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관병에 '전자팔찌'까지...추가로 드러난 '갑질'

공관병에 '전자팔찌'까지...추가로 드러난 '갑질'

2017.08.02. 오전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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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장군 관사에서 일하는 공관병들은 군 생활을 상대적으로 편하게 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에 이른바 '꽃보직'으로 통했는데요.

이젠 옛말이 된 것 같습니다. 군 지휘관과 그 가족들이 공관병을 노예처럼 부렸다는 폭로가 잇따르면서 제도 개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방부에서 취재하고 있는 강정규 기자와 자세한 내용 나눠보겠습니다. 강정규 기자!

어제였죠. 육군 4성 장군의 부인입니다. 노예 부리듯이 부려서 신고를 당해 감사에 착수했다, 이런 보도를 전해 드렸는데요.

오늘 추가 폭로도 있었다고요?

[기자]
군인권센터가 박찬주 육군 대장 부인의 갑질을 추가로 폭로했습니다.

공관병에게 호출용 전자팔찌까지 채워서 잔심부름을 시켰다는 내용이 나왔는데요.

박 대장의 공관은 2층집으로 160평이나 되는데 1층 식당과 2층에 각각 호출벨이 한 개씩 붙어 있었다고 합니다.

공관에 근무하는 병사 3명 가운데 막내벌인 한 명이 항상 전자팔찌를 차고 다녔다고 하는데요.

사령관 부부가 호출벨을 누르면 팔찌에 신호가 오도록 되어 있고 공관병이 달려가면 물 떠오기와 같은 잡일을 시켰다는 겁니다.

부대 내에 모과가 많이 열리는데 사령관 부부가 본부 소속 병사들을 통해 모과를 모두 따게 했고 100개가 넘는 모과를 보관할 방법이 없으니까 조리병들에게 주면서 모과청까지 만들게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밖에도 박 장군의 부인은 공관병들에게 집안 청소 등 허드렛일을 시키면서 수시로 폭언을 일삼았고 군대에서 휴가 나온 아들의 속옷 빨래까지 맡겼다고 합니다.

조리병에게는 채소를 다듬는 것이 서툴다는 이유로 조리용 칼을 빼앗아 휘두르며 질책하기도 했다고 하는데요. 국방부는 즉각 감사에 착수해 사실관계 여부를 확인할 예정입니다.

[앵커]
벌써 저도 제대한 지 15년이 넘었는데 제가 당번변이죠, 비서역할을 하는 친구가 휴가가면 대신할 때도 다림질부터 개밥 주는 일 이런 걸 다 했었습니다.

이렇게 공관병을 몸종 부리는 듯이 다루는 일이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죠?

[기자]
지난달에는 육간 39사단장에게 공관병에게 가혹 행위를 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보직해임되기도 했습니다.

사단장은 자정 무렵 공관에 휘하 간부들을 불러 술을 마셨는데 공관병을 깨워서 술 시중을 들게했고 술이 취한 상태에서 뺨까지 때렸다고 합니다.

또 당번변에게 자신의 대학원 입학시험과 과제 준비를 시키는가 하면 담배를 피울 때 전복 부관에게 재떨이를 들고 옆에 서 있게 했다고 하는데요.

관용차 운전병에게도 수시로 욕설을 퍼부었다고 합니다.

또 지난 2015년에는 공군참모총장 운전병이 총장의 아들을 관용차로 홍대 클럽에 데려다줬다고 폭로하면서 화제가 됐었고요.

또 2005년에는 이른바 멸치장군 사건이라는 게 있었습니다.

공관병이 멸치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폭언과 폭행을 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공관병의 임무와 역할 따로 규정이 된 것이 있는 건가요? 없는 건가요?

[기자]
규정이 있습니다. 보통 여단장급 이상 지휘관들이 공관병을 둘 수 있도록 육군 규정을 하고 있는데요.

육군 규정에 공관병들의 임무도 나열돼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보면 시설관리, 지휘 통제실과의 연락, 유지 또 식사준비 그밖에 공적 임무라고 규정돼 있고요.

