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 공기'로 세척한 가공식품...기준조차 없어

'오염 공기'로 세척한 가공식품...기준조차 없어

2017.10.16. 오전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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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햄이나 빵, 조미료와 같은 여러 가공식품을 만들 때 에어건에서 나오는 압축공기를 주로 활용합니다.

그런데 이 압축공기의 질을 관리하는 기준이 없다 보니 미세먼지가 가득한 압축 공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더욱 어이없는 건 이런 제품도 우수 식품으로 인증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박광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충북의 한 식품 공장.

에어건에서 나오는 압축공기로 빵을 담는 쟁반을 청소하기도 하고, 운반 과정에서 압축 공기가 직접 빵에 닿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에어건 필터 상태는 어떨까?

한눈에 봐도 각종 이물질과 찌꺼기로 새까맣게 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공장 관계자 : (뜯어보지 않아도 이 정도면 뜯어보면 어마어마할 거 같은데 괜찮을까요?) 저희가 확인해 보겠습니다. 생산 끝나면은….]

핵심 부품인 필터는 언제 샀고, 청소는 얼마나 자주 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관리 대장조차 없습니다.

하지만 이 공장은 HACCP, 식품 안전 관리 우수 인증을 받았습니다.

[공장 관계자 : 전체 점검해서 조치는 하겠습니다. 관리 기준 만들어서…. 좀 관리가 안 된 부분이 있습니다.]

압축공기는 가공식품 포장 시 봉투를 열거나 공기 충전이 필요할 때 그리고 청소까지 다양하게 활용됩니다.

하지만 많은 곳에서 필터, 배관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미세먼지가 절반도 채 걸러지지 않은 상태에서 식품에 닿는 경우도 나옵니다.

더 큰 문제는 먼지, 수분 함유량 등으로 세분화하는 유럽 등과 달리 관련 규정이 없다는 데 있습니다.

몇 년 동안 방치한 필터를 거친 압축 공기를 쓰고 유럽 기준 400배가 넘는 미세먼지가 나와도 HACCP, 식품 안전 관리 우수 인증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전혜숙 / 더불어민주당 의원 : 공기의 오염도에 따라서 식품 오염도도 달라지기 때문에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압축 공기가 위생적으로 관리되도록 조속히 기준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해외 연구 결과는 박테리아나 곰팡이가 압축 공기에서 살 수 있고, 빠르게 증식돼 식품의 오염이나 부패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점점 가공식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관련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YTN 박광렬[parkkr0824@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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