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치맥합시다!"...청와대 메뉴의 정치학

"오늘 저녁 치맥합시다!"...청와대 메뉴의 정치학

2017.07.27. 오전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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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 6시. 청와대 상춘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들 사이 첫 간담회가 예정돼 있죠.

이번에도 종전에 볼 수 없었던 파격 행보가 예상되는데요, 어떤 모습일지 함께 보시죠.

"밥 한 끼 합시다!"

이 말은 보통 편하게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생각하게 하는데요.

이번 간담회는 식사 메뉴부터 색다릅니다.

바로, 온 국민이 사랑한다는 치킨과 맥주, '치맥'입니다.

오늘 간담회는 청와대 상춘재 앞뜰에서 20여분 간 치킨과 함께 맥주잔을 기울이는 호프타임으로 시작해, 상춘재 안쪽에서 55분간 대화를 나누는 일정이라는데요,

형식적인 회의 방식에서 탈피해 격의 없는 대화로 진솔한 토론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청와대는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예전 청와대 회동의 메뉴는 무엇이었을까요.

지난 5월 19일 여야 5당 원내지도부 회동 때는 소통과 협치의 의미로 비빔밥을 먹었고요,

지난주 여야 4당 대표 회동 때는 중식 코스요리가 나왔었습니다.

식사 메뉴로 편안한 이미지를 강조했던 대통령은 또 있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칼국수 대통령'이라 불릴 만큼 칼국수 사랑이 남달랐는데요

김 전 대통령의 칼국수 사랑은 절약과 청렴, 개혁 의지를 드러내는 역할을 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삼계탕을 좋아했는데 장관 수석들과의 만남이나 기업인들과의 간담회도 청와대 근처에 있는 비좁은 삼계탕집에서 하면서 현안의 매듭을 풀곤 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도 조류 인플루엔자 확산과 관련해 닭고기의 안전성을 홍보하기 위해 기자들과 삼계탕 오찬을 하며 묘책을 찾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5년 7월,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를 축출한 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만났습니다.

그런데 음식은… 없었습니다.

찻잔과 물컵이 덩그러니 놓여 있는 모습이죠.

회동이 끝난 뒤에도 식사하고 가라는 말이 없었습니다.

반면 1년이 흐른 뒤, 박 전 대통령의 표정, 무척 환합니다.

이정현 당시 새누리당 대표를 초청한 오찬에서는 호화 메뉴가 등장했는데요.

송로버섯과 캐비어 샐러드, 바닷가재, 그리고 요리한 샥스핀 요리까지.

최고급 메뉴의 코스 요리가 나와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오늘 노재킷, 노타이 차림으로 기업인들과 치킨에 맥주를 즐기며 이야기를 나누겠다는 문재인 대통령!

허심탄회한 얘기가 오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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