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마주보고 달리는 국민의당과 추미애

[취재N팩트] 마주보고 달리는 국민의당과 추미애

2017.08.01. 오전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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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국민의당 신경전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검찰 수사 발표로 제보 조작 사건이 일단락 됐지만, 추 대표와 국민의당 싸움은 오히려 불붙은 느낌입니다.

이른바 '머리 자르기' 발언 후폭풍을 잠재웠던 '대리 사과' 이후, 2라운드가 시작됐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합니다. 장아영 기자!

어제 국민의당에는 중요한 날이었잖습니까?

그런데 이 자리에서 화살이 추미애 대표를 향했어요?

[기자]
어제가 '제보 조작'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 발표 날이라 원내외 인사들이 모두 모여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는데요.

고개를 한껏 숙이던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의 목소리가 사뭇 결연한 순간이 있었습니다.

추미애 대표에 대해 항의하는 목소리였는데요.

먼저 들어보시죠.

[박주선 /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 대응할 가치도 없고 대응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더이상 무시해버리고 언급을 안 하려고 했지만 검찰 수사가 종결되고 수사 결과가 밝혀진 마당에 그동안 추미애 대표의 갖은 험담과 우리 당에 대한 모욕적 언사를 이 자리에서 한번 규탄하지 않을 수 없어….]

[앵커]
왜 이렇게 화가 난 겁니까?

[기자]
어제 조간에 난 인터뷰 내용 때문입니다.

추미애 대표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공당이 야바위나 깡패 집단처럼 불의를 감싸는 집단이 돼서는 안 되지 않습니까.

저 당은 자정 능력을 상실했습니다.

제가 쪼개고 할 게 없습니다.

정당은 민심의 바다에 떠 있는 배인데, 민심과 배치되는 정당은 자연 소멸할 수밖에 없습니다.

추 대표가 국민의당을 해체해 흡수하려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을 한 건데요.

굉장히 센 발언이었죠.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발언을 어제 연석회의에서 그대로 읊으면서 정치적,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고요?

[기자]
어제 박 위원장의 이 발언이 보도된 뒤 추 대표가 SNS에 시를 한 수 올렸습니다.

제목은 정호승 시인의 '바닥에 대하여'입니다.

바닥까지 걸어가야만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바닥은 그냥 딛고 일어서는 거라고.

전체 시의 일부분을 발췌했고, 시에는 없는 물결과 느낌표를 넣어서 의미를 강조했습니다.

추 대표는 지금 여름 휴가 중인데요.

휴가 중인데도 불구하고 '전쟁'을 멈추지 않은 겁니다.

국민의당 김동철 대표는 오늘 아침 회의에서도 국민의당이 살아야 민주당도 사는데, 추 대표가 망언을 하고 있다면서 성토를 이어갔습니다.

[앵커]
국민의당과 추미애 대표의 신경전은 꽤 오래된 것 같은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6월에는 추 대표가 '국민의당이 준 여당을 선언했다'고 말해 국민의당이 한 차례 들끓었고, 7월 초에는 라디오에서 제보 조작 사건과 관련해 '꼬리 자르기가 아니라 머리 자르기다'고 말하면서 국민의당이 국회 보이콧에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이때 김동철 원내대표가 추경을 언급하면서 '추 자 들어간 것은 다 안 한다' '앞으로는 미애 대표라고 부르겠다' 이렇게 말한 것이 화제가 됐고요.

이 발언에 대해 추 대표는 청와대 회동에서 '국민의당이 추 들어간 걸 다 싫어한다고 고추, 배추, 상추 이 3종을 못 드시고 있다'고 비꼬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던 공격이 잠시 소강 상태를 보이기도 했는데요.

박 위원장이 청와대의 '대리 사과' 이후 앞으로 추 대표가 어떤 발언을 하더라도 무시하겠다고 말하면서였습니다.

어제 발언은 그래서 보름 만에 나온 국민의당 발 추 대표 공격이었습니다.

[앵커]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는 오늘 아침 라디오에서 '추 대표는 집권여당 대표가 아니라 국민의당 비난 전담 대표 같다, 담당한 일이 그것뿐인 것 같다' 이렇게 이야기 하기도 했던데, 왜 이렇게 서로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는 걸까요?

[기자]
물론 국민의당과 추미애 대표의 분명한 시각 차이가 근본적인 이유일 겁니다.

추 대표는 발언대로 국민의당 제보 조작 사건과 그에 대한 대처가 공당으로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고, 국민의당은 제보 조작 사건이 당원 한 명에 국민의당이 속은 사건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각차가 있다고 해서 모두 전면전을 하는 건 아닐 겁니다.

추 대표는 민주당 핵심 지지층이 가장 원하는 지점을 콕콕 짚으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고, 반대로 국민의당은 추 대표의 발언을 문제 삼아 야당으로서 각을 세울 수 있습니다.

추경 논의 당시 '머리 자르기' 발언으로 국회 보이콧에 들어간 것도 '울고 싶은데 뺨 때린 격'이라는 해석이 많았습니다.

결국 추 대표나 국민의당이나 정치적으로 서로 원하는 지점이 맞아 떨어지는, 이유 있는 싸움인 셈입니다.

[앵커]
정치부 장아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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