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닝] 42년 군 생활하고 떠나는 노병이 남긴 말

[이브닝] 42년 군 생활하고 떠나는 노병이 남긴 말

2017.08.21. 오후 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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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져 갈 뿐이다"

이순진 전 합참의장이 어제 이·취임식에 참석해 이 같은 맥아더 장군의 말을 인용하며 42년간의 군 생활을 마무리했습니다.

일평생 조국에 헌신한 노병이 군복을 벗는 자리엔 국군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해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습니다.

대통령이 합참의장 이취임식에 참석한 건 건군 이래 처음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합참의장 이·취임식(어제) : 조국은 '작은 거인' 이순진 대장이 걸어온 42년 애국의 길을 기억할 것입니다. 자신에겐 엄격하면서 부하들에게선 늘 '순진 형님'으로 불린 부하 사랑 모습은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님들이 바라는 참군인의 표상이었습니다.]

'순진 형님'은 각별한 부하 사랑으로 붙여진 이 전 합참의장의 별명입니다.

사단장 시절엔 한겨울 추위 속에서 제설 작업을 하는 병사들 몸 좀 녹이라며 뜨끈하게 끓인 차를 직접 가지고 나와 나눠줬고

제2작전사령관일 때는 간단한 행정 업무만을 담당하는 공관병을 한 명만 두고, 부인이 직접 식사 준비를 하고 가사를 돌보게 했습니다.

최근 공관병 갑질 수사를 받고 있는 박찬주 대장과는 정반대 사례지요.

병사들 생일에는 손편지를 써줄 정도로 자상했던 이 전 합참의장, 인터넷에서도 미담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 전 의장 밑에서 일했던 병사들의 댓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요.

"혹한기 훈련 때 장병들과 똑같이 추운 텐트에서 주무시는 모습에 감동했다, 명예로운 전역 축하 드린다"

이순진 전 합참의장이 존경받는 지휘관이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간의 군 생활이 녹록지는 않았습니다.

주류인 육사 출신이 아닌 육군 3사관학교 출신의 첫 합참의장이었던 이순진 의장.

그의 재임 기간 1년 10개월 동안, 북한은 2차례의 핵실험과 27회, 총 38발의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했습니다.

군 복무 중 45번 이사를 했고, 동생들 결혼식에 한 번도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이순진/ 전 합참의장(어제) : 무엇보다도 힘든 군 생활 동안 제 아내는 제가 군 생활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가정사와 자녀 교육에…전념해주었고 독선에 빠지지 않고 부대원을 존중하고 배려하도록 항상 뒤에서 조언해주었습니다. 만일 아내와 결혼하지 않았다면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 겁니다.]

퇴임사를 듣던 부인 박경자 여사도 어려웠던 남편의 군 생활이 떠오르는 듯 연신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퇴임식에서 이 전 의장에게 두 가지를 선물했습니다.

군 복무 기간 동안 해외여행을 단 한 번도 못 갔던 이 전 의장 부부에게 딸이 거주하고 있는 캐나다행 비행기 티켓을 준비했고,

또 군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훈장인 보국훈장 통일장도 수여했습니다.

이 전 의장은 아버지를 따라 군인이 된 아들, 이석 대위의 마지막 경례와 부하들의 우렁찬 인사로 그간의 군 생활을 마무리했습니다.

이제는 또 다른 인생을 그려갈 이순진 전 의장, 그 뒤를 잇는 제2, 제3의 이순진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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