또 사적인 지시는 금지를 해 놓고 그 예시를 들고 있는데 어패류나 나물 채취 금지 또 수석이나 과목 수집 금지, 또 가축사육이나 영농활동 이런 것들을 예로 들면서 이런 사적인 업무를 시켜서는 안 된다라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규정에 있듯이 시설관리나 그밖의 공적 임무 이런 표현들이 상당히 모호하기 때문에 지휘관의 재량에 따라 얼마든지 가혹하게 일을 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고요.

이 공관병의 숫자도 명확하게 규정된 것이 없어서 관례에 따라서 혹은 지휘관의 급에 따라서 한 명에서 많게는 3~4명까지 천차만별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앵커]
규정부터 손을 봐야 될 것 같은데요. 사실 이 공관병이 전투병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군 생활을 편하게 할 수 있다, 이런 인식이 있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소위 말하는 꽃보직이다 이렇게 이야기도 했었는데요. 요즘에는 이야기가 달라졌을 것 같은데요?

[기자]
공관병은 보통 각급 사단이나 부대의 본부대대나 전투지원대대에 배속된 병력들입니다.

이것을 지휘관 재량으로 차출해서 공관에서 일하며 자신들의 생활을 돕게 하고 있는 건데요.

일단 관사에서 그러니까 지휘관들의 집이죠. 나라에서 주는 지휘관들의 집에서 일하는 공관병 그리고 조리병 등이 있고요.

또 지휘관의 사무실, 부대에서 일하는 당번병, 비서역할을 하는 당번병이 따로 있습니다.

또 장군 관용차를 모는 운전병도 있습니다.

[앵커]
쉽게 말해 1호차라고 부르는...

[기자]
전투병들에 비해 덜 위험하고 상대적으로 쾌적한 환경에서 군생활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 자식을 편안한 보직에 꽂아 넣기 위해서 청탁을 하는 경우도 과거에는 비일비재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병사들의 부대 배치과 보직 관리 등이 전산화돼 있고 모두 기록으로 남기도록 했기 때문에 이러한 청탁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각급 부대나 대대 안에서의 보직 이동은 여전히 지휘관의 재량권이 어느 정도 남아 있기 때문에 여전히 그런 과거와 같은 청탁의 여지는 남아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시청자 여러분들께서는 지휘관 한 명에게 딸린 병사들이 많나 이런 생각 가지실 것 같은데요.

요즘 이게 문제가 되니까 이런 공관병에 대해서 아예 민간인력으로 대체하자 이런 방안이 나오고 있는데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이걸 왜 민간인 인력으로 대체할까요?

[기자]
일단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자신의 공관에서 일하는 병사부터 빼고 민간 인력으로 대체할 것을 지시했다라는 소식이 어제 전해졌습니다.

국방부는 이런 조치를 일선 부대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요. 지상군을 줄인다는 현 정부의 병력 감축과도 맞물려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니까 공관병이나 행정병 같은 비전투병을 줄이는 대신에 전투병 숫자는 최대한 유지하겠다 이런 정책 기조와도 맞물려서 진행되고 있는 내용인데 .미군 지휘관의 경우에는 공관병을 두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전적으로 개인이 관리하고 가족들이 관리하는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고요. 필요한 경우에는 민간인을 고용해서 공관 관리를 맡기고 있는데 민간인이 군부대에 출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것들은 사전에 미리 부대에 신고를 하고 또 보안 조치를 통해서 민간인의 출입을 허용하는 방안으로 일을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는 이것을 민간 인력을 대체를 하더라도 어떤 보안 규정이나 이런 것들만 잘 정비를 한다면 불가능한 계획은 아니라는 설명이고요.

우리 군도 그런 것들이 실제 가능한지 여부를 현재 검토하고 있는데 다만 당번병을 민간인력으로 대체할 경우 그 비용 부담을 지휘관이나 장관 개인 부담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국방 예산에서 할 것인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고 합니다.

[앵커]
여기에 세금이 들어간다라는 것은 분명히 조금 토론이 필요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국방부 취재기자인 강정규 기자와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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