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도 꺼내지 못한 말 '증세' 고개 들다!

그 누구도 꺼내지 못한 말 '증세' 고개 들다!

2017.07.21. 오후 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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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가 들어서고 정치권에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 그 누구도 꺼내지 못한 한 단어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증세.

문재인 정부가 언젠가는 넘어야 할 최대 난관으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정부의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이 발표된 지 하루 만에, 정치권에서는 증세 논의가 불붙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이 말한 조세정의가 본격적으로 실현되는 걸까요.

증세 논의에 포문을 연 것은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입니다.

김 장관은 어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문재인 정부 '5개년 100대 과제'의 재원 조달 방안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면서 증세의 필요성을 작심하고 언급했습니다.

[김부겸/ 행자부 장관 : 국민께, 그것도 지금 형편이 되는 측에서 조금씩 더 부담을 해줄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이제는 정직하게 해야겠습니다. 언제까지나 재정 허리띠를 졸라매서 몇 십조 원을 더 조달하겠습니다, 해내지도 못하는 지하경제 양성화하겠다는 이런 이야기 하지 마시고요.]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한 발' 더 나아갔죠.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에 국한해 과세구간을 신설해, 세율을 인상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증세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이른바 '핀셋 증세론'입니다.

현재 과세 표준이 2천억 원을 초과하는 기업은 지난해 전체 법인세 신고 기업의 0.02%인 '126'곳입니다.

또한, 소득세 과세표준이 5억 원을 초과하는 고소득자는 '2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민주당은 추산하고 있습니다.

사업연도 소득 2천억 원을 초과하는 초대기업에 대해서는 과표를 신설해 법인세율을 올려 25%를 적용하고, 소득이 연 5억 원을 넘는 초고소득자에게는 현행 40%로 돼 있는 소득세율을 42%로 높이자는 겁니다.

[추미애 / 더불어민주당 대표 : 가장 큰 피해자가 수출 대기업이 아니고 서민들인 거에요. 서민들이 일자리도 없고 민생이 정말 고통 속에 신음을 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확대재정정책을 펼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세수 기반도 확보가 돼야 하는데, 그것이 간접세로 하면 민생에 또 다시 고통을 주는 거니까, 여유 있는 계층에서 같이 고통을 분담한다는 차원에서….]

정부와 여당의 잇따른 증세 주장은 전날 100대 국정과제 발표 후 이어진 재정확보 방안에 대한 문제 제기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문 대통령이 직접 증세를 언급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여당 대표와 정치인 출신 장관이 총대를 메고 증세 공론화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최진봉 / 성공회대학교 교수 : 100대 과제에 발표된 내용들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결국 재정적 부담이 반드시 있어야 되는 상황이고 그런데 실질적으로 돈이 나올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자연증가분 외에 증세라고 하는 부분을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그런데 그걸 정부가 나서서 하기는 힘들고 문재인 대통령 입장에서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결국은 여당과 행자부 장관이 직접 나서서 얘기를 꺼낸 게 아닌가.]

급격하게 돌아가고 있는 증세 시계.

하지만, 조세 저항감이 크고, 여론의 휘발성이 높은 사안인 만큼 야당은 신중하거나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이현재 /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 :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례적으로 회의 참석해 본격적인 증세 카드 꺼내들며 거드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이는 경제 성장을 놓고 지출만 가득한 문재인 정부의 경제 공약과 관련해 여당이 총대를 매는 사전에 조율된 잘 짜인 각본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박주선 /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YTN '신율의 출발 새아침') : 그렇지 않아도 국민 삶이 어렵고 경기가 어려운 상태에서 소득세 증세를 한다? 도대체 국민들이 동의를 하겠느냐? 느닷없이 증세 문제를 들고 나오고 하니까, 이게 준비된 정부의 국정 과제 선택인지 많이 의문이 제기됩니다.]

여당 내에서도 일부 반대 움직임이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정부와 여당의 증세 논의에 대해 "국민 공감 없이 곧바로 증세를 시작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상민 / 더불어민주당 의원 : 국민들이 동의를 하시려면 돈을 쓰는 정부 쪽에서 공공 부분이 이만큼 우리가 구조조정을 하고 절약을 했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을 위해서 필요한 재원에 대해서는 일정부분 형편이 좋은 분들이 부담을 해야 된다. 이렇게 국민을 공감을 시키는 방면으로 나가야지 곧바로 증세 시작을 하는 것은 저는 올바르지 않다고 봅니다.]

청와대는 증세론과 관련해 당·정과 함께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당초, 문재인 정부는 소득세와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을 포함한 증세는 사회적 논의와 국민 동의 과정을 거쳐 내년 지방선거 이후 추진을 검토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새 정부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재원 마련 차원에서 증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면서, 정부가 당장 올해 세제 개편안에서 증세를 공식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첫발 뗀 증세논의, 국민의 공감을 얻고 조세 정의가 실현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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