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 없던 100일 기자회견...진짜로 각본 없었나?

각본 없던 100일 기자회견...진짜로 각본 없었나?

2017.08.18. 오전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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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이 있었죠. 자유로운 분위기에 지난 정권과는 여러모로 다른 모습으로 화제를 모았는데요.

YTN에서도 청와대 출입기자 두 명이 회견에 참석했는데, 자세한 얘기 좀 들어보겠습니다. 김도원 기자가 연결돼있습니다.

어제 한 시간을 조금 넘겨서 마무리가 된 기자회견이었는데요. 정말 진짜로 아무 각본이 없었습니까?

[기자]
기자회견을 준비했던 청와대도 또 출입기자단도 가장 신경을 썼던 게 사전조율 문제였습니다. 아시다시피 대통령 기자회견 때 질문자를 미리 정해놨다, 질문 내용을 청와대에 알려줬다 이런 점들이 알려지면서 워낙 거센 비판을 받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렇게 했다가는 망한다, 이런 인식들을 양쪽 모두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유로운 회견이라는 것은 양쪽 모두 공감을 했는데 그렇다고 참석자가 200명이 넘는데 정말 아무 조율 없이 즉흥적으로 자면 중구난방이 되지 않겠느냐는 이런 걱정들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특정 주제로 쏠리지 않도록 고른 분야별로 질문을 하기 때문외교, 정치, 경제, 사회 이렇게 분야별로 질문하자, 이것만 최소한 규칙으로 청와대와 기자단이 합의를 했고요.

나머지는 기자단 내부적으로는 논의된 게 있었습니다. 너무 지엽적인 질문은 하지 말라 이런 정도는 있었는데요. 나머지는 진짜로, 정말로 아무 사전에 정해진 것 없이 자유롭게 진행됐습니다.

그래서 사회를 본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질문하는 기자 이름을 몰라서 빨간옷 입으신 분 이렇게 했었죠. 그렇게 보면 정말로 각본이 없었다는 건 알 수 있습니다.

다만 꼭 해야 할 질문이 빠지지 않기 위해서 매체별로 이를테면 방송 아니면 신문, 인터넷 매체별로 협의를 하기는 했습니다. 질문 내용을 청와대와 공유를 한다든가 질문의 문자 자구까지 미리 정해놓는다든가 이런 일들은 없었습니다.

[앵커]
그런데 조율 없는 기자회견, 자유롭기도 하겠습니다만 또 취재기자 입장에서 보면 어떻게 보면 부담스럽다라는 느낌이 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실제로 어제 회견을 보신 분들 아시겠지만 대통령은 오히려 담담했고 기자들이 오히려 떠는 그런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어요.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벌써 100일 동안 큰 행사를 여러 번 치르셨죠. 하지만 기자들로써는 이번이 첫 기자회견인데다가 시간도 제한돼 있었고 또 거기에다가 무엇보다 생중계 된다 이런 압박이 있었죠. 그래서 긴장한 기자들의 모습이 인터넷에서도 화제가 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마는 사실 저도 그랬고요.

그 자리에 있었으면 누구라도 떨렸을 것 같습니다. 청와대 측은 긴장을 풀어주려고 기자회견 시작 전에 배경음악을 틀어줬는데요. 보통 이럴 때는 연주 음악을 틀어주는 경우가 많은데 발라드, 가요였습니다.

참석자들 사이에서 이게 도대체 누구 방송이냐,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곡목은 미리 알려줬습니다만 박효신의 야생화 그리고 윤종신의 지친 하루, 이적의 걱정말아요 그대 그리고 정인의 오르막길이었습니다. 저도 좀 일부 좋아하는 노래이기도 한데요.

[앵커]
누구의 선곡입니까?

[기자]
이게 정확하게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탁현민 행정관의 선곡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들을 때는 몰랐는데 이게 다 의미가 있었더라고요.

그래서 야생화는 과거의 고난을 담담히 전하면서 새 희망을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지친 하루는 자기가 옳다고 믿는 걸 실천하는 삶이라는 그런 메시지를 담았다는 점에서 선곡이 됐다고 하고 걱정말아요는 말 그대로 국민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뜻에서 선곡이 됐고 또 오르막길은 문 대통령이 히말라야 트래킹을 할 때 들었던 노래입니다.

그래서 노래를 들었을 때 편해지기는 했는데 회견 직전 2분부터는 노래가 안 나왔습니다. 다시 긴장되기 시작했습니다.

[앵커]
노래가 끊기니까 다시 긴장됐다, 노래의 힘이군요. 회견 형식도 참석자 규모도 정말 전례가 없었는데요. 청와대와 출입기자들 기자회견 어떻게 평가를 하고 있습니까?

