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기업 땅값 118조 원...9년간 2배 불려

100대 기업 땅값 118조 원...9년간 2배 불려

2017.10.18. 오전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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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벌어들인 이익을 다시 투자하기보다는 땅을 사들여 이윤을 극대화하는 데 몰두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100대 기업의 토지 가액은 지난해 118조 3천억 원으로 9년 사이 2배 넘게 올랐습니다.

염혜원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불어닥치자 정부는 내수 진작을 위해 유류세를 환급하는 등 각종 지원책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과실을 따 먹은 기업들은 위기를 넘기고도 국내 경제를 위한 투자엔 인색했습니다.

대신, 꾸준히 땅을 사모았습니다.

지난해 기준 코스피 상장 100대 기업의 땅은 모두 2억5천8백5십만 제곱미터, 여의도 면적의 90배에 달했습니다.

벌어들인 땅값은 천문학적인 수준입니다.

지난 2008년부터 9년 동안 보유 면적은 3.9% 늘어나는 데 그쳤는데, 땅값은 모두 118조 3,700억 원으로 115%, 2배 넘게 뛰었습니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지가 상승률보다 3배나 더 높은 겁니다.

투기 목적으로 볼 만한 자금 이동도 포착됐습니다.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가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자 곧바로 충남 등의 땅을 팔고 서울과 경기 지역의 땅을 사들였습니다.

2010년에는 부산 땅을 전년 대비 30%나 더 많이 사들이고는 1년 만에 거의 전량을 다시 팔아 단기간에 차익을 챙겼습니다.

땅을 사고 팔며 벌어들인 불로소득은 이렇게 늘어난 반면, 기업이 낸 법인세와 배당금은 제자리걸음입니다.

지난 9년 평균 25조 9천억 원으로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과 2010년을 제외하고는 해마다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김종민 / 더불어민주당 의원 : 보유세 제도 개선 등을 통해서 땅에 투기를 하면 별로 크게 남는 게 없다는 인식을 기업들이 갖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생산적인 투자 활동으로 유도되지 않을까….]

또 큰손인 기업이 땅을 사들이면 해당 지역 땅값은 물론, 임대료까지 오를 수 있는 만큼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YTN 염혜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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