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인질 외교'를 쓰는 이유는?

북한이 '인질 외교'를 쓰는 이유는?

2017.06.21. 오후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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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다른 나라와 협상이 필요할 때 '인질 카드'를 쓰곤 합니다.

과거에는 인질을 '납치'했고요.

최근에는 북한에 방문한 사람을 '억류'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사망한 미국 대학생 웜비어도 북한을 여행한 관광객이었지요.

북한의 이런 '인질외교'는 꽤 뿌리가 깊습니다.

몇 가지 사례를 짚어보겠습니다.

대표적 첫 사례는 1968년 1월 북한이 동해 상을 정찰 중이던 미 해군 '푸에블로호'를 나포한 사건입니다.

배에 타고 있던 승무원 83명이 북한에 납치됐습니다.

11개월이란 밀고 당기기 끝에 미국은 82명의 생존 승무원과 나포과정에서 숨진 시신 1구를 돌려받았습니다.

나포한 정확한 이유는 의문으로 남아있지만, 북한은 이 군함을 미국에 돌려주지 않고 '미국을 이겼다'는 정치 선전물로 지금까지 활용하고 있습니다.

2차 핵실험을 강행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던 2009년, 북한은 미국 여기자 로라 링과 유나 리를 억류했습니다.

두 여기자는 중국 북한 접경지역에서 탈북자를 취재하던 중이었는데요.

북한은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을 북한으로 불러들이는 데 성공했고요.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과 빌 클린턴 대통령이 직접 담판을 지은 끝에 두 여기자는 풀려났습니다.

2012년에는 선교활동을 하러 간 재미동포 케네스 배씨가 억류됐지요.

공화국 전복 혐의로 '15년 노동교화형'을 받았습니다.

평양 인근에 있는 외국인특별교화소에서 수용 생활을 했던 첫 미국인이기도 합니다.

인질 카드로 잡혀있던 케네스 배 씨는 2014년 제임스 클래퍼 미 국가정보국 국장이 특사로 파견되고 나서야 풀려났는데요.

북한 억류 735일, 한국 전쟁 이후 가장 오래 억류돼 있었던 미국인입니다.

철저하게 고립돼있는 수용소 생활에 대해 YTN에 출연해 이렇게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케네스 배 / 억류됐던 美 선교사 (지난해 YTN 호준석의 뉴스인) : 특별하게 육체적인 고문이나 구타를 당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수감생활은 쉽지 않았고요. 농사일을 한다든지 그다음에 석탄을 창고에 나르는 일, 푸는 일. 그리고 돌을 나른다든지 하수구를 판다든지 땅을 메운다든지 이러한 식의 노동이 하루에 10시간 정도 강도 높게 이루어진 것은 맞습니다. (아주 고통스러울 정도의 강제 노역이었습니까?) 그렇죠.]

북한은 최근에도 김정남 암살 사건 용의자로 지목된 북한 외교관들이 수사를 받자, 평양의 말레이시아 외교관들을 억류했다 풀어주기도 했고요.

북한에는 아직도 우리 국민 6명, 한국계 미국인, 캐나다인 4명 등 모두 10명이 붙잡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혼수상태로 석방된 웜비어를 생각하면 이들의 신변도 우려하지 않을 수가 없지요.

북한은 억류한 사람들이 범행을 인정하거나 석방을 호소하는 기자회견 모습을 공개하기도 합니다.

자국민의 안위를 앞에 두고선 비판의 강도를 높이기가 어렵겠지요.

북한의 '인질 외교'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느끼는 이윱니다.

하지만 이번엔 인질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인질외교라는 북한의 야만적인 꼼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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