 비교적 침착한 대처로 상황을 잘 마무리했다는 평가입니다.

[앵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북한군 병사가 군사분계선을 넘어오고, 16분 동안 위치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요, 어떻게 봐야 합니까?

[기자]
북한군 병사가 군사분계선을 넘은 시점은 3시 15분이고, 우리 군이 병사를 발견한 시간은 31분입니다.

총성이 들리고 16분 동안 행방 파악을 못했다는 것인데 낙엽 사이에 있어 식별 안 됐다는 것이 우리 군의 설명입니다.

언론이나 영화에서 보여지는 것과 달리 공동경비 구역 내부에 늘 헌병대가 보초를 서는 것은 아닙니다.

총성이 들린 상황에서 경비대가 공동경비구역 내부를 샅샅이 돌아다니면서 찾을 수는 없는 거고요.

결국 CCTV를 통해서 병사의 위치를 찾아야 하는 것인데 공개된 영상을 보면 이 병사가 차량에서 뛰어나와 도망을 치고, 그 다음 장면이 바로 쓰러져 있는 장면입니다.

이 사이 동선을 잡은 카메라가 없다는 건 사각지대가 있다는 얘기여서 이 부분에 대한 보완은 필요해 보입니다.

또, 만에 하나 북한군이 공격 의도를 가지고 넘어왔을 경우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 아니냐, 이런 의문도 제기되기 때문에 16분 공백에 대한 논란은 이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앵커]
이번 영상 공개로 JSA에서 중무장한 북한군의 모습이 공개됐습니다.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인데요?

[기자]
정전협정은 공동경비구역 내부에서 자동 소총 소지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귀순 병사를 향해 엎드려 조준하고 AK소총을 발사하는 모습이 그대로 잡혔고요,

이후 김일성 친필비 앞에서 북한군 병사들이 중무장을 하고 모이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이 가운데는 73식 대대 기관총까지 메고 있었습니다.

북한이 지난 90년대 중립국감독위를 내보면서 감시 자체를 받지 않게 됐는데, 결국 소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겁니다.

유엔사령부는 사건 직후 JSA 내 총격과 군사분계선 월선에 대해 정전협정 위반 사실 북한에 통보하고 방지 대책 회의를 열자고 요청한 상태입니다.

이미 2013년 정전협정 자체를 백지화 선언한 북한은 여기에 대해 아무 답을 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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