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앙숙' 'DJ의 딸' 추미애-''DJ의 비서실장' 박지원

'이젠 앙숙' 'DJ의 딸' 추미애-''DJ의 비서실장' 박지원

2017.09.14. 오후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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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계에 입문시켜 한때 'DJ의 딸'이라고도 불린 추미애 민주당 대표.

그리고 'DJ의 영원한 비서실장'이라 불리는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

두 사람은 이렇게 DJ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날 싸우다가도 다음날 웃으면서 사진을 찍는 게 정치라고 했는데, 언제부턴가 이 두 사람은 만나서 웃는 걸 보기가 어렵더니…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후에는 감정 대립이 도를 넘어섰습니다.

임명동의안 부결 후 한 행사장에서 야당 중진의원들과 마주한 추미애 대표, 야당 의원들을 보는 눈빛이 말 그대로 살벌하고요.

형식적인 악수조차 하지 않습니다.

축사를 위해 연단에 서서는 작심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추미애 /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난 12일) : 정치세력끼리 자기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서 '골목대장도 하지 않는 짓'을…. 그 당의 존재감을 위한 그러한 것이 협치가 아닌 것입니다. 뻔뻔한 국회를, 국회의원들을 쳐다보고 있는 국민께 다시 한번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이렇게 냉랭한 추 대표 축사 바로 뒷 순서가 박지원 전 대표였는데요.

바통 터치를 하면서도 눈 한번 마주치지 않았습니다.

연단에 선 박 의원이 "내 얘기 좀 듣고 가라"고 했는데도, 추미애 대표가 나가버렸다고 전해집니다.

사진에서조차도 냉랭한 기운이 느껴지지요.

가만있을 박지원 의원이 아닙니다.

다음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추 대표를 정조준했습니다.

[박지원 / 국민의당 의원 (YTN '신율의 출발 새아침', 어제) : 그렇게 오만한, 그런 모습이 과연 집권여당의 대표입니까? 무슨 골목대장이니, 땡깡이니. 그런 자세를 가지고 앞으로 산적한 국정과제를 풀어나갈 수 있겠어요? 자기들하고 우리가 왜 형제의 당입니까? 뿌리가 같았을 뿐이지 왜 형제의 당입니까? 형제의 당 취급했습니까, 지금까지?]

국민의당 분당 전부터 불편했던 두 사람의 균열이 표면적으로 드러난 건 지난해 추미애 대표가 당 대표로 선출된 직후 국민의당을 예방했을 때입니다.

두 사람 표정은 웃는데, 말에는 가시가 있는 어쩐지 화기'애매'한 모습이었습니다.

[추미애 /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난해 8월) :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마지막 유언이 꼭 통합하라는 말씀이었는데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읽을 줄 아는 박지원 대표이신 만큼 국민을 위한 길이라면 힘을 합칠 때는 합쳐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박지원 / 당시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지난해 8월) : 처음부터 한 방 먹이니까…]

[추미애 /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난해 8월) : 아닌데요, 전혀.]

민주당과 국민의당 대표로 맞서 대선을 치르며 골은 더 깊게 패였습니다.

대선 후 지난 7월 국민의당 제보조작 사건으로 갈등은 폭발합니다.

추 대표의 '머리 자르기' 발언이 나온 것입니다.

[추미애 / 더불어민주당 대표(지난 7월) : 박지원 전 대표와 이준서 최고위원 사이에 통화기록이 들통이 났습니다. 최종 컨펌을 하는 시간은 36초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김대중의 적자라는 박지원 선대위원장께 양심에 따른 행동을 촉구하는 것입니다.]

이에 박 전 대표는 "추 대표의 발언은 허위사실 유포입니다. 저는 추 대표만큼 바보 박지원이 아닙니다. 여당 대표가 검사연습 마십시오." 라며 공격했습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간의 갈등에는 두 지도자의 악화된 감정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뒷얘기가 나올 정도입니다.

DJ의 정치적 적자로 자부하는 박지원 전 대표는 추 대표가 DJ의 딸로 지칭되는데도 민감합니다.

일부 언론에서 추 대표를 아직도 'DJ의 딸'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DJ는 딸이라고 하는 걸 불쾌해 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앞서 한 인터뷰에서는 DJ가 추 대표를 정계에 발탁하긴 했지만 그 이후 당직이나 정부 직에 기용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이것이 무엇을 뜻하겠느냐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정치는 생물이라고 하죠.

20년 이상 한솥밥을 먹었던 두 사람이 다시 손을 잡을 수도 있을까요?

20대 국회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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