[기자]
청와대에서는 이게 전례없이 자유롭게 진행되다 보니까 굉장히 걱정을 많이 했는데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이렇게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이 각종 질문에 막힘 없이 답변을 했고요. 또 보유세를 부유세로 발음한 것 외에는 흠잡을 데가 없었다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고요. 행사가 끝난 뒤 춘추관 관계자들을 보니까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더라고요. 그런 데서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앵커]
기자들은 어떻습니까? 기자들도 만족했습니까?

[기자]
출입기자들은 1시간으로는 짧았다 이런 반응이 대체적이었습니다. 꼭 필요한 질문만 한다고 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드 문제나 비정규직 문제, 일자리 정책, 살충제 달걀 등 빠진 질문이 여전히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빠진 질문들도 있는 상황에서 이미 나온 주제에 대해서 추가 질문을 하기는 어려웠거든요. 그래서 추가 질문이 안 되다 보니까 조금 더 깊이 있는 답변을 끌어내기가 어렵지 않았나 이런 평가도 있습니다.

그리고 질문한 기자가 어제 15명이었는데요. 생각보다는 많았습니다. 생각보다는 많았지만 여전히 참석자가 전체 200명이니까 10%도 안 되는 거거든요. 물론 참석자 전부가 다 질문을 할 수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질문을 못한 사람들은 아쉬운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또 특정 매체군에 질문 기회가 적게 주어졌다라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는데 질문자를 고르는 윤영찬 수석도 상당히 곤혹스러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윤 수석은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생중계 시간에 맞추다 보니까 양해를 구했습니다.

[앵커]
그 15명 안에 YTN 신호기자가 들어간 것이군요.

[기자]
네. 기회를 잡았습니다.

[앵커]
어제 대통령 집무실도 공개를 했다고요?

[기자]
100일 기념으로 청와대 오픈하우스라고 해서 본관과 또 비서동인 여민관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잠깐 설명을 드리자면 청와대 출입기자들고 해서 청와대 경내에 마음대로 들어갈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평소에는 출입이 차단되고 취재당번이 돌아올 때면 행사장에만 접근을 할 수 있는데 행사는 주로 본관이나 영빈관에만 갈 수있는데 그래서 아마 1년에 한 번 가볼 수 있을까 말까 한 기회였고요.

청와대 본관 집무질, 대통령 집무실을 보면 규모가 커서 아무래도 주눅이 드는 분위기였습니다. 출입문에서 책상까지도 10걸음 이상 걸어야 하는 규모였고 문 대통령이 평소에 업무를 보는 여민관 집무실은 절반 정도 크기였습니다. 대여섯 걸음이면 대통령 책상 앞까지 갈 수 있고요.

들어가면서도 의외로 소박하네? 이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거기 안에 있는 집기들도 화려하거나 권위적이지 않았고요. 집무실 안에 보면 한쪽 벽면은 일자리 상황판인 대형 터치스크린 두 개가 채우고 있었고 대통령의 책상 위에는 외교, 안보나 인문 사회 서적이 여러 권 꽂혀 있었습니다. 대통령은 집무실에 들어오는 기자도로문 앞에 서서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또 기념사진 촬영에도 응했습니다.

[앵커]
김도원 기자 여민관은 어땠습니까?

[기자]
더웠습니다.

[앵커]
더웠습니까? 냉방이 잘 안 됩니까?

[기자]
냉방이 잘 안 되는 것 같더고요. 여민관이 1관부터 3관까지 있는데 저는 1관과 2관을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민관이 지은 지 40년이 된 건물이라고 하더라고요. 거기에다가 냉방을 약하게 틀어놔서 그런지 돌아보는 내내 부채질을 계속 했어야 했습니다. 사무실 내부는 특별할 것 없었고 칸막이를 나눠놓은 일반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업무에 열중하고 있었습니다.

또 이번에 들어간 기회에 평소에 전화도 안 받고 얼굴보기도 힘들었던 그런 직원들의 모습도 오랜만에 만날 수가 있었는데요. 전화를 받지 못해서 미안하다면서 앞으로도 양해해 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앞으로 취재에 큰 도움이 안 될 것 같습니다.

각 수석비서관들도 기자들을 맞으면서 자기 집무실을 공개했고 다만 많은 기자들이 관심을 가졌던 민정수석실 산하의 사무실과 국가안보실 산하 사무실은 보안상의 이유로 공개가 되지 않았습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각본 없던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뒷이야기 어제 현장에 있었던 김도원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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